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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Author: 재인
손연지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형이 의학 천재인데 넌 이런 것도 몰라? 노민우, 치질 연고가 부기와 멍을 가라앉히는 데 최고야.”

“웃기지 마, 난 안 발라!”

노민우는 죽어도 치질 연고를 바르지 않으려 했다.

“너 지금 복수하는 거지? 손연지, 난 오늘 너 때문에 다친 거야.”

“네가 미친 걸 왜 내 탓을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연지는 내심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오늘 데이트 장소에 도착했을 때 소영준이 사람을 많이 부르는 걸 보고 진심으로 데이트하려는 게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속으로 줄곧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노민우가 그 술잔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정말 사람을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연지의 눈동자에 암담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거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노민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하리 씨가 나한테 연락해서 너 데려다주라고 했어. 그래도 강하리 씨 눈에는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거지.”

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리는 어디 있어?”

“B시로 갔어.”

노민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손연지, 앞으로는 승훈이한테 그러지 마. 걔가 강하리 씨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알아.”

손연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 하리를 사랑하겠지. 근데 하리가 받은 상처는 전부 그 사람 때문이잖아. 엄마도 잃고 이젠 아이까지 잃었는데 그런 사랑을 누가 원해?”

말문이 막힌 노민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손연지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넌 몰라. 한밤중에 일어나면 하리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도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노민우는 심장이 저릿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손연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도 그 과정이 너무 힘들잖아. 난 하리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까 봐 무서워. 지금은 그래도 복수를 위해서 사는데 정말 언젠가 문씨 가문, 구씨 가문이 다 망하면 그땐 하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어.”

“그때쯤이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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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49화

    노민우가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 할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노민우는 얼굴부터 귀 끝까지 붉어진 손연지를 바라보면서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느껴져? 이래도 내 물건이 부실하다고 할 거야?”손연지는 자존심에 괜히 이렇게 말했다.“겉만 그럴듯하지 한두 번 하고 지치겠지 뭐.”노민우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그럼 오늘 밤에 제대로 해보자고.”그는 말을 마친 뒤 몸을 뒤집어 손연지의 위로 올라탔다.당황한 손연지가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는데 노민우는 꽉 껴안고 죽어도 놔주지 않았다.그동안 계속해서 손연지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 오늘 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체에 한기가 느껴졌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손연지의 메스가 바로 그곳에 닿아 있었다.노민우는 순간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손연지, 너 미쳤어? 정말 날 다치게 하면 네가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어?”손연지가 그를 옆으로 밀쳤다.“말했잖아, 나한테 작업 걸지 말라고!”노민우는 날아간 화살처럼 벌떡 튀어 오르며 발끈했다.“왜, 아직도 소영준이랑 자고 싶어?”소영준을 언급하자 손연지는 속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오늘 소영준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앞으로 데이트하기는 그른 것 같았다.그녀는 짜증을 내며 노민우를 옆으로 밀쳐냈다.“저리 비켜, 너만 보면 짜증 나.”바로 그때 노민우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 손에 들린 메스를 빼앗고는 몸을 뒤집어 그녀를 자신의 밑에 가두었다.“손연지, 해보고 싶지 않아? 어차피 한 번 같이 잤는데 그 기분 다시 느껴보고 싶지 않냐고. 그날 밤에 너도 계속 좋다고 했어.”손연지는 노민우를 잠시 노려보다가 곧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제대로 해.”노민우의 눈동자가 밝아지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비행기에 오른 강하리는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 뜻밖에 고개를 들어보니 구승훈이 자신의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구승훈도 그녀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마 그녀도 내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0화

