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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작가: 안심

제1화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와중에 시어머니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는 급하게 수저를 내려놓고 다가가 물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심장이 아프신 거예요?”

시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들어 남편인 오태훈에게 연락했다. 나의 남편은 내과 전문의사였다.

그는 야근이 있다면서 저녁을 먼저 먹으라고 미리 연락했었다.

그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어진 시도 끝에 드디어 연락이 닿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남편의 목소리가 아닌 애교가 섞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서영 언니, 제 냥이가 조금 아파서요. 태훈이가 지금 먹을 것을 만드는 중이니까 그만 연락하실래요? 그러다 겨우 잠든 제 냥이가 깨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순간 표정이 경직되고 말았다.

이 목소리는 신유나의 목소리였다. 오태훈의 첫사랑 신유나.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신유나의 부모님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오태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을 갈라놓았고 신유나를 해외 유학을 보냈다.

그러다가 나중에 오태훈은 나를 만나게 되었고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면서 거의 반년 동안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의 끈질김에 나는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와 결혼한 후에도 결혼 생활은 꽤나 안정적이었다. 오태훈은 누구나 봐도 아주 모범적인 남편이었다.

3개월 전 신유나가 해외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때부터 오태훈은 180도 달라져 버렸다.

매일 아침 일찍 나간 후 아주 늦게 귀가했을 뿐 아니라 주말에는 외박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항상 일이 많아 야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야근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 신유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돌아오지 않는 것임을.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따져 물어보기도 했으나 그는 나에게 의심병이 있냐며, 마음이 그렇게나 옹졸해서 되겠냐며 말했다.

보아하니 그는 또 나를 속이고 있었고 애초에 야근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이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차가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태훈을 바꿔줘요.”

“유나야, 누가 전화한 거야?”

전화기 너머로 오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말했다.

“태훈 씨, 어머님이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있으니까 얼른 와요.”

어머님이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전하면 오태훈이 긴장하면서 불안해할 줄 알았으나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임서영, 너 정말 돌았어? 지금 나 집에 들어오라고 우리 어머니까지 저주하는 거냐?!”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연락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안내만 들려왔다.

점점 심각해지는 시어머니의 상태에 나는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어머님, 제가 병원에 모셔다드릴게요.”

나는 어머님을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

병원 로비에 들어가자 결국 어머님은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게 되었고 나는 얼른 휠체어를 빌려와 앉혔다. 몸을 돌리자 바로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오태훈의 동료 의사 허원혁이었다.

나는 동아줄을 발견한 사람처럼 얼른 그를 불렀다.

“원혁 씨, 제 어머님이 심장 발작을 일으키셨어요. 얼른 살펴봐 주세요.”

허원혁은 나를 보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수님, 태훈 형이 이미 제게 얘기를 했어요. 태훈 형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태훈 형 어머님이랑 함께 연극을 하고 있다면서요. 태훈 형이 저더러 형수님을 무시하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연극이 아니에요. 어머님이 정말로 심장 발작을 일으키셨다고요.”

허원혁은 여전히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형수님, 이런 장난은 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런 건 저주에요. 시간도 늦은 밤이니까 그냥 어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서 푹 쉬세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었던지라 결국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허원혁 씨, 지금, 당장 저희 어머님께 응급 수술을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 민원을 넣을 거예요!”

나는 줄곧 온화하고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화를 내고 있으니 허원혁은 당황한 듯 나를 보았다.

“형수님, 정말 연극이 아니에요? 어머님께서 정말로 심장 발작을 일으키신 거예요?”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사라는 사람이 보고도 몰라요? 지금 제 어머님은 정신까지 잃으셨다고요!”

허원혁은 그제야 내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른 어머님을 모시고 빠르게 검사를 했다. 그리고 다른 의사와 간호사를 불러오며 응급수술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원혁이 응급실에서 나오며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형수님, 어머님께선 많이 위독하신 상태입니다. 어머님을 지금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태훈 형뿐이에요. 제가 연락해 보았는데 이미 전화기를 꺼버린 상태더라고요.”

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어머님은 늘 나한테 잘해주셨다. 거의 친딸로 여기며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셨고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용돈이 부족할까 봐 매번 몰래 나의 계좌로 용돈을 입금해 주셨고 선물을 사드리면 항상 필요 없다면서 돈 낭비하지 말라고 하셨다.

가끔 나와 오태훈이 싸우기라도 하면 아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내 편을 들어주면서 오태훈더러 나에게 사과하라고 하기도 했었다.

나는 어떻게든 어머님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택시를 타고 신유나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도착한 뒤 초인종을 눌렀다.

이내 누군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사람은 신유나였다. 그녀는 얇은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가슴골이 전부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조금만 허리를 굽혀도 속살이 전부 다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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