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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사랑의 대가
거짓된 사랑의 대가
작가: 안심

제1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쪽 도로에서 무리를 이루어 내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손에 핸드폰과 확성기를 들고 있었고, 확성기에서는 첩을 응징하겠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방송하는 것들이 정말 기상천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 시청자도 많은 거겠지.’

그때, 무리의 중심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를 보고 나는 멈칫했다.

유정희, 남편이 후원하던 대학생이었다.

남편의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 남편은 가난한 대학생을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고생하며 자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나는 흔쾌히 지지했다.

정희는 남편이 후원하던 학생들 중 하나였다.

정희의 사진과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정희는 부모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렵게 키워왔다고 했다. 나는 정희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도와줄 수 있는 한 많이 도와주라고까지 했다.

정희와 그 무리가 내 쪽으로 걸어오자, 나는 비켜서려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밀쳐 거의 넘어질 뻔했다. 정희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도망가려 해? 꿈도 꾸지 마!”

그러더니 핸드폰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봐요, 이 여자가 내 남편을 유혹한 첩이에요!”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첩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희는 곧장 말했다.

“아냐, 틀림없어. 우리가 응징하려던 사람은 바로 너, 고윤정이야.

너희는 모르겠지만, 이 여우 같은 여자가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알아? 내 남편과 내 가정을 무너뜨리려 하고, 남편이 가진 모든 자산을 자기 명의로 이전하게 하려 했어. 우리 남편이 대기업 대표고 아주 잘생기었거든. 그러니 이 창녀가 내 남편에게 들이댄 거야!”

정희는 안고 있던 아기를 카메라 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얘가 내 딸이야. 이제 여섯 달 됐어.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이 여우가 내 남편을 유혹하기 시작한 거야. 이 뻔뻔한 년!”

정희의 말이 갈수록 어이가 없어서 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말했다.

“정희 맞지? 경고하는데, 헛소리로 사람을 모욕하지 마.”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여자가 나를 때렸다.

순간 머릿속이 울리는 듯했고, 몸이 휘청거렸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신고하려 했으나, LV 가방을 빼앗겨 땅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발로 짓밟혔다.

“이 더러운 첩년이 아직도 발뺌해? 쥐어 터지기 전에는 눈물이 안 나는구나! 너희 엄마가 첩질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니? 이런 천박한 년! 너보다 차라리 매춘부가 낫겠어!”

그들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머리를 강하게 당겨 고통에 땀이 났다.

“당장 놓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핸드폰을 내 얼굴에 들이대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화면에는 채팅과 선물들이 쏟아졌다.

[첩은 당연히 응징을 받아야지. 남의 남자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해줘!]

[알고도 첩질한 건데, 도덕을 망치는 년은 당해도 싸.]

[겉으로는 순진해 보이지만, 첩질하는 꼴이라니.]

정희는 댓글을 보더니 말했다.

“이런 순진해 보이는 애들이 속은 더러워서 남자만 보면 다리를 벌리려고 한다니까.”

정희의 친구도 거들며 말했다.

“봐봐, 저 꼴만 봐도 첩질하는 게 익숙한 거 같잖아!”

그러더니 그들은 내 차를 주목했다.

“이 차, 페라리네. 수십억 원짜리잖아. 첩질로 돈 좀 벌었나 보네.”

정희는 안고 있던 아기를 중년 여성에게 맡기더니 말했다.

“이 년이 몸 팔아 산 차니까 부숴버리자.”

그들은 철봉을 가져와 내 차를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미친 짓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들은 전혀 양심 없는 인간들이었다.

정희는 내 차 열쇠까지 빼앗아 차 안에 있던 물건을 다 꺼내어 땅에 던져 짓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희가 뒷좌석에서 큰 선물 상자를 꺼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청화 호리병, 50억 원짜리야. 경고했어.”

그 청화 호리병은 지난주 경매에서 내가 낙찰 받은 것이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오늘 밤 선물로 드리려고 차에 실어둔 것이었다.

정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한테 잘난 척하지 마. 이딴 싸구려 병이 무슨 50억이야? 웃기네!”

그러더니 호리병을 땅에 내동댕이치고는 더욱 크게 웃었다.

나는 망가진 물건들과 정희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너, 이 모든 걸 배상해야 할 텐데 그때도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말에 정희는 내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속일 생각 말고, 입 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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