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9화

Author: 재인
강하리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어젯밤 그로 인한 아픔이 아직 가라앉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구승훈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그저 그녀에게 두 번 정도 입을 맞춘 뒤 놓아주었다.

퇴근하기도 전에 전담 비서는 절차를 끝내놓았다. 강하리는 눈앞에 놓인 부동산 등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서류를 챙겨 부동산으로 향했다. 그녀를 맞이한 직원은 며칠 전 그녀에게 월셋집을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

그 직원은 강하리가 들고 온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피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강하리 씨, 이렇게 큰 별장이 있으면서 왜 월세에서 살아요? 설마 별장에서 지내는 게 불편한가요?”

강하리는 더 설명하지 않았고 그저 최대한 빨리 구매자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강하리 씨가 소유한 별장은 위치도 워낙 좋고 시설도 좋아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최상급의 매물이에요. 그리고 하리 씨가 정한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소식이 전해지면 몇 분 안에 구매자가 나타날 겁니다.”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부동산을 나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주해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리야, 박 교수님께서 너와 식사 함께 하고 싶으시다는데 시간 있어?”

강하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좋아요.”

박근형은 지난번 강하리를 만난 뒤로 계속 잊지 않고 있었다. 사실 외교부 통역실에는 사람이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리처럼 모든 외교부의 통역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런 사람을 외교부에서 잡지 않는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박근형은 줄곧 강하리와 외교부가 협력하길 바랐다. 지금 바로 그녀에게 외교부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협력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하리는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주해찬과 박근형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강하리가 온 것을 발견한 박근형의 눈빛이 순간 밝게 빛났다.

“드디어 널 만나는구나.”

강하리는 미소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0화

    강하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그녀와 구승훈의 관계는 그가 그녀에게 잘해주는지 아닌지에 관해 얘기할 사이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 사이는 거래일 뿐이기 때문이다.“네, 그럼요.”강하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지난 3년 동안 두 사람은 꽤 즐겁게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해찬은 강하리의 눈빛에 깃든 상실감을 알아차렸다.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묻고 싶었지만 어떻게 물어봐도 황당하게 느낄 것 같았다.긴 침묵이 흘렀고 그제야 그는 입을 열었다.“하리야, 나 쭉 너 좋아했어.”주해찬은 정말 큰 용기를 내어 말했다.그는 3년 동안 강하리를 찾았고 3년 동안 그녀를 기다렸다.강하리가 갑자기 그에게 연락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도 지금 이런 순간에 이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그녀에게 주해찬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만약 그 남자가 그녀에게 못 해준다면 그녀가 자기에게 와주길 바랐다.그는 그녀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모두 그녀 앞에 가져다줄 것이다.강하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쓴웃음을 지었다.“선배님, 전 좋은 여자가 아니에요. 선배님은 더 좋은 사람 만나세요.”강하리는 위선을 부리지 않고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그녀의 지금 상황은 어떤 여자가 겪더라도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신세를 깨끗하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그녀는 여전히 구승훈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구승훈이 그녀에게 계약이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 그녀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주해찬은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심지어 가문까지 미래가 아주 탄탄했다. 정말 좋은 여자와 어울리는 남자였다.하지만 강하리는 이미 소문까지 안 좋게 나 있었다.주해찬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하리야, 내가 너한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1화

