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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그녀의 말은 꽤 완곡했다. 다른 젊은 여자라면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만, 정가혜는 달랐다.

“특별한 사정은 없어요. 그저 A시에 정착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렇게 땅값이 비싼 곳에서 자리 잡으려면 돈이 필요하죠. 저는 권력과 성을 거래하지 않았기에 손님들과 술을 마시며 돈을 모아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어요. 처음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죠. 하지만 나중에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억압당하면서 안정된 직장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가혜의 이 말에 정선월은 그녀가 몸을 팔아 출세했다는 의혹을 떨쳐버렸다.

“이해가 가네요. 가혜 양 경험이 저와 좀 비슷해요. 다만 저는 공부를 잘해서 시험을 거쳐 해외 명문대에 진학했고, 그래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었죠. 여자로 살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아요. 가혜 양 마음이 이해가네요.”

정선월은 특별히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말 속에 우월감이 배어 있어 정가혜는 마음이 불편했다. 다시 심형진을 바라보니, 그는 어머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듯 그녀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음식만 집어주고 있었다...

정가혜는 칼과 포크로 접시의 음식을 뒤적였지만 먹지 않았다. 심형진이 이를 알아채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입맛에 안 맞아?”

정가혜가 고개를 젓자 정선월이 둘을 힐끗 보고는 서둘러 서빙 직원을 불러 메뉴판을 가져와 정가혜에게 건넸다.

“가혜 양,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은 먹지 마요. 입맛에 맞는 걸로 몇 가지 더 주문해요. 형진이 아빠다 해외에서 돈을 좀 벌어서 이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요.”

정가혜는 이 말을 들은 후 귀부인을 보고, 다시 레드와인을 마시며 말없이 있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심형진을 바라보니 그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가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몇 가지 더 주문할게요.”

중간 가격대의 요리 두 가지를 고르자 정선월은 너무 싸다고 생각해 시그니처 요리 몇 가지를 더 주문하고 라피트 와인도 한 병 주문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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