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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재웅은 못 본 척했고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연기 그만 해! 그냥 그림일 뿐이잖아.”

‘그림일 뿐이라. 그것은 세진이 가장 그려왔던 모습이고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그리움이었는데, 이렇게 다 사라졌어.’

재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혼 서류를 내 얼굴에 던졌다.

“용건만 말하지.”

나는 절망에 빠져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재웅이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었다.

“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게? 그래서 나랑 이혼하려는 거야?”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허재웅, 막 말하지 마.”

재웅이 비웃었다.

“나는 또 네가 어디서 피를 구해다가 터뜨린 줄 알았더니, 정말 유산한 거였네? 아이 내 거 아니지?”

나는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허재웅, 너무 한 거 아니야?”

재웅은 차갑게 웃으며 이혼 서류를 뒤적였다.

“허세진은 양육권은? 수술은 끝났겠지? 손 이어놓는 거야 쉽겠지. 내가 온다고 얘기 안 했어? 앞으로 우리 허씨 집안을 계승할 건데, 기본적인 것도 안 되어 있네. 날 보러 안 오나?”

나는 마음이 아파 너무 화가 났다.

“못 와, 다시는 너 아빠라고 못 부른다고.”

재웅이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한 글자씩 말했다.

“죽었어. 죽, 었, 다, 고!”

병실에 정적이 흐르고 서 있던 재웅의 얼굴에 당황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때 청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서연 언니, 양육권 내놓기 싫은 건 이해하는데, 이렇게 아들 갖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친아들인데?”

청아가 ‘친아들’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재웅은 청아의 말에 홀려 표정이 어두워졌다.

“송서연!”

재웅은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세진이 나한테 안 넘기는 건 내가 뭐 폭로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무슨 말이야?”

나는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뭘 폭로한다는 거야?”

“허세진, 내 자식 아니잖아!”

이 말을 들은 나는 머리가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뭐라고?”

“나랑 결혼했을 때 이미 임신 했었잖아? 누가 내 아들인 줄 알겠어? 난 그저 너희 집안에서 점찍은 사람이겠지.”

재웅은 증오하는 눈길로 나를 보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세진이 죽어도 나는 그저 기뻐할 거야! 우리 허씨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는 그렇게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아이가 돼서는 안 되지!”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아, 너는 세진이 네 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내가 달려들어 땅에 있던 침을 들고 청아의 손등에 힘껏 찍었다.

“이청아, 이 미친년! 널 죽일 거야!”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친 듯이 침으로 청아를 찔렀고 청아가 비명을 질렀다. 재웅이 날 힘껏 밀쳐내서야 나는 찌르는 것을 멈췄다.

그러나 밀리면서 머리가 침대에 세게 부딪쳐 엄청 아팠다.

“미쳤어?”

재웅이 청아의 앞을 막아서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송서연, 나 신고할 거야!”

“해!”

나는 차갑게 웃었다.

“네 손으로 네 친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나까지 죽이려 들어? 왜, 우리 모자 같이 죽이고 넌 이청아랑 결혼할 거야?”

재웅은 미친 듯이 날뛰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미쳤구나!”

나는 재웅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물며 말했다.

“네가 날 미쳤다고 하면, 어디 미쳐 보지 뭐! 미친 사람은 감옥에 안 들어가도 되거든!”

재웅이 발버둥 쳤지만, 나는 그의 목에서 살을 물어 뜯어냈다.

내가 물어뜯은 살을 뱉어내자,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다.

내가 차갑게 웃자, 재웅이 목을 쥐고 식은땀을 흘렸다.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파? 아무리 아파도 우리 세진의 잘려 나간 손보다 아프겠어? 아무리 아파도 우리 세진이 물에 빠져서 질식한 것보다 고통스럽겠어?”

재웅은 어두운 표정으로 빠른 속도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허세진 불러와 엄마의 미친 모습을 보여줄 거야!”

전화가 두 번 울리더니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허세진 당장 데려와!”

재웅이 비서에게 명령했다.

“당장!”

비서가 대답했다.

“사장님, 좀 곤란할 거 같습니다...!”

“왜? 수술이 안 끝나서? 마취가 안 풀려서 안 깨났대?”

재웅의 화가 하늘을 찔렀다.

“깨나든 안 나든 끌고 와 당장!”

“아니...! 도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고?”

재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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