    “오늘 드디어 집을 보겠다는 분이 계세요. 하리 씨, 꼭 시간 맞춰서 오셔야 해요.”강하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사람과 마주한 강하리는 얼굴이 단번에 하얗게 질렸다. 다름 아닌 김주한이 별장 문 앞에 서서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하리는 애써 자신의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김 대표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김주한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강하리의 몸에 머물렀다.“당연히 집 보러 왔지. 왜, 깜짝 놀랐어? ”저번에 그는 거의 강하리를 취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구승훈이 때마침 들이닥치는 바람에 일을 망쳐버렸다. 이 몇 개월 동안 그는 계속 마음이 근질거렸지만, 구승훈이 두려워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강하리와 구승훈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주한은 과연 이번에도 이 빌어먹을 여자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지 지켜볼 참이다.“김주한 씨도 저와 승훈 씨의 관계를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강하리는 등골이 오싹해 났지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자 김주한이 픽 웃으며 말했다.“강하리, 너와 구승훈 사이가 틀어진 걸 내가 진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를 꽉 깨문 강하리는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누가 그래요. 우리 사이가 틀어졌다고? 그냥 재미 삼아 장난치는 건데 설마 김 대표님께서 그런 것도 모르실 리는 없겠죠? 아니면 제가 지금 당장 승훈 씨한테 전화해서 증명이라도 해드릴까요?”말을 하던 강하리는 김주한을 앞에 두고 바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쪽에서 전화를 받기도 전에 김주한이 냉큼 다가와 강하리의 휴대폰을 빼았아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김주한은 이를 뿌드득 갈며 강하리의 목을 졸랐다. 그는 구승훈을 정말 두려워했다. 그 남자는 냉혹하고 무자비했으며 일 처리를 함에 있어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2화

    강하리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를 뿌리치고 빨리 화장실에 가서 찬물에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구승훈은 결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날 좀 놓으라고요, 승훈 씨. 제발 놓으란 말이에요!”지금 강하리는 꼭 강가에 떠밀려 나와 미친 듯이 수원을 찾아 퍼덕이는 물고기처럼, 참을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허덕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앞에 이 남자는 그녀가 본능적으로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지만, 의식적으로는 밀어내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가서 샤워할래요, 승훈 씨. 날 좀 놔줘요.”미간을 잔뜩 찌푸린 구승훈은 그제야 강하리의 이상한 점은 비단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뿐만 아니라, 그녀의 체온과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한 구승훈은 순간 얼굴이 차갑게 변하다 못해 서리라도 내린 것만 같았다.그는 갑자기 강하리의 손목을 거머잡고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가두었다.“강하리, 어디 갔었어? 대체 누구를 만나서 뭘 먹은 거야?” 강하리는 이미 구승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 그녀는 그저 본능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다.그녀는 이 남자를 원하고 원했지만, 무의식으로부터 그에게 구걸하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아랫입술을 꽉 깨문 강하리의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감돌았다. 그러나 그녀는 힘을 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 강하리의 입술이 짓무른 것을 본 그는 그녀의 턱을 그러쥐고 그녀가 이를 풀도록 압박했다.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눈에서는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누구를 만나서 대체 뭘 먹은 거야? 빨리 대답해!”눈시울이 붉어진 강하리는 약물에 시달려 목소리마저 떨려왔다. 하지만 구승훈에게 잡힌 턱의 통증으로 인해 마침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남자의 셔츠를 어찌나 세게 움켜잡았는지 손톱이 하얗게 물들었다.“김주한이 집을 보겠다고 예약을 잡았어요.”구승훈의 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3화

    그제야 구승훈은 자신이 마음 아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여자를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정말이지 우스웠다.그와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마음 아파할 줄 안다고?그는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됐다. 그러나 하필이면 어젯밤 강하리의 모습을 보며 분명히 느꼈다.강하리가 악을 쓰며 자기 입술을 물어뜯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었다.애초에 강하리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도 구승훈은 순순히 놓아주었다. 어차피 그녀가 그의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싶을 때는 조금만 손 쓰면 그만이니까.그리고 그런 수단과 방법을 강하리에게 쓸 때만 해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이 순식간에 무미건조해졌다. 더 이상 아무런 흥미도 없었고, 다시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더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손에 들려 있는 담배가 끝까지 타들어 가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구승훈은 입속에 담배 연기를 후 뿜어내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강하리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때였다. 시큰거리고 뻐근한 허리를 힘겹게 지탱하며 일어난 그녀는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몇 통 걸려 온 것을 발견했다.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들여다본 강하리는 부재중 전화 전부가 정서원의 주치의에게서 걸려 온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다시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그게 아니라요, 하리 씨. 구 대표님께서 하리씨 어머니의 약값을 계속 예전의 할인 혜택으로 해드리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걸 전해 드리려고 전화한 거예요.”뜻밖의 소식에 입이 턱 벌어진 강하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아,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잠시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회의 중이던 구승훈은 휴대폰을 얼핏 보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4화

