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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후 며칠 동안 로봇처럼 서은이 일을 마무리했다. 내딛는 한 걸음이 칼끝을 밟는 듯 지옥이고 아팠다.

써늘한 장례식엔 나 혼자였다.

친척이나 친구도, 눈물이나 웃음도 없이 그저 끝없는 슬픔과 절망만이 나를 압도했다.

후회와 자기혐오가 독사처럼 내 마음을 갉아먹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서은이 장례를 마치고 따라갈지 생각도 했었다. 가는 길에 서은이 혼자면 외로울 테니까.

온갖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장태양의 문자 하나가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내 온몸을 싸늘하게 했다.

[이제 충분해? 서은이는, 어디로 데려갔어?]

[와서 미연이한테 사과하면 그냥 넘어갈게.]

당연한 듯한 그의 오만한 말투는 날 잘못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장태양, 네 착한 동생이 네 딸을 죽인 건 알고 있어?

그렇게 잘 챙겨주겠다던 서은이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난 건 알아?

문득 그가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충격? 후회? 아니면... 무관심?

[사과를 원해? 그래, 나 여기 있어. 데리러 와.]

주소가 적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다음 힘에 겨워 손마디가 하얗게 변한 채로 휴대폰을 꽉 쥐었다.

장태양이 한 짓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직접 보여줄 거다.

장태양이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들어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과한다니 됐어. 진작 이러면 좀 좋아? 나랑 미연이는 그냥 남매라고 몇 번을 얘기해! 그리고, 여긴 뭐 하는 데야? 재수 없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선은 벽에 걸린 사진으로 향했다.

확대된 영정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는 서은이었다.

멍하니 자리에 굳어진 장태양의 표정은 귀신이라도 본 듯했다.

몇 초 후, 그는 정신을 차렸고 분노가 순식간에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이희주, 또 뭐 하는 거야? 이런 걸 왜 붙여? 왜 우리 딸을 저주해!”

그는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사진을 가리켰다.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멍청하면 아직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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