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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아들의 손을 깨끗이 씻어 관에 넣었다. 이렇게 아들의 시체가 완전해졌다.

그러나 힘들게 버티고 있던 내 몸이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기절하고 말았다.

꿈에서 아들이 돌아와 서럽게 울었다.

“엄마, 아빠는 왜 날 안 좋아해요? 엄마, 아빠는 절 안 사랑하는 거죠?”

나는 울면서 그저 아들의 작은 몸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세진아,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빠도 너한테 안 그랬을 거야.’

나와 재웅의 결혼은 한차례 사고에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재웅이 파티에서 약이 탄 술을 마셨고 나도 술에 취해 그때는 하늘이 주신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사고였다.

그렇게 한번 만나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는데, 내가 재웅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나는 아이에게 완벽한 가정을 선물하기 위해, 내가 계속 재웅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웅의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재웅은 날 계속 좋아하지 않았지만 날 존중해 주었다.

아주 오랜 시간 나는 앞으로 계속 같이 살 사이니까 내가 언젠가는 재웅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청아가 귀국한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재웅은 우리와 함께 여행을 갈 시간은 낼 수 없었지만, 청아를 위해 일을 버리고 두주일 동안 같이 숲으로 들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동반했다.

재웅이 직장암 말기일 때도 종래로 선물을 사지 않았지만, 청아를 위해 경매에서 내가 아주 갖고 싶었던 보석을 샀다.

세진이 열이 펄펄 끓는데, 재웅이 말했다.

“청아, 기침이 계속 낫지 않아, 세진한테는 네가 있으니까 내가 걱정할 거 없잖아. 근데 청아는 국내에 친구가 나 밖에 없어서 낫는 거 내 두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그때부터 내 마음이 상해버렸고 앞으로 재웅의 마음은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결혼이 두 집안 사이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계속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이 세진을 이렇게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울면서 잠에서 깼고 엄마가 울면서 말했다.

“서연아, 이거 세진 방에서 찾았어.”

나는 엄마가 건네준 세진이 그린 그림을 받았다. 그림에는 우리 가족 세 사람이 있었고 글씨도 적혀 있었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사랑해요, 아빠.”

세진이 재웅을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이었다. 그러나 이 선물은 세진이 영원히 재웅에게 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미친 듯이 울었고 엄마는 내 옆에 놓인 이혼 서류를 보고 말했다.

“이혼하고 싶으면 해. 회사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이혼 서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재웅의 회사로 보내졌고 재웅도 가장 빠른 속도로 병원으로 왔다.

웃긴 것은 내가 유산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데, 전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청아가 감기에 걸려 병원에 오는 길에 내 병실을 찾아온 것이다.

청아가 나에게 준다며 꽃다발을 들고 왔고 내 머리맡에 놓인 그림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림, 그림이야.”

청아가 주저앉아 손으로 눈을 가리고 슬프게 울었다.

“재웅 오빠, 저거 태워줘요!”

재웅은 걱정이 돼 그림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액자를 땅에 던져 라이터를 켜서 태우려고 했다.

나는 눈이 빨개져 꽂혀있던 주삿바늘을 빼고 달려들었다.

신발을 신지 않아 내 발은 유리 파편에 찔려 피가 났다.

“돌려줘, 내 거야!”

나는 재웅의 옷을 잡아당겼다.

“이건 세진이 그린 그림이라고, 세진이 그림...!”

재웅이 조금 멈칫했지만, 청아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재웅 오빠, 저, 무서워요. 앞으로 붓 못 든다고요!”

재웅이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그냥 그림일 뿐이잖아, 다시 그리면 되지!”

청아가 귀를 막고 슬프게 울었다.

“재웅 오빠, 빨리 태워줘요!”

“그러고 보니 또 세진 탓이네! 청아가 요즘 영감이 없어서 만족스러운 작품을 못 그려냈다고. 그림을 그리는데 조금 예민해졌는데, 하필 세진이 청아 손에 화상을 입혔으니 지금 그림을 봐도 이렇게 무서워하잖아!”

재웅은 그림에 불을 붙였다.

“제발, 제발 이러지 마.”

내가 무릎을 꿇고 재웅에게 절을 했다. 유리 파편에 긁혀 이마에서 피가 났다.

그러나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더니 세진이 그린 그림을 태워버렸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그림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불길은 순식간에 그림을 사라지게 했다.

나는 재가 된 그림을 안고 슬픔에 잠겨 유리 파편 위에 앉았다.

“다 사라졌어, 아무것도...! 세진이 마지막 그림까지 다 사라졌어.”

‘세진아,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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