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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고현서는 창백한 피부를 가진 미인이었으며, 그녀가 내민 손은 하얗게 빛날 정도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연석은 이런 미인을 보면 분명 흥미를 느꼈겠지만, 지금은 그냥 한 번 흘낏 쳐다본 뒤,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앉으시죠.”

고현서는 이연석이 소문처럼 방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오히려 그의 냉정한 태도에 당황했다.

“대표님, 프로젝트와 계약을 의논하려면 좀 더 고급스러운 장소가 적합하지 않나요? 이런 조용한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이연석은 옆에 있는 휠체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다쳤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유흥 장소에 가는 건 적절치 않죠. 사람들이 웃을 테니까요. 그리고 사인 한 번 하는 일이니 굳이 그런 곳에 갈 필요는 없죠.”

이연석의 말 속에는 거리감이 묻어 있었고, 고현서는 순간 멍해졌다. 회사에서 자신을 파견한 이유는 그녀의 미모로 이연석을 유혹해, 본사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내기 위함이었는데, 소문 속의 꽃미남이 자신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그녀의 암시도 거절하니, 고현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고현서는 이연석을 몇 번 더 유심히 살펴보다가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대표님...”

“계약서 가져오셨나요?”

이연석은 그녀의 말을 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꺼내서 제 변호사에게 보여주세요. 문제가 없으면 바로 사인하겠습니다.”

고현서는 굳어진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물었다.

“급한 일이 있으신가요?”

이연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역 업무를 막 맡았는데, 정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 말은 고현서에게 아무리 미인이라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고현서는 H국에서 일류 미인으로 꼽히는데, 이렇게까지 무시당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억울한 마음에 와인 잔을 들어 이연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대표님, 계약서 사인은 급하지 않으니, 우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이연석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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