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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극한의 분노에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진태성을 연결했다.

하지만 관제탑에서 이번에는 아예 우리 비행기와의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다.

나는 진태성의 도움뿐만 아니라 관제탑에 있는 다른 동료들한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비행기는 미친 듯이 요동쳤고, 좌석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 비명, 심지어는 통곡 소리까지 들려왔다.

승무원이 조종실로 들어오는 찰나, 객실에서 고객들의 욕설이 흘러 들어왔다.

“뭔 비행기가 이따위야? 오늘 여기서 죽는 거야?”

“기장이 원한을 사서 이 사달이 났다던데. 젠장, 기장 한 명 때문에 우리 목숨도 위험하게 생겼네.”

“운전은 왜 해? 당장 기어 나와 사과나 해라!”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내 딸까지 욕했다.

“이 여자애가 기장 딸이라던데, 이 계집이 아니면 우리가 이런 사고를 당할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성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런 사람을 욕해주었다.

“망자에 대한 존중은 좀 지킵시다! 우리는 아직 죽은 거 아니잖아요! 기장님 좀 믿어 보자고요!”

고객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 사회가 어떤지 단번에 드러났다.

그때 승무원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장님, 밖에 상황을 점점 공제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복잡한 조종대의 각종 버튼을 주시하며 심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주 기장, 이제 믿을 건 우리뿐이에요.”

주정우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 있어요?”

내 말에 주정우는 심호흡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는 이미 관제탑의 버림을 받은 상태다.

그렇다고 다른 항공기의 비행을 방해할 수 없기에 나는 평소에 가본 적 없는 선로를 따라 한 바닷가로 향했다.

다행히 천둥번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구사일생으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 항공기 안 고객들은 누구도 욕설을 퍼붓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거나 조용히 울거나,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착륙하는 수간,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허리 굽혀 경의를 표했다.

비행기에 탄 360명 중 내 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병원에서 흰 천에 덮인 딸을 본 순간, 꾹꾹 눌러 참았던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나는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졌고, 저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내가 살면서 나를 포함한 삼백여 명의 목숨을 구했지만, 유독 내 딸만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주정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나를 위로했다.

“정 기장님, 밖에서 기장님 인터뷰하겠다는 기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여긴 제가 있을 테니까 잠깐 다녀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눈물을 닦고 차갑게 식은 딸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가는 길에 진태성과 임정안을 만났다.

나를 본 순간 진태성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이게 누가야? 영웅 기장님 아니야? 뭐야? 하영이가 죽었다며? 딸이 죽었는데, 인터뷰할 기분은 있나 봐?”

순간 화가 처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 진태성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진태성, 개소리 집어치워! 하영이는 당신 친딸이야!”

진태성은 내 손을 뿌리치며 피식 웃었다.

“친딸은 무슨. 내가 볼 때 걔도 당신 닮아서 이기적이야. 당신 딸이 그러면 그렇지. 당신 같은 엄마를 뒀으니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자식이 나오지!”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몸이 휘청거리며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진태성은 본 체도 하지 않고 임정안을 부축한 채 마음 아픈 듯 말했다.

“정안은 너무 착해서 당신 모녀한테 괴롭힘이나 당한다니까...”

이제는 너무 슬퍼 헛웃음이 나왔다.

“진태성, 하영이 정말 죽었어...”

진태성은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냉소를 지었다.

“죽었다고? 잘됐네. 아주 멀리 치워버리고 싶었는데. 살아 있으면 모녀가 짜고 정안이 괴롭힐 거잖아!”

내 마음속 원한은 점점 증폭되어 결국엔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진태성, 후회하지 마.”

진태성은 그저 귀찮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후회하면, 당신 공놀이하라고 내 머리를 떼어줄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 끝에서 간호사가 다급히 달려왔다.

“정 여사님, 따님분 사망 증명서 나왔습니다. 얼른 장례식장에 연락해 시신을 옮기세요.”

그 순간, 진태성의 얼굴은 갑자기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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