    구승현은 애초부터 구승훈을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이 몇 년 동안 구승현은 구씨 가문에서 매우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씨 가문 어르신은 항상 구승훈만 중시했다. 구승현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영감탱이는 구승훈에게 눈이 멀기라도 한 듯,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승현은 몇 번이고 구승훈을 도발했다. 구승훈은 전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마음을 모질게 먹고 구승현의 사업을 전부 부숴버렸다.비서 실장은 강하리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편 강하리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구승훈이 구승현에게 불같이 화를 낸 이유가 그녀 때문일 거라 착각하여 김칫국부터 마시는 터무니 없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이때 구승현이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최상층 전체에 울려 퍼졌다.“구승훈 이 개같은 자식아. 네가 한 짓이 나보다 깨끗하면 얼마나 깨끗하다고,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언젠가는 네 놈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빌게 할 거야. 두고 봐!”강하리는 무심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계약서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사납고 서늘한 눈길이 그녀의 몸에 끈적하게 와닿는 걸 느꼈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지만,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 문만 눈에 들어왔다.“제가 보기에 대표님은 정말 무정한 분이신 것 같아요. 자기 친형제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요?”비서 실장은 보다 못해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하지만 강하리는 입술을 감쳐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사무실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강하리.”손에 들려 있던 계약서를 비서 실장에게 건넨 강하리는 구승훈의 사무실 문을 밀고 안으로 걸어갔다. 구승훈은 물티슈로 손을 닦고 있었다. 강하리가 들어 온 것을 본 구승훈은 물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 봐.”강하리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5화

    구승훈이 말하는 동시에 셔츠 단추를 풀었다.그에 시선을 빼앗긴 강하리가 그제야 구승훈의 셔츠에 핏자국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당황한 강하리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벗은 셔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로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구승훈이 사라진 뒤에도 강하리의 시선은 여전히 쓰레기통 속의 셔츠에 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구승훈이 모범 시민상은커녕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적당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 그가 하고 다니는 짓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그 모습을 볼 일은 없다 보니 매번 이렇게 당황했다.저번에 로열 클럽에서 본 꼬마까지 한다면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었는데 오늘은 이유를 몰랐다.구승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강하리가 식은 반찬들을 간단하게 데워 식탁에 놓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용무 없으시다면 먼저 가 볼게요.""같이 먹자."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잡아채자 강하리가 잠시 침묵했다."배 안 고파요."구승훈이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살짝 숨을 내쉰 강하리가 맞은편에 앉았다.식사 도중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입맛 없던 강하리가 젓가락질 몇 번 하고는 식탁에 내려놓을 뿐이었다.반면, 구승훈은 꽤 입맛이 돌았는데 강하리가 한 밥이 오랜만이라 그런가 어쩐지 맛있다는 감상이 들 정도였다.식사를 끝내고 티테이블에 앉아 차를 우리고 나서야 물었다."생각은 끝냈어?"뭘 묻는 건지는 강하리도 잘 알고 있었다."대표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강하리의 몸이 살짝 굳은 채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다시 들어와."구승훈은 고민 따위는 사치인 듯 말했다."됐어요."강하리가 창밖의 야경을 봤다.눈살을 살짝 찌푸린 구승훈은 더 이상 강하리를 궁지에 몰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금처럼 밖에 두고 지켜보기만 할 생각도 없었다."하리야, 알아서 들어올래, 내가 들어오게 할까."강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6화

