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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휴대폰 무음으로 해놨어요.”

요즘 회의가 많아서 강하리의 휴대폰은 며칠 동안 거의 무음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주해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건너편 바에 있으니까 준비하고 와.”

강하리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순간 그녀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면 문 앞에 서 있던 주해찬은 눈가에 담긴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하리는 너무 급하게 나온 탓인지 목에 새겨진 키스 마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피식 웃고는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방으로 돌아온 강하리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구승훈 씨, 당신... 앗!”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구승훈이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고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남자의 힘에 의해 세면대 쪽으로 밀려났다.

“나 회식 있어요, 그만해요.”

하지만 구승훈은 못 들은 척 그녀의 옷을 들치며 등에 키스를 퍼부었다.

“일단 한번하고, 응?”

강하리의 몸이 경직되는 동시에 구승훈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거친 숨소리와 살결이 부딪히는 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강하리는 입가에 흘러나오는 소리를 억누르며 다리마저 달달 떨렸다.

하지만 구승훈은 굶주린 사나운 짐승처럼 거세게 몰아붙이더니 갑자기 그녀의 목 뒤쪽을 세게 물었다.

“또 주해찬이야, 짜증 나는 자식!”

강하리는 그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낮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칠 뿐이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가자 밖에는 이미 환한 불빛이 켜졌다.

강하리는 물에서 금방 건져 올린 듯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안고 씻는 것을 도왔다.

강하리는 문득 그가 이번에 콘돔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원래도 임신이 쉽지 않은 데다 지난번 일을 겪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 같은 몸이면 콘돔을 쓰든 안 쓰든 어차피 똑같았다.

순간 그녀의 가슴에 상실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일어나서 수건을 꺼내 몸을 감쌌다.

“가서 얼굴 좀 비춰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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