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화

아내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았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침착함을 유지했다. 나는 아내가 걷어 올린 바짓가랑이 아래로 무릎에 큰 멍이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

“여보, 앞으로 조심해. 다치잖아.”

유진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나는 내가 아내를 오해했다고 생각했다. 본분을 잘 지키는 아내가 나를 배신할 리 없다고 생각했고 넘어가려 했다. 자꾸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미안하기도 했다.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의심까지 하는 내가 못나 보였다.

“여보, 나 샤워 좀.”

아내가 헤벌쭉 웃으며 내 옆으로 지나갔다. 그때 나는 이상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 일종의 고무 냄새였는데 나는 맡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 냄새는 듀렉스 냄새 같았다.

나는 아내가 나를 배신할 리 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허튼 생각은 버리자고 다짐했다. 그때 샤워하던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여보, 올라오다가 소시지 좀 사 왔는데 점심에 구워줄게.”

“고마워. 여보. 하지만 나는 회사 나가봐야 해. 출장 다녀온 거 아직 회사에 얘기하지 않았거든. 점심은 집에서 못 먹을 것 같아.”

나는 이렇게 말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알았어. 여보. 그러면 저녁에 구워줄게.”

회사에 도착한 나는 출장 보고서를 대표인 공진우에게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내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공진우가 인내심을 잃고 이렇게 말했다.

“황인호 씨, 내일 다른 건으로 출장 좀 가야겠어요.”

나는 넋을 잃었다. 이제 막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또 나가라고 하니 화가 치밀어올라 속으로 대표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욕했지만 늘 그렇듯 월급쟁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짝 망설이자 공진우가 말을 이어갔다.

“대신에 이번 달 월급은 두 배로 드리죠.”

이 말에 나는 얼른 이렇게 대답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임무도 잘 마치고 오겠습니다.”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 출발하게 해주십시오.”

공진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몸을 돌려 사무실에 나가려는데 공진우의 핸드폰이 울리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