    강하리가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때는 눈이 가득 흩날리고 있었지만 강하리의 시야에는 아까 전 자신의 말에 어두워진 구승훈의 표정만이 있었다.그런 말을 하면 기분을 잡치게 할 거란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만약 이게 언젠가 사라질 감정이라면 더 이상 추호의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깊게 숨을 들이쉰 강하리가 숨을 내쉬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우고는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를 보고 쓰게 웃으며 돌아갔다.그 시각, 구승훈은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픽 웃은 구승훈의 머릿속에는 강하리의 말이 아직 맴돌고 있었다.자신과의 만남이 강하리에게는 그저 상사에게 맞춰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구승훈이 잡념을 쉬이 떨치지 못했다.‘계약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나 보지?’평소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는 강하리에게 감탄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성이 너무나도 성가셨다.꼭 구승훈과의 만남이 강하리가 행복과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이 강하리를 붙잡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강하리의 말대로 구승훈이 굳이 강하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원한다면 여자가 줄을 설 테니.강하리는 매번 자신이 정한 한계선을 비웃듯 넘었다.이 관계는 서로 원해서 유지되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매번 강요만 하게 됐다.피식 웃고 담배 한 대를 태운 구승훈은 지금 이런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고작 애인 때문에 이러는 것은 구승훈의 상식 한참 밖의 일이었다.결국 구승훈은 해탈의 경지에 올라 강하리가 다른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않고 본인 몸과 마음만 잘 챙긴다면 다른 건 딱히 상관없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옷을 갈아입은 구승훈도 아파트를 벗어났다....다음 날, 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린 듯한 모양새의 구승재를 마주쳤다.강하리를 본 구승재가 재빠르게 달려왔다."강 부장님, 어제 형이 김주한 씨 반 죽여놓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47화

    강하리가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때는 눈이 가득 흩날리고 있었지만 강하리의 시야에는 아까 전 자신의 말에 어두워진 구승훈의 표정만이 있었다.그런 말을 하면 기분을 잡치게 할 거란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만약 이게 언젠가 사라질 감정이라면 더 이상 기대는 추호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깊게 숨을 들이쉰 강하리가 숨을 내쉬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우고는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를 보고 쓰게 웃으며 돌아갔다.그 시각, 구승훈은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픽 웃은 구승훈의 머릿속에는 강하리의 말이 아직 맴돌고 있었다.자신과의 만남이 강하리에게는 그저 상사에게 맞춰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구승훈이 잡념을 쉬이 떨치지 못했다.‘계약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나 보지?’평소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는 강하리에게 감탄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성이 너무나도 성가셨다.꼭 구승훈과의 만남이 강하리가 행복과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이 강하리를 붙잡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강하리의 말대로 구승훈이 굳이 강하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원한다면 여자가 줄을 설 테니.강하리는 매번 자신이 정한 한계선을 비웃듯 넘었다.이 관계는 서로 원해서 유지되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매번 강요만 하게 됐다.피식 웃고 담배 한 대를 태운 구승훈은 지금 이런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고작 애인 때문에 이러는 것은 구승훈의 상식 한참 밖의 일이었다.결국 구승훈은 해탈의 경지에 올라 강하리가 다른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않고 본인 몸과 마음만 잘 챙긴다면 다른 건 딱히 상관없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옷을 갈아입은 구승훈도 아파트를 벗어났다....다음 날, 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린 듯한 모양새의 구승재를 마주쳤다.강하리를 본 구승재가 재빠르게 달려왔다."강 부장님, 어제 형이 김주한 씨 반 죽여놓은

