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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낮에 차를 타면서 생수를 몇 병이나 마신 나는 새벽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떠보니 아내는 옆에 없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거실을 지나가는데 옆방에서 어두운 빨간색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집에는 나와 아내밖에 없었기에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아내라면 이 늦은 밤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듣기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바로 아내가 내는 신음이었다.

나는 문틈으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봤다. 아내는 옷을 벗은 채 손에 도구를 들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나를 등지고 있어 뭘 보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방금 봤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책했다. 아내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모자란 남편 때문에 아내가 이런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내는 나를 배신한 게 아니었다. 이에 나는 아내가 그런 행동을 보여도 원망할 생각이 없었다.

반 시간쯤 지났을까, 화장실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췄다. 나는 아내가 샤워를 마쳤다는 걸 알고 자는 척을 했다. 아내는 방으로 돌아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고 나도 몸을 돌려 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아내는 내 몸에 손을 대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나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잠에서 깨보니 아내는 이미 옆에 없었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엉켜 붙으며 잠자리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나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쓰레기통에 버린 듀렉스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어젯밤 나와 아내는 관계를 가지지 않았고 나는 보름 동안 출장 나가 있었다. 게다가 나는 출장 가기 전에 쓰레기통을 비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쓰레기통에 누워있는 포장지를 보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유진이 나를 배신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쓰레기통에서 그 물건이 나올 리가 없었다. 나는 아내와 결혼한 지 5년이 되었고 슬하에 귀여운 딸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업무 수요로 딸은 부모님이 대신 봐주고 있었다.

나는 내가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 한다 해도 아내가 나를 배신할 일은 없다고 굳게 믿었다. 게다가 어제 아내가 욕구를 혼자 해소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아내가 혼자 집에서 콘돔을 쓸 일은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이 많아진 나는 얼른 핸드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내는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어딘가 파르르 떨렸다.

“여... 여보... 왜...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나는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의심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어제 아내가 혼자 욕구를 해결하면서 내던 소리와 똑같았다. 너무나 야릇한 목소리에 나는 아내가 정말 나를 배신한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심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만 나는 여전히 아내가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여 얼른 이렇게 물었다.

“여보, 뭐 해? 목소리가 왜 그래?”

“언제 들어와?”

“바... 바로요.”

나는 아내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유진아, 도대체 왜 그러는데?”

아내의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이상해졌다.

“아... 아... 여보, 일단 먼저 끊을게요.”

하지만 아내가 전화를 끊기 전 잠깐이나마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반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돌아왔다. 얼굴은 부자연스러운 홍조가 올라와 있었고 은은한 광채가 돌았다. 게다가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유진아, 아까 도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아내가 황급히 해명했다.

“러닝하러 나갔는데 넘어졌어. 무릎 빨갛게 된 거 보이지?”

아내는 이 말만 남기고 나를 지나쳤다. 나는 아내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고 이런 것까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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