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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서유는 고개를 들어 에어컨을 둘러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고장 났지?”

블루리도 리조트의 설비는 최고급인 데다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었는데, 하필 오늘 밤에 고장이 나다니?

이승하가 담담하게 말했다.

“태현 아저씨, 가서 좀 확인해 보세요.”

주태현은 대답과 함께 나갔지만, 에어컨을 보러 가는 대신 문밖에서 지키고 섰다.

에어컨이 고장 나서 꽤 더워졌고, 좀 두껍게 입은 서유는 금세 견디기 힘들어졌다.

더위를 참지 못한 그녀는 목 주변의 꽉 조인 스카프를 살짝 늘어뜨렸다.

가끔 그녀를 훔쳐보던 육성재는 실수로 그녀의 목에 난 키스 자국을 보고 말았다.

파랗고 보랏빛 자국들이 빽빽하게 남아있었다. 마치 그가 꿈에서 본 것과 같았다...

그렇다. 그의 첫 성적 환상의 대상이 다름 아닌 남의 아내였던 것이다.

부드럽고, 뜨겁고, 광적이고, 격렬한 모든 것을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의 것은 꿈일 뿐이었다.

반면 이승하의 것은 현실이었다.

이를 깨달은 육성재는 약간 짜증이 나서 고개를 숙였다.

그의 감정 변화를 낱낱이 지켜본 이승하는 곧 육성재의 마음을 간파했다.

어렸을 때부터 뭐든 자신과 경쟁하려 들더니, 이제는 그의 여자까지 탐내다니. 육성재의 배짱도 참 컸다.

이승하의 눈 밑으로 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성재야, 나랑 내 아내는 평생을 약속했어.”

그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육성재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마치 허튼 생각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육성재의 첫 설렘은 ‘평생’이란 네 글자에 갑자기 멈춰 버렸다. 황당한 시작이 황당하게 끝난 셈이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여전히 못 알아들은 척하며 두 사람을 보고 살짝 웃었다.

“그래? 그럼... 백년해로 하길 바랄게.”

이승하는 그가 눈치챈 것을 보고 오만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고마워.”

두 남자 사이의 속내를 서유는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마치 이승하가 육성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건 화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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