Latest chapter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2화

    “승훈아,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너만 원하면 내일 열 명이라도 보내줄게.”회의실에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말하며 늙은이들은 책상을 쾅 내리쳤지만 구승훈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옆에서 지켜보는 준봉이 더 불안했지만 구승훈은 가만히 있었고 재밌는 연극이라도 치켜보는 듯 이따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한 번씩 두드렸다.“구승훈, 우리 말 듣고 있는 거야?”휴대폰 화면에 아내라는 글이 뜨자 구승훈의 눈빛이 단번에 부드러워지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곧장 휴대폰을 들었다.“퇴근했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하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낮게 답했다.“언제 퇴근해?”구승훈은 회의실에서 하나같이 격앙된 표정을 짓는 늙은이들을 훑어보았다.“곧.”“그래.”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회의실에 착석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고 방금 강하리의 전화를 받을 때 보였던 온화함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싸늘함만 남았다.“얘기 다 끝났습니까?”한 마디에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고 구승훈은 회의실 안을 훑어보더니 마침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여씨 가문 조상의 묘 하나 파헤친 걸로 왜들 그리 흥분하세요?”말과 함께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말끔히 사라졌다.“안타깝지만 그런 수작 나한텐 안 통합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이 회사에 남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당장 나가도 좋습니다. 정안에 차고 넘치는 게 주주들이라서요. 하지만 여기 남아서 나와 내 아내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면 당신들 조상 무덤까지 파헤칠 겁니다. 회의 끝.”구승훈이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자 준봉은 그의 뒤를 따르며 회의실에 있는 주주들을 바라보았다.하나같이 표정들이 가관이었다.정안그룹이 과거 SH그룹보다 훨씬 대단했기에 주주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정안의 지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늙은이들이 한 방 먹은 모습을 보니 준봉도 속이 시원했다.그동안 저 늙은이들이 뒤에서 남몰래 강하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1화

    제 자리에 멈춰 선 여명희는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지만 강하리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진시연 또한 한번 들여보낸 이상 두 번을 못 할까.강하리는 다소 어수선한 마음을 추스르고 곧장 심씨 가문으로 향했고 심준호는 여전히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오호, 시집갔다고 친정은 잊은 줄 알았는데? 며칠 동안 오지도 않았잖아.”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외숙모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최근에야 애당초 집안 어른들의 의견에 따라 심준호의 결혼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준호 본인이 약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작을 부렸는지 모른다.결국 이 결혼은 심준호가 심예진을 곁에 묶어두기 위한 수단이었다.반면 심예진은 처음부터 정략결혼으로만 받아들였고 심지어 외국에서 만나는 남자 친구까지 생겼기에 심준호는 강하리가 숙모 얘기를 꺼내자 눈썹이 들썩거렸다.“다 커서 이젠 팔이 밖으로 굽네?”강하리는 웃으며 옆으로 가서 심준호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삼촌, 숙모 찾으러 안 갈 거예요?”심준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숙모는 어디로 도망 못 가.”그렇게 말한 뒤 그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심준호에게 구승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 이렇게 물었다.“삼촌한테는 얘기했어요?”심준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소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승훈이가 말한 적은 없는데...”심준호는 문득 어렸을 때 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승훈이는 어릴 때부터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어. 그리고 그 원인이 어머니였지.”심준호는 강하리에게 당시 본 장면에 관해 이야기했고 무표정하던 강하리의 얼굴이 어느 순간부터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심준호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도 정신과 치료로 받은 전기충격 치료 때문이었어. 그때 아마 9살 정도 됐겠네.”심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그 작은 꼬맹이가 한계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30화

    아무리 멍청해도 지금 강하리가 그녀에게 한 방 먹였다는 걸 깨달은 여명희는 가슴 속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고 이를 갈며 강하리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강하리는 고개를 진태형 쪽으로 돌릴 뿐이었다.“별일 없으면 전 가볼게요. 외할머니댁에 다녀와야 해서.”진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히 가.”강하리가 대답을 마치고 뒤돌아 떠나려는데 여명희가 소리를 질렀다.“강하리 씨, 거기 서요.”말을 마친 그가 진태형을 돌아보았다.“진 장관님은 계속 사적인 일에 권력을 행사하실 건가요? 그쪽 따님은 잘못해도 벌을 받지 않나요?”여명희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진태형에게 집중됐다.그동안 외교부 내부에서는 진태형이 권력을 남용해 JM과 계약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강하리의 비즈니스 능력과 JM의 업무 태도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게다가 외교부에는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통역사가 부족했기에 소문이 돌아도 진정 캐묻는 사람은 없었다.이제 여명희가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상 사람들은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었다.강하리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명희를 돌아보았다.“여명희 씨는 사람을 모함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네요. 제가 무슨 실수를 했죠?”“통역할 때 실수하지 않았나요?”여명희의 말이 끝나자 진태형 옆에 서 있던 통역실 주임이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 씨의 번역은 한 치의 실수도 없었는데 그러는 여명희 씨는 오늘 어떻게 된 거예요?”여명희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강하리가 실수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하지만 아까는... 나한테 거짓말했어? 또 날 속였네! 망할 년, 강하리 이 망할 년, 네가 진 장관님 딸이라고...”“입 다물어!”여명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호통을 쳤고 진태형이 어두운 눈빛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외교부가 당신들이 장난하는 곳인 줄 알아? 오늘 통역에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당신들 중 누가 그 책임을 질 건데!”진태형이 단호하게 말하자 아무도 감히 소리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9화

