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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는 딸 대신 첫사랑을 택했다
그날, 그는 딸 대신 첫사랑을 택했다
Author: 꿀꿈

제1화

딸아이와 나는 교통사고 후에 각기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수술해야 하는데, 주치의가 오지 않아 처리가 지연되고 있었다.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은 후, 마치 내 영혼이 몸을 떠나 떠도는 기분이었다. 내 몸은 병상에 누워있지만, 영혼은 딸아이 곁에서 애타게 지켜보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초조해지는데, 응급실 간호사도 다급하게 재촉했다.

“소정환 선생님은 아직 안 오신 건가요? 이 아이 상태가 위중해요!”

옆에 있던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재촉해봤는데, 선생님이 조금 늦게 오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기 공원에서 그 아이가 황금 달걀 깨기 놀이에 푹 빠져서 1등 상을 얻기 전엔 돌아오려 하지 않아서요.”

“왜 이렇게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거죠? 아이가 지금 위급하다고요!”

‘소정환?’

익숙한 이름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내 딸이 사고 후 이송된 병원이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것을.

그는 이 도시에서 손꼽히는 소아과 의사다. 그랬기에 남편이 있다면, 우리 딸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초조하게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병실을 뛰쳐나가며 말했다.

“공원이 병원 근처니까, 전화해 보세요. 저는 직접 가서 데려올게요.”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남편이 병원에 있는 게 아니라, 허유연과 그녀의 아들을 만나러 공원에 간 거였다.

하지만 뛰어나가는 간호사를 바라보며 차마 딸아이 곁을 떠날 수 없었고, 마음속으로 남편이 제발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공원에서

“축하해, 현우야! 또 2등을 뽑았네!”

“또 2등이라니! 싫어요! 싫단 말이에요! 난 1등이 필요하다고요!”

간호사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 정환은 본인의 첫사랑이자 그가 동경했던 유연과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황금 달걀을 깨다가 1등이 나오지 않아 울고 있는 김현우, 그의 첫사랑의 아들을 달래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응급실에 교통사고로 위중한 여자아이 환자가 있어요.”

숨이 턱까지 차오른 간호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정환에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정환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울고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갈게요.”

간호사는 속이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정환은 이미 현우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현우야, 얌전히 굴자. 네가 자꾸 울면 심장이 안 좋아져서 또 주사 맞아야 하고 아프게 될 거야.”

“삼촌이 다 사줄 테니까 천천히 하자, 응?”

현우는 정환의 말에 유연의 위로까지 받으며 점차 울음을 그쳤다. 이에 유연은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환에게 미소 지었다.

“정말 고마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우리도 병원으로 돌아가자.”

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연 모자를 병원으로 데려다주고, 병실에 배웅한 뒤에야 간호사를 따라 응급실로 향했다.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마침내 늑장을 부리며 나타났다.

정환은 피투성이로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한 번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빨라서 내가 착각한 걸지도 모른다.

고개를 저으며 내가 잘못 봤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소정환은 언제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으니, 그렇게 냉담할 리가 없었다.

드디어 수술실의 불이 켜졌고, 내 가슴을 짓누르던 걱정이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 그제야 돌아서 보니, 응급실 침대에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내 몸이 보였다.

의사는 옆에서 펜을 들고 말했다.

“뇌진탕과 두개골의 경미한 골절이 있지만, 일단 큰 문제는 없네요.”

그런데도 내 마음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사고당한 사람이 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모든 일을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오늘은 딸아이인 소현아의 생일이었다. 저녁 식사 전에 남편이 병원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

딸아이는 아빠를 찾고 싶어 몰래 집을 나왔고, 나는 길가에서 그녀를 찾아냈지만, 마침 그때 한 차량이 딸을 향해 돌진했다.

난 필사적으로 달려가 서현을 밀쳐내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그저 그 작은 몸이 충돌의 충격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현아의 얼굴은 크게 다쳤고, 아침에 내가 땋아준 작은 머리끈은 흐트러져 피와 뒤섞여 엉망이 되어 있었다.

현아의 작은 토끼 무늬 원피스는 피와 흙으로 얼룩져 있었고, 수술대에 누워 있는 그 작은 몸이 자꾸만 떠오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왜, 왜 나는 내 딸을 지키지 못했을까?’

한순간에 밀려드는 죄책감과 자책감이 나를 휩쓸어갔다.

주치의가 남편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며, 간신히 안정되기 시작한 정신을 다시 붙잡았다.

‘다행이다. 그래도 남편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는 수술실 앞에서 꼬박 하루를 기다렸다. 마침내 딸이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머리에 하얀 붕대를 두른 서현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차라리 내 목숨을 내어 주고 딸아이의 건강을 되찾고 싶었다.

정환은 서현의 검진 결과를 들고 보면서 간호사에게 무심히 물었다.

“환자 보호자는 아직도 못 찾았나요?”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정환에게 설명했다. 이 아이는 사고 후 가해 차량이 도주해 목격자가 신고한 상황이며, 아이는 잠옷만 입고 있어 신원을 알 만한 단서가 없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실종 안내가 나갔지만, 아직 연락이 온 사람은 없다는 말에 남편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를 잃어버렸는데도 모른다고요? 이 부모는 정말 무책임하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더 깊은 자책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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