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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다시 진태성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남극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신호도 없는 곳에서 지낸 지 한 달 동안, 나는 함께 남극에 온 대원들과 부쩍 가까워져 매일 새로운 걸 탐험하러 다녔다.

비록 주위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몸도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마음만은 들끓었다.

그날 어렵게 신호를 잡은 나는 구석에 몰래 숨어 가족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카톡을 열어 보니 백통이 넘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지루하게 하나하나 넘기던 그때, 주정우가 보낸 문자가 내 눈에 띄었다. 그는 진태성의 근황을 알려 주었다.

내가 남극으로 떠난 뒤, 진태성의 판결 결과도 나왔다. 그는 그 사건으로 일자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가족도 잃고 딸도 잃은 채 5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 결과를 들은 순간 진태성의 멘탈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거액을 들여 사립탐정을 고용했고, 끝내 임정안의 행적을 찾아냈다.

그때 임정안은 마침 해외 비자를 발급받아 해외로 도피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진태성이 막아섰고, 공항에서 과도를 꺼내 그녀를 스물 몇 번이나 찔렀다.

임정안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진태성은 인파속에서 미친 듯이 웃어댔다.

“다시 돌아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난 여전히 이런 결말이냐고?”

말을 마친 진태성은 피 묻은 과도를 높이 들어 자기 심장에 내리꽂았다. 심지어 죽는 순간까지 진태성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번에 다시 시작할 거야.”

“한 번만 다시 시작하면 이번에는 제대로 선택할 수 있어.”

“세현아, 하영아, 안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진태성은 영원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질지 누가 알까?

나는 탁한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주정우에게 답장하려고 했으나,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해 봐도 문장을 끝맺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핸드폰이 꺼지는 순간, 검은 액정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남자는 내 뒤에서 내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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