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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무표정한 얼굴로 팔찌를 빼 쓰레기통에 아무렇지 않게 버리면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장태양 같은 쓰레기 난 필요 없어. 갖고 싶으면 너나 재활용 해.”

“너...”

유미연은 화가 나서 몸을 벌벌 떨면서 나한테 홱 다가와 이를 악물고 이렇게 말했다.

“이희주, 네가 뭔데?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해? 지금 네 꼴을 봐. 넌 그냥 버림받은 아줌마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잘난 척 해?”

나는 겁 없이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고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뭐가 됐든 난 장태양과 당당히 결혼한 아내고 넌 그저 남의 가정 파탄 낸 내연녀일 뿐이야.”

택시에 올라타서 정리된 딸의 유품을 품에 꼭 안았다.

서은이, 우리 아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

서은이의 귀엽게 웃는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고 앳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던 게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았다.

장태양과 나는 대학 동창으로 졸업 후 순조롭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가정 환경이 우월한 장태양은 회사를 물려받았고 난 조건은 평범했지만 배운 사람이라 우리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서은이가 태어난 후 장태양은 ‘딸바보'가 되어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서은이를 안은 채 뽀뽀하고 놀아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일상이 됐다.

주말이면 장태양은 회사 일을 제쳐두고 서은이와 나를 데리고 놀이터나 공원에 가서 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기분이었고 그런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유미연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장태양은 다른 사람이 된 듯 나와 서은이에게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유미연 모자는 살갑게 챙기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제야 유미연이 장태양의 소꿉친구였고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며 사랑에 빠졌는데 대학에 가기 전 유미연의 가족이 갑자기 작별 인사도 없이 출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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