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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이연석은 와인 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마. 나중에 그 사람들이 오히려 너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어. 그냥 두는 게 나아.”

단이수는 손에 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게는 녹음이 증거로 있으니, 빈말로 끝나지 않을 거야.”

이연석은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

“심형진이 그의 어머니에게 반박하면서 정가혜를 두둔하기도 했으니, 녹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단이수는 이연석을 쏘아보며 말했다.

“심형진이 뭘 반박했다는 거야? 그의 어머니가 가혜 씨를 캐물어도 그냥 두었고, 해외에도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했어. 그의 말투를 들어보면 가혜 씨를 깊이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 뿐이야. 이 녹음은 가혜 씨가 심형진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할 충분한 정보야.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놓치려는 거야?”

이연석은 무심하게 손에 든 와인 잔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심형진은 말재주가 뛰어나서 검은 것도 흰 것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 시점에서 녹음을 내놓으면 심형진은 내가 둘 사이를 망치기 위해 일부러 조작한 것이라고 말할 게 뻔해. 괜히 날 누명을 씌우게 만들진 마.”

단이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럼 너는 그냥 이렇게 넘기겠다는 거야?”

이연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이수는 그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말했다.

“연석아, 이건 너답지 않아. 예전에 가혜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정말 실망한 건가?”

방금 심형진의 부모가 했던 모욕적인 말들을 떠올리며, 평소의 이연석이라면 벌써 화를 내고 말았을 텐데, 오늘은 참을성이 대단했다. 오히려 단이수에게 괜히 참견하지 말라고 말했으니, 이번에는 정말 지쳐버린 것 같았다.

이연석은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 번 실수하면 교훈을 얻는 법이지. 병원에 또 한 달이나 눕고 싶지 않아.”

단이수는 옆에 놓인 휠체어를 힐끗 쳐다보았다. 척추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퇴원은 했지만, 여전히 휠체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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