    강하리는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었다.손목시계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지금 원고를 찾으러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옆에 있는 독일어 번역본을 살펴본 뒤 다시 돌려주었다.러시아어 번역을 맡은 강하리는 회의 과정을 간단히 종이에 적고 헤드셋을 착용했다.여명희는 강하리의 무심한 표정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원고가 없어졌는데 잘난 척은.’비록 강하리의 통역 실력은 외교부 내에서 전설과 같은 존재였지만 오늘 회의의 번역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은 참석한 모든 번역가가 알고 있었다.10년 차 베테랑 통역사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난해한 전문 용어가 많은데 강하리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동시통역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다.강하리가 조금의 실수라도 하면 그녀를 외교부에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여명희는 비웃으며 시선을 돌려 헤드셋을 들어 올렸고 장장 세 시간이 넘는 긴 회의가 이어졌다.강하리는 마침내 헤드셋을 벗고 나지막이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돌려 여명희를 바라봤다. 여명희의 얼굴은 극도로 일그러져 있었다.회의가 시작된 후 강하리 일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산만해져 초반에 작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이미 당황한 상태였다.이후에는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전체 번역 과정에서 그녀의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뛰어나지도 않았고 심지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대학생들보다 뒤처지는 수준이었다.여명희는 헤드셋을 탁자 위로 던져버리고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는데 강하리는 이미 시선을 돌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문 앞에 다다랐을 때야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참, 오늘 통역본 누가 담당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웠지만 순식간에 장내에 고요함이 찾아왔다.회의 시작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주임님께 물어볼게요.”말을 마친 강하리가 나가려는데 여명희가 그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8화

    강하리의 표정은 태연했지만 커피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최근 증상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요?”임희주는 그런 질문을 할 줄 몰랐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난감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사실 지금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데 유난히 조급하세요. 빨리 낫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사모님은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아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건가요? 그게 아니면 일상에서 누가 부담을 주고 있나요?”강하리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더니 커피잔을 잡고 있던 손가락 마디마디도 서서히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임희주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지금 증상이 어떤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세요.”임희주는 잠시 침묵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께서 말하지 않으셨다면 저도 말씀드릴 수 없어요.”“제가 아내인 데도요?”“죄송해요.”강하리가 웃었다.“임 선생님, 만약 구승훈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야 할 사람이 나란 건 알고 있죠?”임희주의 입꼬리가 움찔했지만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죄송해요.”강하리는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부담감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선 제가 나중에 물어볼게요.”임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강하리가 떠난 뒤에야 임희주는 시선을 돌려 한숨을 내쉬며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사모님 상대하기 너무 힘드네요.”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 아내를 만났습니까?”“네, 우연히 만났어요.”임희주가 커피를 살며시 저었다.“미안해요. 아직 대표님 상황에 대해 모르는 줄 모르고 서두르지 않게 설득해 달라던 참이었는데.”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속도 늦출 필요 없다고 했는데 제 말 못 알아들으세요?”“다른 뜻이 아니라 그냥...”“할 말 있으면 나한테 직접 얘기하고 다시는 내 아내한테 찾아가지 마세요.”구승훈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임희주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구승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7화

