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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그가 한 말을 듣자마자 아주 속상하고 슬퍼하면서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웃음만 나왔다. 정말이지 그는 끝까지 멍청한 사람이었다. 더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도 없었다.

“이혼 서류에 이미 작성해 뒀으니까 태훈 씨가 와서 사인만 하면 돼요.”

그에게 말할 기회를 더는 주고 싶지 않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반 시간 후,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오태훈인 줄 알고 바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오태훈이 아닌 고양이를 안고 있는 신유나였다.

그녀는 나를 보며 비웃었다.

“어때, 남편을 빼앗긴 기분이. 꽤 괴롭지?”

지금 이곳엔 그녀와 나, 단둘만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내 내게 사진 한 장 보여주었다.

“임서영, 태훈이가 왜 너랑 결혼한 줄 알아? 네 얼굴이 예전의 나랑 닮아서야. 지금은 내가 돌아왔으니 눈치껏 얼른 태훈이랑 이혼해!”

나는 시선을 돌려 그녀가 보여준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의 여자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여자는 신유나였다. 아마도 학생 시절에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외모든 옷 스타일이든 아주 청순해 보였다.

순간 오태훈이 나를 처음 봤을 때 지었던 표정이 떠올랐다. 멍하니, 꼭 나를 통해서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예전에 그에게 물어본 적 있었다. 그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냐고. 하지만 그는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기에 그의 말이 심지어 나는 감동 받기도 했다.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태훈은 나를 신유나의 대체품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너무도 가소로웠다. 나는 정말로 그가 나를 사랑해서 결혼한 줄 알았다.

“신유나 씨, 내가 이혼하든 말든 신경 끄시죠.”

신유나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임서영, 뻔뻔하게 굴지 마. 태훈이는 널 사랑하지 않아. 그런데 구질구질하게 태훈이 발목 잡고 있겠다는 거야? 제발 눈치껏 좀 행동해.”

나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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