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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더는 방법이 없었던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너무 다급했던 나머지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고 말았다.

허원혁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형수님, 태훈이 형은요?”

“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오려고 하지 않아요. 어머님은 어떻게 됐어요?”

허원혁은 고개를 돌렸다. 내 두 눈을 마주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형수님,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순간 나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얼른 응급실로 달려갔다.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어머님의 얼굴을 보니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머님, 죄송해요. 태훈 씨를 찾지 못했어요.”

나는 차마 어머님에게 오태훈이 병원으로 오는 걸 거부했다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없었다.

“서영아, 나한테 숨길 필요 없단다. 태훈이는 내가 낳은 아이야.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분명 그 여자랑 시간을 보내느라 오지 않은 게야. 그 여자한테 홀랑 빠져서 제 어미도 나 몰라라 하는 불효자식 놈! 나는 서영이 널 처음 보자마자 착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단다. 그동안 태훈이가 그 여자 집 들락날락하면서 많이 맘고생 많이 했지? 나한테 말할 수도 없어서 혼자 속으로 많이 끙끙 앓고 있었겠구나. 내가 미안하구나. 다 내가 자식 잘못 키운 탓이야.”

나는 소리 없이 울었다.

“어머님, 그건 어머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기침을 두어 번 했다. 나는 순간 불안해졌다.

“어머님, 말씀 그만 하세요. 푹 쉬면 괜찮으실 거예요.”

어머님의 두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맺혔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구나.”

나는 가슴이 너무도 아파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머님은 나를 보며 말했다.

“서영아, 앞으로 내가 곁에 없어도 네 한 몸 잘 챙겨야 한단다. 절대 너 자신을 고생시키지 마. 이혼해. 나는 네가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말을 마친 후 어머님의 두 눈은 굳게 감겼다.

“어머님!”

나는 침대에 엎드려 통곡했다.

어머님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허원혁이 옆에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나는 차가워진 어머님의 몸을 보곤 핸드폰을 꺼내 오태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나는 카톡을 열어 그에게 문자를 남겼다. 뭐가 어찌 되었든 장례식이라도 잘 치러줘야 하지 않겠는가. 오태훈이라면 분명 마지막 인사쯤은 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성한 문자를 전송하기도 전에 신유나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여러 장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 속에는 그녀가 고양이를 안고 있었고 옆에는 남자의 팔이 나와 있었다. 그 팔은 오태훈의 팔이었다.

그리고 문구도 있었다.

[우리 마루한테 마루만 사랑해주는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이따가 콘서트 보러도 가야지!]

오태훈은 밑에다 댓글도 달았다.

[네가 즐거워하면 나도 즐거워.]

나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이 찢어져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오태훈은 신유나와 신유나의 고양이를 데리고 콘서트까지 보러 갔다.

결국 나는 작성했던 문자를 전부 지워버렸다.

어머님의 장례식도 결국 내가 전부 맡아 했다. 바쁘게 움직인 후 나는 어머님의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테이블 위에는 어머님의 물컵이 놓여 있었다. 그 물컵을 보니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오태훈의 아버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었기에 그동안 어머님이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오태훈을 키웠다. 아주 고생하면서 살았던 탓에 이런 심장 질환을 앓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오태훈이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내게 물었다.

“어머니는?”

나는 소파에 앉아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안고 있던 유골함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어머님은 이 안에 있어요.”

오태훈은 나를 잔뜩 질린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임서영,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우리 어머니가 널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난 속지 않을 거라고. 어머니는 어디에 숨겼어? 빨리 모셔와!”

그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게로 던졌다.

“유나가 우리 어머니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기나 해? 어머니를 위해 옷까지 사줬다고. 그런데 너는 며느리라는 사람이 어머니를 네 연극에 끌어들여?!”

나는 헛웃음만 나왔다.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셨는데 그 옷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어머님에게서 어떻게 저런 멍청한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나는 쇼핑백을 주운 뒤 다시 그에게 힘껏 던졌다.

“오태훈, 신유나가 뭐라고 하면 전부 다 철석같이 믿는 거야? 넌 머리라는 게 없어? 장식이야? 어머님은 돌아가셨다고!”

오태훈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내가 안고 있던 유골함을 빼앗아 갔다.

“임서영, 너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이딴 유골함을 어디서 구해오면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그는 유골함을 높이 들더니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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