    두 사람이 B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와 강하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때 바로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 그녀의 몸에 코트를 입혀주었고 이어서 목도리와 모자도 씌워주었다.강하리는 눈앞에서 목도리를 둘러주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구승훈도 그녀를 바라보았다.“천만에.”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피해 밖으로 나갔고 구승훈은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쓴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분명 그가 원했던 건데 왜 이렇게도 마음이 괴로운지 모르겠다.강하리는 공항을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탔다.구승훈은 그녀가 탄 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사에게 따라가라고 했다.강하리가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구승훈도 뒤따라 차에서 내렸다.그는 강하리의 옆방에 머물렀고 방 안에서 구승훈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나서 구승재를 불렀다.“B시 쪽에 경호원 몇 명 더 배치해.”구승재가 당황하자 구승훈이 쓴웃음을 지었다.“강하리도 입찰에 대해 알고 있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지?”구승훈이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 그는 처음부터 강하리의 실력을 간과했다.그녀가 나문빈과 함께 일할 때 진작 말렸으면 지금 이렇게 곤란한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한편, 또 다른 방에서 강하리는 들어오자마자 주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선배, 알아봐 줘야 할 게 있어요.”주해찬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래, 하리야. 말해.”강하리는 주해찬에게 입찰 회의에 관해 이야기했고 주해찬은 전부 다 들어주었다.“B시에 있어?”강하리가 대답했다.“그럼 내일 일찍 데리러 갈까?”“그래요.”강하리는 전화를 끊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은 방문 앞에 서서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연성에서는 최하영과, B시에서는 주해찬과 손잡으려는 건가?마음 한구석에서 질투 섞인 심술이 스멀스멀 올라와 두 눈에도 가득 담겼다.구승훈은 나지막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1화

    구승훈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가 방에서 나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봤다.그녀는 구승훈을 쳐다보지 않고 주해찬에게 곧장 말을 걸었다.“가요.”주해찬은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강하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가는 도중에 알아낸 정보를 강하리에게 건넸다.“조심해야 해. 정 안 되면 이 프로젝트 포기해도 괜찮아.” 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 “알아요, 선배.”주해찬은 강하리를 행사장에 내려주고 자리를 떠났다.입찰 발표회는 총 2시간 넘게 이어졌고 발표회가 끝났을 때 강하리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뒤돌아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양철이 서 있었고 강하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그쪽으로 걸어갔다.“하리 양, 오랜만이네요. 입찰하러 왔나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옅은 호를 그렸다.“그냥 구경이나 하러 왔어요.”정양철의 눈빛이 번쩍거렸다.“외교부 그만뒀다면서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외교부 일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정양철은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럼 다시 대양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요?”강하리는 정양철을 바라보았다.“정 회장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정양철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난 하리 양 능력을 좋게 보거든요.”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이쪽으로 걸어오는 구승훈을 발견했다.정양철은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주현이 말로는 두 사람 헤어졌다던데요?”“정 회장님 남 일에 관심 참 많으시네요.”구승훈이 능청스럽게 답했다.정양철은 큰 소리로 웃었다. “난 그냥 눈여겨보던 후배를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괜한 참견을 했나 보네요.”말을 마친 그는 더 얘기 나눌 생각이 없는지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그 순간, 행사장 다른 구석에서 연미숙이 다소 서늘한 눈빛으로 강하리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그곳에 있던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펄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2화

