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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강하리는 전화기를 꽉 쥐었고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구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형 상처가 심각해요. 안현우 때문에 며칠째 할아버지와 맞서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가볍게 때리는 것도 아니고, 예전 상처가 낫지도 않는데 새 상처가 생기니까 어젯밤부터 열도 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본인은 괜찮다고 우기면서 약도 안 먹고 그냥 이렇게 버티고 있어요.”

그 말에 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구승훈의 동정심 유발 작전은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그녀를 돕느라 다친 건 사실이었기에 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물었다.

“그 사람 아파트에 있어요?”

“네, 아파트에 있어요. 며칠 전 할아버지 집에 갇혀 있다가 어제 막 나왔어요.”

강하리가 답했다.

“제가 이따가 갈게요.”

“네.”

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짐을 챙겨 곧장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먼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열어줄 사람은커녕 안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지문을 이용해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는 지난번에 신었던 새 슬리퍼가 놓여 있었고 강하리는 안을 흘끗 들여다보고는 슬리퍼를 신었다.

집은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구승훈 씨.”

강하리가 불렀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그녀는 닫혀 있는 침실 문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문에 짓눌렸다.

곧바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구승훈은 그녀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쳐다보고 있었는데 짙은 눈동자에 온통 그녀의 모습뿐이었다.

당황한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려다가 문득 그의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이마가 거즈로 싸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더니 한참 후에야 물었다.

“할아버지가 때렸어요?”라고 물었다.

구승훈이 짧게 대답하자 강하리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일에 엮이게 해서 미안해요.”

구승훈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댔다.

“엮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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