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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원래는 사라질 운명이었던 나.

하지만 백수지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인해, 시스템은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수지를 찾기 전, 수지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한 카페에서.

그곳은 이수혁과 수지가 자주 가던 곳이었고, 여기서 그들은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키스하곤 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수혁이 수지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

따라서 이 장소를 선택한 건 수지가 나에게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지는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 눈빛은 숲 속 사슴처럼 순수하고 애처로웠으며, 눈동자에는 은은한 물결이 일렁였다.

그러니 수혁이 수지를 잊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너 왜 아직 가지 않은 거야?”

수지는 팔짱을 낀 채를 책망했다.

나는 담담하게 반문했다.

“넌 이미 공략에 성공했는데, 왜 돌아왔지? 설마 진짜로 사랑하게 된 건 아니겠지?”

수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이내 비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소설 속 캐릭터를 좋아하겠어?”

“그럼 왜 돌아왔는데?”

수지는 순수한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악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내 먹잇감을 다른 사람이 탐내는 게 싫었을 뿐이야. 내가 죽더라도, 수혁은 나만을 사랑해야 해.”

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돌아온 뒤로 수혁은 수많은 고통과 절망의 밤을 겪었고, 자해를 반복했어. 내가 곁에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죽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는 수혁을 도대체 뭐로 여기는 거야? 수지, 네가 무슨 권리로 그럴 수 있지?

그저 종이 위에 그려진 인물이라는 이유로 네가 수혁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생각해? 아니면 너도 수혁에게 진심으로 마음이 있는 거니?”

나는 수지를 응시하며 수지의 눈에 비치는 감정을 찾으려 애썼다.

“내게는 있어.”

내가 답하자 수지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틀림없이 질 거야. 왜? 못 믿겠어? 내 한마디면 수혁이 네 뺨을 때리게 할 수 있어.”

내가 망설이는 동안 수지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동시에, 수혁의 검은 구두가 문가에 나타났다.

수지는 수혁을 발견하고 울며 수혁의 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수혁의 가슴에 파묻혀 애처롭게 울며 말했다.

“수민 씨를 한번 보고 싶어서 불러냈는데, 아무 말도 듣지 않고 바로 날 때렸어. 수혁아, 미안해. 내가 돌아오는 바람에 수민 씨 자리를 빼앗아 이렇게 된 거 같아.”

이 말을 들은 수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윽고 수혁이 내게 다가오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오른손으로 내 오른쪽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그 힘은 강해서 얼굴이 뜨겁게 화끈거렸고,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났다.

“수민, 내가 너를 너무 많은 배려를 해줬나 봐. 너는 그저 수지의 대체품일 뿐이야. 이제 수지가 돌아왔으니 네가 자동으로 물러나는 게 당연하지 않아?”

눈물이 솟구쳐 나오자 나는 급히 얼굴을 감쌌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 사람이 나를 품에 안고 달래던 장면이 떠올랐다.

[괜찮아, 왜 울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를 그곳에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울지 마. 그냥 날 때려, 네 마음이 풀릴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 돼도 괜찮아.]

흐르는 눈물을 뒤로한 채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수혁은 절대로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사람의 잔상마저도 이 뺨을 맞고 나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수혁은 곧장 수지를 끌어당기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마치 내가 위험한 존재라도 되는 듯이.

그러나 내가 상대할 사람은 수지만이 아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재빨리 내리쳤다.

팍-

나는 수혁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수혁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눈살을 찌푸렸다.

검은 정장이 수혁의 어두운 표정을 더욱 엄숙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혁의 분노에 찬 눈을 바라보며 나는 오히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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