    “응.”구승훈이 낮게 대답했다.구승훈의 등에는 무섭고 보기 흉한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고 하필 심장 바로 뒤쪽이었다.연고를 쥐고 있던 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구승훈이 다쳤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흉측한 상처는 여러 번 꿰맨 것처럼 보였다.구승훈도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이건 내 아내와 딸을 지켜준 걸로 받은 공로 훈장이지.”말을 마친 그의 목울대가 움찔했고 순간 그는 이 말을 한 것을 다소 후회했다.예상대로 강하리의 눈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번뜩였고 그녀는 두 눈 속에 일렁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숨기기 위해 시선을 내린 채 그에게 연고를 발라주었다.“저녁에 샤워할 때 조심해. 내가 사람 보내서 카메라 확인해 볼게.”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 가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하리야, 해외로 가 있지 않을래? 해외로 갔다가 이쪽 일 다 해결되면 그때 다시 돌아와.”눈꼬리가 살짝 붉어진 그녀는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구승훈 씨, 만약 입장 바꿔서 당신 위험할까 봐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해외로 가서 숨어 있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어?”구승훈은 순간 말문이 막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아내와 아이가 이렇게 다쳤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남자라고 할 수 있나.강하리는 더 말하지 않고 나문빈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나문빈은 강하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막 도착한 상태였다.“벌써 내가 보고 싶어요?”강하리는 그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여유가 없었다.“주소 하나 보낼 테니까 거기 감시카메라 확인해 줘요.”나문빈이 콧방귀를 뀌었다.“대단한 사업가 나셨네요. 나 좀 쉬게 내버려 둘 순 없어요?”강하리가 웃었다.“예서 씨 좋아해요? 돌아오면 내가 두 사람 이어줄까요?”나문빈이 가볍게 목청을 가다듬었다.“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리바리해서 놀리는 게 재밌어요. 저기 뭐야, 주소나 얼른 보내요.”강하리는 웃으며 전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3화

    “할 겁니까, 말 겁니까?”“사람은 그쪽에서 보내는데 이득은 내 쪽에서 취하는 겁니까?”“구씨 가문은 그쪽이, 문씨 가문은 내가 맡는 걸로 하죠. 어차피 결국 내 결혼 선물이 될 텐데 나한테서 뺏지 마시죠, 최하영 씨?”최하영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결혼 선물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전화를 끊은 구승훈은 옷을 갈아입고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점심때 밥이나 먹자. 입찰에 대해 할 얘기가 있어.”한편 강하리는 방으로 돌아와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연지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전화를 받았고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목소리에 충격을 받았다.강하리도 당황했다.“연지야, 너...”손연지는 2초 동안 멍한 표정을 짓다가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쳤다.노민우는 여전히 긴 팔을 그녀의 허리에 얹은 채 잠들어 있었고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노민우가 마침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손연지의 머릿속이 요란하게 돌아갔다.그녀가 움직이려는데 노민우가 곧바로 몸을 뒤집어 그녀를 자신의 밑에 짓눌렀다.“또 날 발로 차려고?”손연지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노민우를 밀어냈다.“비켜!”노민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짓궂게 웃었다.“어젯밤 어땠어, 나쁘지 않았지?”손연지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가서 자기 옷을 들쳤다.“그냥 그랬어!”그녀는 노민우 말고는 다른 남자와 경험을 한 적이 없었기에 단순히 느낌으로만 말한다면 나쁘지 않았다.“허!” 노민우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시 한번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만족하지 못했어? 네가 내 몸 할퀸 자국을 봐,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었어?”손연지는 그의 어깨에 난 긁힌 자국과 이빨 자국을 흘끗 쳐다보았다.“자기도 즐겼으면서.”노민우는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나도 좋았어, 아주 좋았지. 앞으로 자주 할래?”손연지는 그를 발로 차버리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꺼져!”노민우가 등 뒤에서 혀를 차며 말했다.“좋은데 왜 안 해?”손연지는 그대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사실 그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4화

