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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온몸에 타박상과 뇌진탕이 있으며 왼쪽 손목이 골절됐다고 했다.

붕대로 감긴 팔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쓰레기들, 하나씩 단단히 응징해줄 거야.”

그때, 옆 병상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나를 향해 침을 뱉으며 말했다.

“너, 그 첩년 맞지? 창피한 줄 알아야지. 남의 가정 파탄 내고 맞은 게 당연해.”

나는 그 사람을 지그시 바라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

내가 기절한 후로 방송이 끊어져 아직까지도 아무도 내 진짜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유정희가 말한 첩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의사에게 고급 VIP 병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의사는 내 요청에 따라 주선해주었다.

몇 분 후, 나는 VIP 병실에 누워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이 발로 짓밟혀 금이 갔지만 그래도 다행히 사용할 수는 있었다.

전화를 걸 준비를 하려던 순간,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모두 천진호에게서 온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나는 진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진호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여보, 어디야? 빨리 전화 받아줘, 걱정돼서 미치겠어.”

진호가 방송을 본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난리가 난 일이었으니, 만약 진호가 보지 않았다 해도 주위 사람들이 알려주었을 것이다.

진호와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났다. 진호는 성실하고 공부도 잘했다.

반면, 나는 성적이 나빴고 자주 이름이 불리곤 했다. 진호는 방과 후 자발적으로 나에게 보충 수업을 해주었고, 진호의 도움 덕분에 내 성적도 크게 올랐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싹트지 않았다. 그저 같은 반 친구였을 뿐이었다. 진호는 온 신경을 공부에 집중하며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번 등산을 갔다가 내가 발목을 삐끗해 걸을 수 없게 되자, 진호는 나를 업고 산을 내려갔다.

날씨가 무척 더웠고, 나는 진호에게 내려달라고 했지만, 진호는 끝까지 나를 업고 내려왔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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