    노민우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났고 손연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었다.“아쉬워?”강하리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뒤에서 묻자 돌아보는 손연지의 눈에 머금은 눈물이 보였다.강하리는 깜짝 놀라 황급히 손연지를 토닥였다.“그렇게 아쉬우면 돌아오라고 해. 울긴 왜 울어?”하지만 손연지는 웃으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돌아오라고 하겠어. 하리야, 지금은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그럼 넌?”강하리는 손연지의 다소 부은 눈을 바라보니 어젯밤에 운 게 분명했다.“난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야지. 돈, 돈, 돈을 벌 거야. 난 돈 많은 사람이 될 거야!”손연지는 말을 마친 후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참, 나 몸조리 끝나면 이사 갈 거야. 계속 너희 집에서 애정행각이나 보면서 신세 질 수는 없어.”그녀가 구승훈을 흘끗 쳐다보며 말하자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손 선생님은 신세 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네요?”손연지는 그를 흘겨보며 강하리를 안았다.“아니면 하리야, 나랑 같이 나가서 살래?”순간 구승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손 선생님은 B시에서도 쫓겨나고 싶은 건 아니죠?”손연지는 강하리에게 기대었다.“자기야, 나 B시에서 쫓아낼 거야?”강하리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구승훈을 노려보았다.“얼른 출근이나 해.”구승훈은 다가와 손연지의 품에서 그녀를 떼어냈다.“일단 약부터 바르자.”강하리의 어깨는 사실 더 이상 아프지 않았지만 물집이 더 커진 상태였다.구승훈은 이틀 정도 쉬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오늘 외교부 회의가 있어 출근해야 했다.약을 바르고 나니 손연지도 준비를 마친 뒤라 강하리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자리를 잡게 도와준 뒤 이렇게 덧붙였다.“연지야, 난 그래도 네가 나와 함께 좀 더 지냈으면 좋겠어.”노민우는 약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갔지만 이미 약혼한 이상 그렇게 쉽게 파혼할 리 만무했다.그 과정에서 분명 손연지도 끌어들일 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6화

    손연지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샴푸를 집어 들어 그에게 던졌다.“나가!”노민우는 샴푸를 피하며 순식간에 옷을 벗었다.“씻으면서 얘기하자.”“얘기하긴 뭘... 읍...”손연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노민우가 그녀의 입을 막았고 몇 번이나 그를 밀어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욕실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닿은 두 몸이 곧바로 욕망에 달아올랐다.노민우는 손연지의 입술을 깨물었다.“이젠 해도 돼?”손연지가 다리를 들어 가격하자 노민우는 중요 부위를 가린 채 뒤로 물러섰다.익숙한 행동에 괜히 안쓰러웠지만 그는 얼굴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화가 난 손연지를 능글맞게 바라봤다.“농담이야. 아직 몸이 성치 않은데 못한다는 거 알아.”손연지가 타월을 꺼내 몸을 감싸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가자 노민우도 서둘러 수건을 집어 들고 뒤를 따랐다.“안 해도 되니까 오늘 밤에 같이 자면 안 돼? 손연지, 앞으로 1년 동안 못 볼 수도 있잖아.”머리를 말리던 손연지의 손이 멈칫하며 이렇게 말했다.“바닥에서 자.”“네.”노민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아래층에서 강하리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손연지가 놀라며 옷을 입고 내려가려고 하자 노민우가 말렸다.“가지 마. 승훈이가 있잖아.”손연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내려가지 않았다.다행히도 구승훈이 강하리를 품에 안고 올라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두 사람은 문 앞에서 엿들은 뒤 노민우는 절뚝거리며 바닥으로 돌아갔다.손연지가 침대 옆에 기댄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있자 노민우가 그녀에게 다가갔다.“바보가 됐네?”정신을 차린 손연지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들자 노민우는 손연지의 발목을 잡았다.“마지막 밤인데 나 좀 그만 찰 수는 없어?”손연지는 그의 손에서 발을 빼고 싶었지만 노민우는 놓지 않았다.“내가 모를 줄 알아? 이거 놓으면 또 발길질할 거잖아.”손연지는 이를 갈며 베개를 집어 들어 노민우의 얼굴에 내리쳤다.“나가서 자!”노민우는 베개를 껴안은 채 바닥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5화