    손연지가 짧게 대꾸하자 강하리는 할 말을 잃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까.“어젯밤에 또 술 많이 마셨어?”“아니, 제정신이었어.”강하리가 멈칫했다.“근데 왜 또 노민우랑 잤어, 소 교수님은 어쩌고?”손연지는 잠시 침묵했다.“하리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난 소영준이 그래도 나한테 조금은 호감이 있는 줄 알았어.”강하리는 당황했다.“무슨 일 있었어?”손연지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길가의 작은 돌멩이를 내려다보았다.소영준은 작년에 그녀가 일하는 병원에 왔고 당시 강하리가 유산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녀가 진료기록을 멋대로 바꾼 것에 대해 구승훈은 따지고 들지 않았지만 결국엔 누군가에 의해 그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당시 해고 위기에 처했던 그녀는 소영준이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준 덕분에 계속 병원에 남을 수 있었다.그 후에도 소영준은 여러 번 그녀를 도와줬고 왠지 모르게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항상 소영준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그래서 줄곧 소영준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때쯤 그가 연수 신청까지 도와주자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적어도 어젯밤 전까지는 말이다.데이트라고 해서 나갔는데 방 안에는 남자들이 한 무리 있었고 그들 옆에는 여자가 한 명씩이 앉아 있었다.수위를 가리지 않는 농담들이 마구 오갔지만 소영준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고 그런 그의 모습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괜찮아.” 손연지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쪽 일은 끝났어?”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정말 괜찮아? 소영준이라는 사람...”“하리야, 네 말대로 미리 주변에 알아볼 걸 그랬어.”강하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소영준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니야, 그 얘기는 네가 돌아와서 하자. 나 가서 쉬고 싶어. 노민우 그 멍청이가 밤새 날 괴롭혔어.”“...”원래는 손연지에게 노민우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손연지가 얘기하길 꺼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5화

    강하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했다.한편 연미숙은 차에 앉아 정양철이 강하리에게 접근한 시점부터 강하리가 구승훈의 보호를 받을 때까지의 전 과정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그동안 그녀는 줄곧 강하리에 대해 뒷조사했고 의심이란 게 한번 싹이 트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법이었다.심씨 가문 생일잔치가 끝난 그날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런 의심의 씨앗이 뿌리를 내렸다.왠지 모르게 정양철이 강하리만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이 하는 행동에서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특히 얼마 전 강하리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도 정양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괜한 의심인가 싶었는데 며칠 전에 아들 정주현으로부터 정양철이 강하리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니 의심의 불길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래서 오늘 떠보려고 했는데 그 물을 구승훈이 고스란히 막아낼 줄은 몰랐다.연미숙이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치우려던 찰나 정주현의 전화가 걸려 왔다.강하리가 옷에 관해 물었다는 것을 듣자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주현아, 강하리 씨랑 식사 약속 한번 잡아.”레스토랑에 도착한 강하리는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정주현뿐만이 아니라 연미숙까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뒤 계속해서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사모님.”연미숙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강하리 씨 얼굴 보기 참 힘드네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주현은 혀를 찼다.“엄마, 하리 씨 엄청 바빠. 그리고 엄마가 왜 하리 씨를 만나? 두 사람 말도 안 통할 텐데. 만나도 내가 하리 씨랑 만나야지.”연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으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의 시선이 연미숙의 옷으로 향했다.“사모님께서도 오늘 행사장에 오셨어요?”연미숙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강하리 씨 똑똑하네요.”정주현은 두 사람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연미숙은 곧바로 웨이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6화

