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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귀에 찬 귀걸이를 본 유정희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귀걸이를 강제로 잡아당겼다. 그 고통에 난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정희, 너 미쳤니?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네 남편을 모른다고!”

정희가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정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희는 전화번호를 보고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내 남편이네. 분명 나를 걱정해서 전화한 거겠지.”

정희의 친구가 말했다.

“스피커폰으로 받아서 이 년이 네 남편이 얼마나 다정한지 똑똑히 들려줘.”

“그래.”

전화를 받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악랄하던 정희는 순한 양이 되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 아기 데리고 친구들이랑 쇼핑하고 있어요.”

전화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늦지 않게 돌아가고, 아이 잘 돌봐.]

나는 순간 멍 해졌다. 남편인 천진호의 목소리였다. 진호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나는 진호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호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게 정희의 오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화를 끊은 정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남편 사진 있니?”

정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핸드폰 앨범을 열어 내게 들이밀었다.

“이 나쁜 년, 눈 똑바로 뜨고 봐. 이 사람이 내 남편이야. 내 남편은 나를 사랑해. 너 같은 년은 절대 뺏을 수 없어!”

사진 속에서 남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정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내 남편, 진호였다.

낯익은 거실 배경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작은 별장은 내가 2년 전 산 곳으로, 회사와 거리가 멀어 자주 가지 않았기에 진호가 관리하도록 맡겼던 곳이다.

최근 반년 동안 진호는 출장 핑계를 대며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진호가 바쁘게 일하느라 피곤할까 봐 집에 오면 보약을 끓여주곤 했다.

그러나 진호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다른 여자가 있는 또 다른 집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집 또한 내가 내 돈으로 산 집이었다.

진호와 나는 수년을 함께했고, 진호는 나를 항상 처음처럼 아껴주고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아이까지 낳았다니!

나는 아직도 결혼식 날, 진호가 울며 평생 나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정희는 내가 침묵하자 내가 약해진 줄 알고 다시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내 남편과 나의 결혼 증서야. 내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지만 않았으면 남편이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줬을 거야. 너 같은 저질 여자는 절대 할 수 없겠지?”

나는 결혼 증서에 적힌 사진과 이름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진호와 이혼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결혼했다면, 진호는 중혼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정희가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확 잡아당겨 빼앗았다.

그리고 내 팔에 있는 팔찌마저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 행동에 내가 놀라서 외쳤다.

“팔찌는 안 돼! 다른 건 다 줄게, 이 팔찌만큼은 안 돼.”

정희는 친구 둘에게 나를 붙잡으라고 시킨 뒤, 팔찌를 내 손목에서 빼앗아 갔다.

나는 초조하게 말했다.

“제발 돌려줘, 내 팔찌를 돌려줘. 정희야, 팔찌만 돌려주면 내 차를 부수고 고가의 골동품을 깨뜨린 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 부탁이야, 팔찌만 돌려줘.”

정희는 내 말을 비웃으며 조롱하듯 웃었다.

“그렇게 겁먹은 모습이 꽤 재밌네.”

나는 불안과 분노가 섞여 저음으로 으르렁거렸다.

“너 이 팔찌가 얼마인지 알아? 이건 진옥색 팔찌야, 10억이 넘는다고!”

정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그냥 팔찌 하나 가지고 10억 운운하다니, 거짓말 좀 그만 해!”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이 팔찌는 진옥색, 그 값어치는 너희가 절대 물어줄 수 없을 거야!”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중에 이걸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빛깔을 보니 진짜 진옥색 맞는 듯.]

정희는 당황한 듯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아까 나를 때렸던 중년 여성이 정희의 팔을 쿡 찔렀다.

“정희야, 걱정하지 마. 이 팔찌가 정말 저년 말대로 10억 넘는다면, 그 돈이 어디서 났겠어? 네 남편이 사준 게 아니겠니? 그렇다면 그건 너희 부부의 공동 재산이지! 마음대로 던져버려, 겁낼 거 없어!”

“맞아, 정희야. 네 이모가 맞는 말 했어.”

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이 팔찌는 분명히 우리 남편이 사준 거야. 그럼 이건 내 돈이지!”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바보들!’

“잘 들어! 내가 진호의 합법적인 아내야. 너희들의 멍청함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러나 내 말은 그들의 조롱과 욕설에 묻혔다.

나는 바닥에 강하게 짓눌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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