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일주일이 지나니 마침내 태풍도 잦아졌고, 항공편도 점차 복구되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매해 성재가 있는 다른 도시의 임대주택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 앞에 서서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

“혹시 집을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이 집 사람들 지난주에 이미 이사 갔어요.”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 사람은 내가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자신의 집 앞까지 데려가 보여주었다.

“정말이에요. 급하게 이사 가는 바람에 필요 없는 가구를 저한테 많이 주고 갔어요.”

그 사람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가 보니, 확실히 성재의 물건들이 많았다.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생겨서 그렇게 급히 이사했을까? 혹시 빚이라도 졌나?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다른 문제에 휘말린 걸까? 설사 문제가 있다 해도, 엄마인 나에게까지 숨길 이유는 없을 텐데!’

나는 불안감에 휩싸여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했지만, 혹시 성재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망설여졌다.

결국 나는 사설 탐정 사무소를 찾아가 먼저 그를 찾을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을 하자, 탐정 사무소에서는 여러 명의 조력자를 데리고 나왔다.

사람들이 도착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1층 로비가 무척이나 북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멀리서 신랑과 신부의 얼굴이 눈에 익어 보였다.

다름 아닌 내 아들 성재와 연수가 아니겠는가!

나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그 의심은 곧 사라졌다.

성재가 중년 여성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차 드세요.”

그 여자, 내가 재가 되어서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하혜교.

내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남편을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이다.

우리 부부가 연애할 때부터 혜교는 끊임없이 귀찮게 굴며 남편에게 접근했고,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 온갖 이간질을 했다.

결혼 후에도 혜교의 방해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임신했을 때는 유산을 유도할 만한 탕약을 보내기도 했다.

다행히도 신중한 성격이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혜교는 포기하지 않고 성재가 태어난 후에는 성재에게까지 접근하며 내 자리를 대신하려 했다.

그리고 성재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우리는 혜교로 인한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어 다른 도시로 이사했고, 비로소 잠시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사를 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남편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과 같은 사고에 휘말렸던 사람 중에는 혜교도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남편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고, 혜교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다른 도시에 사는 혜교가 갑자기 나타나 남편과 같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남편의 죽음에 혜교가 관련이 있을 거라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성재가 어렸기 때문에 사건을 덮어야 했다.

다만, 그때부터 품었던 원한은 마음 깊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내 성재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엄마라고 부르고 있다니, 참 황당한 일이다.

분노와 상실감이 동시에 몰려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자세히 보니 멀리 혜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십 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내 남편, 김현철이었다.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틀거렸다.

그때, 혜교도 나를 발견했다. 혜교도 조금 놀라는 듯했으나, 곧 도발적인 눈빛으로 성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성재도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미 이사까지 했는데, 제발 더 이상 나를 붙잡고 쫓아다니지 말아 주실래요?! 제가 당신 때문에 완전히 망가져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