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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과자
피로 물든 과자
작가: 라사

제1화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나를 멈춰 서게 했다.

환한 거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식탁에는 풍성한 음식이 차려진 채 달콤한 과자 향이 공기를 가득 채우는 즐거운 모습이 펼쳐졌다.

반면 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장태양과 유미연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꼭 붙어있었다.

시어머니는 맞은편에 앉아 유미연의 아들 단우를 품에 안고 과자를 조금씩 먹이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얼굴은 과자 부스러기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깔깔거리는 모습이 내 딸을 떠오르게 했다.

과자... 내 딸...

심장이 심하게 뛰고 눈앞이 침침해지며 기절할 뻔했다.

“어머, 언니 왔네요? 명절날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요?”

유미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입구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말하면서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과시하는 듯 일부러 장태양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장태양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번쩍 떠올랐다.

“명절날에는 좀 웃을 수 없어? 그리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니라고. 미연이 좀 따라 배워.”

흐트러진 옷과 뒤집어쓴 먼지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겠는데 그는 걱정이 아니라 불만과 혐오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심호흡하고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했다.

“장태양, 딸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

옆에 있던 시어머니는 내 질문을 듣고 품에 있는 아이를 토닥거리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말 할 염치가 있니? 네가 낳은 애는 너처럼 철이 없어. 명절날에도 밖에 돌아다니기나 하고. 단우를 봐...”

“뭐라고요?”

몸을 똑바로 세우고 시어머니를 잔뜩 노려보며 잇새로 겨우 소리를 뱉어냈다.

날카롭고도 낯선 내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면서 자리에 있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들은 지금처럼 실성한 내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장태양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화난 표정으로 나에게 삿대질했다.

“이희주, 너 미쳤어? 이게 무슨 태도야!”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시어머니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고 칼날 같은 눈빛으로 품에 안긴 아이를 똑바로 쏘아보았다.

“당신은 내 딸 언급할 자격도 없어! 당신들 모두!”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나중에는 거의 울부짖듯 소리쳤다.

가슴이 격하게 들썩거리며 눈앞이 벌겋게 물들었으며 나는 온몸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괴물 같은 분노가 느껴졌다.

장태양은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깜짝 놀라며 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고 눈에는 혐오와 분노가 가득했다.

“이희주, 대체 뭘 원하는 거야?”

그가 나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네 꼴을 봐. 이게 어디 아내다운, 엄마다운 모습이야!”

떨리는 입술로 나는 말했다.

“엄마? 넌 몰라. 우리 딸이...”

“오빠, 화내지 마. 언니는 내가 여기 있는 거 보고 화났을 거야...”

유미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말을 가로막았고 그녀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채 장태양을 불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언니 화나지 않게 내가 애 데리고 갈게...”

“미연아, 가지 마. 가야 할 사람은 이 여자야.”

장태양은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화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희주, 소란 다 피웠어? 당장 내 앞에서 꺼지고 오늘 한 짓을 반성해. 내가 나중에 제대로 가르쳐줄 테니까.”

“난...”

입을 벙긋했지만 나는 이미 아무 말도, 아무런 설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는 말끝마다 사랑한다고 했던, 이제는 모르는 사람처럼 낯설고 차갑게 변해버린 사람을 절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망설임 없이 뒤돌아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위층에 있는 딸의 방으로 갔다.

“태양아, 그러게 내 말 듣고 저런 여자를 집에 들이지 말았어야지. 저 미친 꼴을 봐라. 우리 집안의 수치가 따로 없어!”

“엄마, 화내지 마세요. 자, 우린 미연이랑 명절 쇠고 쟨 내버려둬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순간 내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딸의 방에 비틀거리며 들어가 침대에 힘없이 쓰러졌다.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려 딸아이의 분홍색 이불을 적시고 내 가슴에도 차갑고 날카롭게 스며들었다.

딸의 향기는 여전히 사탕처럼 달콤하게 방에 남아 있었지만 내 세상은 더 이상 달콤함이 없었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나약하게 물러서지 않고 딸과 함께 갔다면, 그렇게 쉽게 장태양을 믿지 않았다면 우리 딸은...

양심의 가책과 자기혐오가 독사처럼 몸을 휘감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얼굴을 감쌌다.

툭.

순간 손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었는데 마치 운명의 부조리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 한 쌍의 텅 빈 눈으로 바닥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인형을 집어 가슴에 꼭 껴안자 딸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듯했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문 앞에서 장태양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며 내 생각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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