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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김성재의 이 히스테릭한 모습은, 전화에서 들리던 다정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엄마 노후는 내가 책임질게요.]

이쯤 되니 모든 것이 명백했다.

교통사고는 거짓이었고, 성재는 나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 떼어내려는 속셈이었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장 나가세요! 제 결혼식 망치지 마시고요!”

성재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호텔 출입구를 가리켰다.

성재의 얼굴엔 혐오가 가득했다.

그때 하혜교가 천천히 다가왔다. 혜교는 성재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리며, 일부러 슬픈 척 연기하며 말했다.

“그래도 이분이 네 생모인데, 어떻게 쫓아낼 수 있겠니? 나가야 한다면, 오히려 내가 나가야지.”

“그런 말씀 마세요!”

성재는 서둘러 혜교를 말리며 주저 없이 말했다.

“제 어머니는 바로 당신이에요. 그리고 이 분은 과거에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끼어들어서 나를 낳으신 분이니, 결국 진짜 불륜녀는 이 분이잖아요!”

성재는 말을 마치고 다시 나를 향해 위협적인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알아서 나가세요. 안 그러면 경비원 부를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얼음 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차가워지는 듯했다.

“성재야, 내가 예전에 경고했었지. 저 여자랑 엮이면 불행해지는 건 너라고.”

1년 전, 성재는 이 도시에 혜교가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었다.

게다가 혜교는 부자와 결혼해 졸지에 부자가 되었고, 우아하고 단정한 자산가처럼 성재에게 접근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혜교가 성재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갈 리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재에게 여러 번 경고하며, 혜교와 거리를 두고 멀리하라고 충고했지만 이제 보니 성재는 겉으론 듣는 척했을 뿐, 실제로는 한 마디도 새기지 않았던 것이다.

“불행하다고요? 당신 때문에 난 평생 불행할 것 같네요!”

성재의 얼굴에 잠시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분노로 변했다.

“혜교 이모와 함께라면, 인맥과 자금, 세상의 영광을 모두 누릴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겨우 식당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결국 나한테 본인 노후까지 떠넘기려고 했잖아요!

난 아직 젊어요. 당신에게 평생 발목 잡히고 싶지 않다고요. 그런데 뭐가 잘못이에요?!”

짧은 몇 마디 말로, 성재는 내 평생의 노력을 단번에 부정해 버렸다.

“이 분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어느새 연수가 성재 곁에 와 있었고, 나를 비웃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서 보안요원 불러서 끌어내, 곧 중요한 손님들이 도착할 예정이잖아.”

성재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돌려 밖에 있는 보안 요원을 불렀다.

나는 그런 성재를 막지 않고, 무표정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비록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 정말로 이 여자를 어머니로 모시겠다는 거니?”

그러면서 혜교를 가리켰다.

“혜교를 선택한다면, 너와 나 사이는 이제 끝이야. 난 더 이상 너를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나중에 돌아와서 무릎 꿇고 빌어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성재는 배꼽을 잡고 비웃으며 말했다.

“용서를 빌어요? 전 당신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안요원들이 도착했고, 성재는 그들에게 불청객을 내쫓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본인은 혜교를 부축하며 연회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 나는 보안요원이 내 팔을 잡으려는 것을 뿌리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호텔은 내가 전부 예약했어. 그러니 나가야 할 사람은 너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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