    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이쯤 되니 정양철에 대한 의심이 좀 더 확실해졌다.정양철은 처음부터 그녀를 겨냥하고 접근한 거다.컵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표정만은 태연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조금 의아해요, 사모님. 정 회장님은 왜 굳이 저를 대양에 데려가신 걸까요? 저와 정 회장님이 불륜 사이라고 의심하는 거면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 구승훈도 있는데 정 회장님이 눈에 들어올 리가요. 사모님께서 정 의심이 간다면 본인 남편분에 대해 알아보세요. 왜 하필 연성에 가야 했는지, 왜 저를 끌어들였는지도요.”연미숙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강하리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상대의 표정을 살펴보던 강하리는 손을 들어 연미숙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사모님께서는 혹시 저의 어머니에 대해 아시나요?”연미숙은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 씨 어머님이요?”“네, 저희 어머니도 정 씨거든요, 정서원.”연미숙은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에 대해 이미 뒷조사했기에 당연히 강하리 어머니의 사진도 본 적이 있었다.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엉망이었다.혼전임신으로 송씨 가문의 아이를 뱄다가 알코올 중독자 도박꾼과 결혼하고는 교통사고를 당해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누워 있었다.정양철이 연성에 와서도 그녀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가 이렇게 말하자 문득 조바심이 들었다.연미숙은 한참을 찡그리다가 부드러운 웃음을 터뜨렸다.“강하리 씨는 설마 우리 그이가 잘해주는 게 그쪽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강하리가 웃었다.“저도 추측일 뿐이에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연미숙을 바라보았고 상대도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몇 마디 더하려고 할 때 정주현이 밖에서 돌아왔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식사는 계속됐다. 정주현만 계속해서 강하리에게 안부를 묻고 강하리가 일일이 대답하는 식이었다.연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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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9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진료실 문이 안에서 열렸고 강하리가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나왔다.구승훈과 마주친 것이 놀랍지도 않은 듯한 그녀의 표정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저 조시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가요. 오늘 조 회장님께서 건강검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같이 가봐요.” 그러자 조시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분명 오늘 밤 내내 그 얘기만 하실걸.”강하리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늘진 표정 속 그 웃음은 희미하기 짝이 없었다.“하리야.”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러자 조시욱은 발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둘이 잠깐 이야기할래?”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러고는 방금 깁스를 푼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아직도 아파?”단 한 마디였지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지독할 정도로 절절했다.그러나 강하리의 마음속엔 이 말이 오히려 조롱처럼 다가왔고 그동안 꾹 눌러왔던 분노와 상처가 그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녀는 눈가가 시큰해지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숨이 턱 막혔다.‘아프냐고? 정말 이젠 웃기지도 않네. 사고가 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 자식은 이제 와서 상처가 다 아물어갈 무렵에야 묻네. 아프냐고?’구승훈의 긴 손가락은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망설이다가 감싸진 붕대를 살짝 만지려 했으나 강하리는 재빨리 팔을 빼냈다.“손대지 마요.”강하리의 붉어졌던 눈가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고 마음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역겨워요.”구승훈의 손은 허공에 멈춰 선 채 얼어붙었고 그는 마치 부서질 듯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때 내가 몇 초 망설였다는 이유로 그래? 하리야, 설마 진심으로 내가 임희주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해?”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감정을 숨겼고 가슴 깊숙이 파고든 통증도 억눌렀다.그러고는 쓴웃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8화

    구승훈의 시선은 줄곧 조시욱과 강하리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두 사람이 병원 진료동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그는 마침내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석 여사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석미연은 여전히 온몸을 값비싼 명품으로 휘감은 채 늘 그렇듯 강하리에 대한 반감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승훈 씨,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굴 필요 없잖아. 우리 사이에 무슨 깊은 앙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에 좀 불편했던 일도 다 그 여우 같은 강하리 때문이잖아. 안 그래?”석연란의 비아냥 섞인 말투에 구승훈의 눈빛이 즉시 어두워졌다.“석 여사님, 우리 사이가 그렇게 친했었나요? 감히 승훈 씨라고 부를 정도로요?” 그는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강하리는 분명히 심씨 가문의 당당한 맏딸입니다. 그런 사람을 여우니 뭐니 부르는 석 여사님은 남의 가정 깨고 들어온 입장인데... 여사님 같은 사람이야말로 여우가 아닌가요? 주제 파악은 하셔야죠.”그 말은 단 한 치의 여지도 없이 날카롭고 무례했다.원래 석미연은 구승훈과 적당히 말 섞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조시욱이 강하리 곁에 있는 건 그냥 잠시 눈먼 남자의 실수라 여겼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심연청을 구승훈에게 시집보낼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하리가 갖지 못한 남자, 강하리를 버린 남자가 결국은 심연청과 결혼하는 거라면 그보다 통쾌한 복수는 없을 터였다.그런데 뜻밖에도 구승훈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그녀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심한 말을 뱉었다.“구승훈,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그녀가 이를 악물며 소리치자 구승훈은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냉정한 눈빛을 드러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석 여사님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건가요? 제가 다시 기억나게 해드릴까요? 과거에 당신들과 당신 동생들이 벌인 짓들... 제 손에는 아직도 증거들이 수두룩하죠.”그렇게 말하고 그는 더는 미련 없이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석연란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7화

