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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정희가 팔찌를 높이 들어 올리며 나를 향해 악의 어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소중히 여길수록, 나는 더더욱 부숴버리고 싶어. 누가 감히 첩질하면서 내 가정을 파괴하려 해?”

정희의 손가락이 풀리는 순간, 나는 소리쳤다.

“안 돼!”

딱-

팔찌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온몸이 분노로 떨렸다.

내가 분노한 것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이 팔찌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워낙 바빠서 나를 돌봐주신 분은 할머니였다. 2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물려주신 것이 바로 이 팔찌였다.

이 팔찌를 착용하는 동안, 마치 할머니가 내 곁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깨져버렸다.

할머니와의 유일한 추억마저 사라진 것이다.

나는 붉어진 눈으로 정희와 그 일당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내가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

정희의 얼굴에는 악독한 표정이 떠올랐다.

“자, 얘들아, 이년이 아직도 입을 살살 놀리네? 제대로 손봐서 꼼짝 못 하게 만들어줘야겠어.”

길가에서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돕지 않았다. 나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자 정희 일당은 나를 옆 골목으로 끌고 갔다.

사람이 없는 곳에 오자, 그녀들은 더욱 거칠어졌다. 계속해서 내 옷을 잡아당겼다. 나는 옷깃을 꽉 잡아 쥐었지만, 다행히 지금이 겨울이라 두꺼운 코트와 스웨터를 입고 있었기에 쉽게 벗겨지지는 않았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이러는 건 불법이라고!”

그러자 얼굴에 흉터가 많은 여자가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첩년 주제에 무슨 법을 들먹여? 뻔뻔하기는!”

내 옷이 벗겨지지 않자, 그들은 더 화가 난 듯했다.

“제대로 교육도 못 받은 쓰레기 같은 년이, 남편이 돈 좀 있다고 CEO라니까 덤벼든 거지? 내 지금 네 얼굴을 망가뜨려서 남자 꼬실 생각도 못 하게 해줄 거야!”

나는 정희의 손을 피해 얼굴을 지켰지만, 대신 머리카락 한 움큼이 뽑혀져 나갔다. 아픔에 숨을 들이쉬었다.

이 미친 여자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늘 네놈들이 한 짓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내 말을 듣자, 그들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더더욱 멈추지 않았다.

정희는 심지어 내 팔에 발까지 얹고 짓밟았다. 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정희는 의기양양했다.

“더 말해봐! 아까는 아주 건방지더니 이제는 뭐라고 할 건데? 이 더러운 첩년아!”

“첩년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니까!”

반격하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나는 바닥에 꽉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정희를 바라보며 말할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천진호에게 전화해 봐. 내가 누군지 물어보라고!”

정희는 내 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리쳤다.

“네가 누구긴 누구야, 더러운 첩년이지! 내 남편이 널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하지 마. 천하의 황제라도 너 못 구해.”

이때 방송을 보던 누군가가 물었다.

[이렇게 때리는 건 좀 과한 거 아니에요?]

정희는 내 팔을 더 세게 짓밟으며 얼굴을 가리켰다.

“이 여자는 보기만 해도 음흉해 보여. 오늘 교훈을 주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남자나 유혹할 거라고. 어쩌면 당신네 남편일지도 몰라! 이건 모든 여성을 위해 내가 대신 나선 거야. 좋은 일 하는 거라고!”

댓글창에는 정희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런 여자들은 사회 풍속을 해쳐! 제대로 맞아야 정신 차리지!]

[나도 지금 일하는 중이지만, 가서 두 대 때려주고 싶다.]

[내 남편도 첩년한테 홀려서 나와 애까지 버렸다니까, 첩년은 봐줄 수 없다.]

정희는 그 말에 더욱 기세등등해져 나를 마구 때렸다.

살면서 이렇게 분노한 적이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

그 순간,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쓰러지기 전 어렴풋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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