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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만약 내가 아버지의 딸이 아니었고, 집에 돈이 없었다면, 천진호는 나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생각에 닿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학창 시절부터 이미 내 배경을 알고 나에게 접근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진호야,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지 너도 잘 알잖아!”

“헛소리 마!”

진호는 감정이 극도로 격해져 거의 광기에 사로잡힌 듯 말했다.

“고윤정, 네가 나를 개처럼 부렸다는 거 모를 줄 알아? 너는 나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어.”

나는 잠시 멍해졌다. 왜 진호가 유정희와 함께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정희는 진심으로 진호를 사랑하고 진호가 돈이 있는 줄 믿으며 무조건적으로 진호에게 순종했다. 반면 나는 어릴 때부터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교육을 받으며 이성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성장해왔다.

나는 부부 사이를 평등하게 여겨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절제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진호를 아무리 사랑해도 다른 여자들처럼 애교를 부리거나 아양을 떨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진호에게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야 나는 진호와 나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치관도 다르고, 생각도 서로 달랐다.

“진호야, 그래서 지금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진호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나를 옥상으로 데리고 가더니,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2억 현금과 헬리콥터 한 대를 준비해. 그렇지 않으면 윤정을 여기서 떨어뜨려 버릴 거야.”

아버지는 즉시 진호의 요구를 수락했다.

나는 진호를 바라보며 진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느꼈지만, 지금은 맞서기보다는 침착하게 대처해야 했다.

“진호야, 날 먼저 놓아줘. 네가 원하는 건 전부 줄게.”

진호는 매섭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그런 말 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아? 윤정, 머리 굴리지 마.”

30분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착했다.

“진호야, 윤정을 놓아줘. 돈은 가져왔고 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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