    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따라나섰다.그런데 하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승훈과 준봉을 마주쳤다.이번엔 강하리도 굳이 피하려 들진 않았다.에비뉴 대표실이 이곳에 있는 이상 앞으로 구승훈과는 자주 마주치게 될 터였다.자꾸 피하는 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울 뿐이었다.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고 기계 소리만이 낮게 울릴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강하리는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조시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구승훈은 묵묵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핸드폰 화면 안, 조시욱과의 채팅창은 대화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구승훈은 입안부터 가슴까지 다 쓰려왔다.‘매일 같이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걸까?’그는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속은 좀 괜찮아졌어?”강하리는 문자를 입력하던 손끝을 멈칫하더니 대꾸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조시욱이랑 있으면... 토할 일은 없나 보네?”그 말에 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구승훈 씨, 원하는 대답이 뭔데요? 말해봐요. 제가 맞춰줄게요.”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말해봤자 자존심만 더 상할 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아름이 먼저 휠체어를 밀고 나섰고 밖에서는 이미 조시욱이 기다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봉은 구승훈을 흘끗 보더니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러자 구승훈이 문득 입을 열었다.“점심 약속 취소해.”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시욱의 차를 따라나섰다.차 안.조시욱은 조심스럽게 달콤한 디저트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거 좀 먹어. 깁스 풀고 나서 맛있는 거 사줄게.”디저트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시욱 선배, 난... 나 오늘 오후에 F 국으로 출장 가요.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사 올게요.”그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듯 웃으며 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디저트도 받지 않았다. “제가 지금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겠죠.”조시욱은 웃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6화

    천아름은 눈을 깜빡이며 말없이 웃었고 그 반응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인정한 셈이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덧붙였다.“먼저 말해두지만 나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야. 그 사진들은 우리가 올라온 직후에 구승훈이 보낸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천아름을 바라봤다.그 시선에 살짝 기가 죽으려던 찰나 강하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미리 말 안 했어?”천아름은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말했으면... 네가 그 사진들을 제대로 썼을까?”강하리는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이 각도에서 에비뉴와 정안 타워를 잇는 공중 회랑을 보는 건 그녀도 처음이었다.다섯 개의 회랑은 같은 위치에 놓인 게 아니라 높낮이와 간격이 제각각이었고 그 불규칙한 배치가 위에서 보면 iw라는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이미 회랑에 심어졌던 꽃들은 시들어 있었지만 강하리는 그곳에 자란 꽃들이 전부 리시안셔스였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강하리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이젠 더 이상 구승훈과 어떤 연결고리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로의 감정이 남아 있는 듯 없는 듯 얽히고설킨 관계... 그녀는 그런 관계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휠체어를 돌려 자료를 보러 이동했다.천아름은 커피잔을 들고 그녀 옆으로 와 책상에 걸터앉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솔직히 너희 둘 일에 내가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 일은 구승훈 잘못이 맞고... 난 내 친구가 또 상처받는 꼴 못 보니까 절대 너한테 구승훈의 편을 들 생각 없어. 근데 말이야...”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이번처럼 구승훈이 뭔가 너한테 건넸다면... 넌 받을 건 받아. 그건 걔가 너한테 진짜로 빚진 거니까.”강하리는 작게 웃었다.“그 사람 도움 없이도 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왜 굳이 기대야 해?”이야기를 끝낸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근데 이것 말고도 있지? 송지은이 회의에서 그렇게 된 것도... 구승훈이 일부러 남겨둔 거지? 내가 송지은을 이용해서 회사에서 위신을 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5화

