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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고개를 들어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지금 이 남자는 내 눈에 너무나 낯설고 역겨운 존재였다.

“뭐가?”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태도야?”

장태양은 불쾌한 기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물었잖아. 표정이 왜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왜 우리 딸을 차에 혼자 남겨뒀어? 왜, 대체 왜!”

장태양은 무슨 대단한 농담을 들은 듯 비웃었다.

“이희주, 미친 거야? 그때 차가 고장 났고 단우가 갑자기 열이 나서 구급차를 불러야 했는데 구급차는 세 명밖에 태울 수 없어서 서은이는 차에 뒀어.”

“구급차에 세 사람밖에 못 탄다고?”

그의 말을 반복하며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심장을 꽉 쥐고 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그래, 그게 뭐?”

장태양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니면 미연이랑 애를 벌판 한가운데서 기다리게 할까? 게다가 서은이 데리러 갈 사람도 보냈어. 잠깐인데 대체 뭐가 문제야?”

“사람을 보내? 잠깐이라고?”

나는 격렬하게 일어나 그가 내민 손을 뿌리치며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장태양, 그 망할 잠깐 때문에 우리 딸이...”

목이 메어 더 이상 그 잔인한 말을 할 수 없었고 장태양은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말해줄게. 서은이가...”

심호흡을 깊게 하고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서은이가 늑대 무리에게 물려서... 죽었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심연에 떠밀려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온몸이 얼어붙은 채 눈앞이 캄캄해졌다.

장태양은 잠시 멈칫하다가 소리쳤다.

“이희주, 너 정말 미쳤구나? 이젠 딸한테 저주까지 퍼부으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 정말 양심도 없네!”

그의 눈에 담긴 경멸과 조롱이 날카로운 칼처럼 내 가슴을 찔러 고통스럽게 했다.

“무슨 뜻이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날 못 믿는 거야?”

나에게 삿대질하며 퍼붓는 그의 말이 차가웠다.

“이희주, 내가 널 잘못 봤어. 목적을 위해서 이런 미친 짓까지 하네. 우리 엄마 말이 맞았어, 넌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

“오빠, 화내지 마. 언니는 옆에 있어 주길 원해서 거짓말한 걸 거야...”

유미연은 갑자기 문을 열고 달려 들어와 불안한 얼굴로 장태양의 팔을 잡아당기며 부드럽게 설득했다.

다만 눈가에 번지는 뿌듯함을 숨길 수 없었다.

장태양은 유미연의 손등을 다정하게 토닥이며 고개를 돌려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이희주, 너한테 너무 실망했어! 너랑 미연이가 엄마 노릇을 하는 거 좀 비교해 봐. 네가 그러고도 엄마야?”

한숨을 내쉰 그가 차갑게 말을 뱉었다.

“결정했어. 오늘부터 서은이는 미연이랑 지내게 해. 미연이가 제대로 교육하게. 넌 미연이한테 현모양처가 되는 법 좀 배우고.”

“문제없어. 내가 서은이 잘 돌볼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승리의 미소를 짓는 유미연은 온화한 모습으로 승낙했다.

그녀를 노려보는 나는 분노가 극에 달해 이젠 아무런 표정조차 없었다.

“낯 뜨겁게 내연녀 노릇이나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남의 아이를 가르쳐? 자기 아이도 거짓말쟁이로 키우면서.”

“언니...”

유미연의 아픈 곳을 찔렀는지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내 앞으로 다가와 악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단하네. 근데 서은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랬어?”

유미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이 그녀의 뺨을 매섭게 내리쳤다.

짜악!

우렁찬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서 유난히 날카롭게 들렸다.

이 여자다. 유미연이 한 짓이다!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서은이의 사고는 눈앞에 있는 악랄한 여자와 관련이 있다.

분노와 두려움이 순식간에 내 이성을 집어삼켰고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를 찢어버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소란을 들은 장태양은 급히 방에서 뛰쳐나와 유미연이 입을 가린 채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과 미친 날 번갈아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희주, 뭐 하는 거야!”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유미연은 흐느끼며 장태양의 품에 안겨 말했다.

“오빠, 시간이 늦어서 언니가 걱정할까 봐 서은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줬는데 갑자기 미친 것처럼 날 때렸어. 흑흑...”

그녀는 울면서 마치 내가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악의에 찬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장태양은 유미연을 다정하게 두 팔로 감싸 안더니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엄하게 꾸짖었다.

“이희주, 너 이제 미친 여자 다 됐구나. 꺼져, 다신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유미연을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이 여자한테 서은이를 맡긴다고? 이 여자는 진작 서은이를 죽였어. 넌 서은이 엄마를 고를 자격이 없어!”

심호흡을 한 다음 가방에서 오래전에 준비해 둔 이혼 서류를 꺼내 그 앞에 던졌다.

“사인해. 우리 이혼해.”

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장태양을 보며 말했다.

“오랫동안 부부로 지내면서 진작 네 마음이 변했다는 건 알았어. 근데 넌 내가 내 딸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칠 사람처럼 보여?”

장태양은 처음 보는 내 모습에 침묵하며 이혼 서류를 집어 들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희주, 네가 무슨 속셈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나한테 타협하라고 강요하는 거야? 우리 딸 연락 받지 않았으면 네 말을 믿을 뻔했네.”

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음성 메시지를 재생했다.

“아빠, 아저씨가 날 안전하게 데려다줬어요.”

“아빠, 오늘 친구 미영이네 집에서 밤새워 놀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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