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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시스템은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번 기회는 시간의 제한이 없었다.

나는 이 세계에 더 오래 머물며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보낸 녹음과 영상만으로는 이수혁이 백수지를 당장 포기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의심은 씨앗처럼 수혁의 마음에 심어져 서서히 자라날 것이다.

수지를 완전히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감정이란 가장 어려운 것이 깨진 거울을 다시 맞추는 것이다.

설령 다시 맞춰진다 해도 수많은 균열이 남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수혁은 예전처럼 수지만을 온전히 사랑하던 따뜻한 소년이 아니다.

지금의 수혁은 부서져 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다시 맞춰준 건 바로 나였다.

난 내가 처음 수혁과 함께 있었을 때를 떠올렸다. 수혁은 매일 밤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고, 수지의 사진을 안고 구석에서 울었다. 처음에는 눈물만 흘렸다.

그러다 지쳐가면서 수혁은 자해를 시작했다. 약을 먹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환각까지 나타나 수혁이 생각하기에 병들거나 죽어야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처럼 뜨거운 사랑이, 만약 수혁이 처음부터 수지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수혁이 여전히 수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이 깊을수록 미움도 깊을 것이다.

시스템은 내게 알려주었다. 한 달 뒤로 예정된 결혼식이 취소되었다고.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신이 애타게 기다리던 여자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수혁은 여전히 매일같이 술집을 전전하고 있었다.

수지에게 맹목적인 친구 중 한 명이 수혁을 찾아와 불만을 털어놓았다.

“수혁, 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이제 수지도 돌아왔는데 왜 또 여기서 술을 마시는 거야? 수민과의 결혼식도 취소하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 친구가 반쯤 농담처럼 한마디를 던졌다.

“설마 그 질 낮은 대체품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말이 떨어지자마자, 수혁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친구를 노려보았다. 생각할 것도 없이 수혁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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