    에비뉴 그룹이 결국 강하리 손에 들어가자 송지은의 속엔 쌓여 있던 불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그는 몇몇 임원들과 은밀히 손을 잡고 이번 회의 자리에서 강하리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다.강하리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봤다.“송 부장님, 진심으로 의견을 내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직권 남용하고 싶은 건가요?”그러자 송지은의 얼굴이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강 대표님, 지금 무슨 뜻이죠?”강하리는 옆에 앉아 있던 비서실장에게 눈빛을 보냈다.비서실장은 곧바로 자료를 띄웠고 화면에 나타난 건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에서 찍힌 사진이었다.송지은이 막 추천했다던 신인 여배우와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장면이었다.그 여배우는 거의 그의 무릎 위에 앉을 듯 그에게 바짝 기대 있었다.송지은은 이마에 핏대가 서며 말했다.“업무 미팅하면서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문제죠?”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음 사진이 화면에 떠오르자 회의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사진 속 송지은은 그 신인 여배우의 허리를 감싸안고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식사 후엔 호텔 코스로 이어지셨군요. 송 부장님?”강하리의 그 한마디에 누군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천아름은 다리를 꼬고 앉아 회의실 전면을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웃음소리가 송지은에게 더없이 굴욕적이었다.강하리는 더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실 안의 다른 인물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여유로웠지만 시선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또 누구였죠? 추천한 연예인들 리스트... 누구 누구있었죠”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 사람들 사이로 묘한 침묵이 흘렀고 서로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내 입을 닫았다.오늘 강하리는 확실히 준비하고 왔다.이번 판에서 잘 되면 본때 보여주는 걸로 끝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누군가는 직장을 잃게 될 게 뻔했다.방금 송지은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모두가 생생히 봤으니 더 이상 나설 사람은 없었다.회의실은 고요했다.강하리는 시선을 천천히 회의실을 훑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4화

    강하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에야 구승훈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익살스러운 미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여진 쪽은 어떻게 됐어?”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준봉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출시일이 확정됐습니다. 에비뉴보다 하루 빠릅니다.”구승훈은 손에 불경스러운 듯 염주를 굴리며 냉소를 지었다.“승재와 천아름 쪽에 협조 잘하라고 전해.”“네.”준봉이 재빨리 대답했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대표님, 사실 이 일은 사모님께도 일부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구승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조용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준봉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승훈은 항상 그랬다. 강하리를 도와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다.‘정말 답답해.’여진 주얼리는 지난 몇 년간 에비뉴와 계속해서 대립해 왔다.겉보기에는 구씨 가문이나 강하리와 아무 관련 없는 작은 회사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회사들이 대형 브랜드의 모조품을 내놓는 건 흔한 일이었다.하지만 여진 주얼리는 단순한 모조품에 만족하지 않았다.작년에 해외에서 에비뉴 주얼리의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배후에는 여진 주얼리가 있었다.그 사건으로 여진 주얼리는 큰 이득을 봤고 에비뉴는 큰 타격을 입었다.그 후 여진 주얼리는 더욱 탐욕스러워졌다.사람이란 달콤한 맛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마련이다.여진 주얼리는 에비뉴에게 항상 위험 요소였다.구승훈은 에비뉴를 강하리에게 넘긴 이상 그녀에게 어떤 위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대표님, 상대방의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대놓고 에비뉴를 도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뭐? 지금 내가 잃을 게 뭐가 있다고?”준봉은 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3화