    노민우는 식사를 마치고 손연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고 손연지가 그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노민우의 휴대폰이 울렸다.그의 모친이었다.노민우는 무의식적으로 손연지를 바라봤지만 손연지는 이미 시선을 거둔 뒤였다.그녀는 옷을 챙겨서 욕실로 들어가기 전 한 마디만 남겼다.“난 쉴 거니까 넌 가.”노민우는 혀를 차고는 어머니의 전화를 끊은 뒤 손연지를 끌어당겼다.“손연지, 우리 제대로 얘기 좀 하면 안 돼?”손연지가 눈을 흘겼다.“돼.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얘기하다 내 기분 망치면 넌 끝장이야!”노민우가 손연지에게 다가왔다.“화내지 마.”손연지는 노민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누구는 화내고 싶어서 내는 줄 알아?’“할 말 있으면 빨리 해.”노민우는 잠시 머뭇거렸다.“손연지, 나 기다려줄 수 있어? 1년만 기다리면 내가 가서 집에서 정해준 약혼 해결할 테니까 우선 파혼하고 우리 둘이 어떤 관계로 지낼지는 나중에 얘기하자, 응?”옷을 든 손연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고개를 돌려 노민우를 바라봤다.“어떻게 할 건데?”노민우는 사실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약혼했고 만약 그가 고집을 부리면 어머니에게 죽을 때까지 매를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결혼은 언젠가 취소해야 하는 것이었다.“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여차하면 승훈이처럼 인연 끊으면 되지.”손연지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진심이야?”“당연히 진심이지.”“그래.”노민우는 손연지가 이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손연지에게 1년 더 기다리라고 하면 그를 한대 쥐어패기라도 할 줄 알았다.“정말 동의하는 거야?”손연지는 한심하단 표정을 지었다.“그럼 다시 생각해 볼게.”노민우는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녀를 껴안았다.“아니야, 생각하지 마. 내가 헛소리 한 거라고 생각해.”노민우는 말을 마치고 손연지를 안은 채 욕실로 들어가려 했다.이 틈에 손연지와 가까워지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24화

    입안의 술맛이 남자의 입속으로 전부 빨려 들어갔을 때쯤 구승훈이 그녀를 놓아주었다.“화 풀어, 응? 아니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까?”강하리는 웃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해봐.”구승훈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낮게 웃었다.“무릎을 꿇다 다리가 아프면 밤에 너 챙겨주지 못하잖아.”강하리는 웃으며 나지막이 욕설을 뱉고는 그를 밀어낸 뒤 식탁에 앉아 다시 한 잔을 따랐다.식당에는 조명 하나만 켜져 있었고 강하리의 실크 가운은 구승훈의 손길에 미끄러져 내려가 불빛에 붉어진 그녀의 어깨가 선명하게 보였다.구승훈은 순간 멈칫하며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어쩌다 이런 거야?”강하리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맞춰봐.”구승훈이 가운을 잡아당겨 어깨 전체가 드러나도록 했다.붉게 물든 어깨에는 물집까지 생겼다.“대체 무슨 일이야? 아파? 왜 나한테 말...”말하던 구승훈은 이내 알아차리고 다소 무기력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봤다.“그렇게 화났어? 다친 걸 얘기하지도 않을 만큼? 난 그냥 네가 걱정하는 게 싫었어.”강하리는 어지러워 손가락으로 구승훈의 얼굴을 훑다가 한참 후 욕설을 뱉었다.“개자식, 그러면 내가 걱정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동안 내가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거 알아? 구승훈, 대체 언제쯤 홀로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건데? 이 나쁜 놈! 망할 놈!”강하리의 욕설이 커졌고 구승훈은 그녀를 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큰 별장에는 그렇게 적막이 감돌고 구승훈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하지만 강하리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히 분명했다.그런 추하고 더러운 가족을 강하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애써 감정을 조절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미안해, 자기야. 한 번만 더 용서해 줘, 응?”구승훈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가 안쓰러워 사실 더 화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