    강하리가 때린 따귀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들었고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강렬했다.그러자 구승훈의 뺨에는 순식간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천아름은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이내 강하리를 향해 천천히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잘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맞아야 해. 제대로 한 대쯤은 맞아 봐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알지. 이제라도 자기 잘못을 좀 깨달아야 해.’천아름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통쾌해했다.한편 구승훈은 손등으로 뺨을 한 번 스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강하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눈엔 고통이 어리어 있었다.“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그는 목울대를 두 번 삼킨 뒤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 “아니면... 나를 봐서... 토한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더는 이 남자 앞에서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애써 참고 있었다.“다신 제 앞에 나타나지 마요.” 강하리의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구승훈의 눈에는 오히려 그 말이 묘하게 따뜻하게 비쳤다.지금 이 순간 그는 마음속에... 이상하게도 만족감이 들었다.‘적어도 하리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긴 한 거잖아. 미움이든 혐오든... 감정이 있는 한 아직 끝은 아니겠지.’그는 수트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강하리의 입가를 닦아주었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입가를 스치고는 가볍게 떠났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하게 웃었다.“불쾌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하리야, 미안하지만 다신 안 나타날 수는 없을 거 같아. 난 그건 못 해.”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천천히 화장실을 나갔다.순간, 화장실 안은 적막 속에 잠겼다.강하리는 다시금 구역질했고 천아름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밖에서 구승훈은 그녀의 헛구역질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얼마 후, 급히 달려온 준봉의 목소리에 그가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2화

    두 채의 30층이 넘는 오피스 빌딩 사이에는 다섯 층마다 하나씩 연결하는 공중 회랑이 있었다.회랑 위에는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화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강하리는 사실 정안 타워에 자주 오지는 않았다.심지어 구승훈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 시절에도 여기에는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보다 임희주가 더 자주 왔을지도 몰랐다.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그녀는 입꼬리를 삐죽이며 말했다.“구승훈이야 뭐 인간쓰레기지만 그래도 통 큰 건 인정해야겠네. 이렇게 큰 회사를 그냥 덜컥 넘겨주다니. 에비뉴 주얼리잖아? 보석 업계에선 꽤 이름 있는 브랜드인데. 이렇게 보면... 그 인간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 그렇지?”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구승훈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서 너무도 멀어진 것만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꼭 광고 모델 확정해야 해. 원래 계약하려던 사람이 며칠 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이유 알아봤어?”그러자 천아름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이유야 뻔하지. 뺏긴 거지 뭐.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누가 뺏어갔는데?”강하리가 조용히 물었다.천아름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며칠 만에 마주친 구승훈이었다. 깔끔한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전해지는 그 특유의 냉기가 몸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강하리는 구승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했다.구승훈 역시 이 순간에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던지 평소 차가운 눈빛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의 시선은 곧장 강하리에게 꽂혀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얼굴빛은 생각보다 좋았다.홍조가 돌아 있었고 얼굴도 약간 도톰해진 듯했다.그는 기뻐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1화

    항구에서 보경시로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누군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어떻게 됐어?”그 말에 노진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리모컨부터 눌렀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던 TV가 켜지더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여초천이 이성을 잃은 채 날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가구를 부수며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하더니 그럼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는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았다.여초연의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노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렇게 끝내시겠다고요? 대표님께서 발작 났을 땐 이것보다 훨씬 심했어요. 제가 만든 약은 효과가 얼마 못 가거든요. 급하게 만든 거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은 온 하루 동안 고통스러워하셨잖아요.”“게다가 대표님은 이 약 때문에 하리 씨 곁을 떠나야 했잖아요. 하리 씨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다 이 약 때문인데 이제 와서 마음이 약해졌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담배를 꺼내 거기에 불을 붙였다.“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야. 저런 꼴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그때 내 모습이 떠올라서...”“생각할 때마다 너무 후회돼. 하리를 혼자 예식장에 두고 떠났던 거 말이야. 내가 어떻게 잡았는데 또다시 놓쳐버리다니...”“그런데 또 여초연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내가 하리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하리가 내 저런 모습을 봐야 했을 수도 있잖아.”노진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제 책임도 좀 있어요. 제 대학 동기인 데다가 능력도 괜찮아 보여서 추천했었는데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니까요.”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다.“임희주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되었을 거야. 여초연이 날 가만 내버려뒀을 리 없으니까.”노진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하리 씨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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