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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주현우는 내 전남자친구다. 결혼 얘기까지 오갔으니 약혼자라고 해도 틀릴 건 없었다. 차유라 대신 강준혁과 결혼해야 하는 것만 아니었어도 나는 주현우와 결혼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차유라는 웃는 얼굴로 주현우와 손 잡으려고 했지만 주현우가 피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주현우를 바라봤다.

기억을 되새겨 보니 진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차유라는 주현우를 좋아한다.

내가 곧 졸업할 때 차유라는 굳이 나와 같은 학교에 와서 귀찮게 굴었다. 그때 나도 주현우도 인턴 자리를 찾느라 바빠서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래도 여동생이라 학교에서 잠깐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유라는 주현우를 알게 되었다.

후에는 나와 주현우가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든, 도서관에서 책을 보든, 식당에서 학식을 먹든, 자꾸만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형부라고 부르면서 주현우와 인사했다.

그 동안 그녀는 나를 별로 귀찮게 굴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철든 것인 줄 알았다. 내 남자친구에게 눈독 들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강준혁과 썸을 타면서 주현우까지 놓치지 않았다. 역시 차유라 다웠다.

‘현우도 차유라를 좋아하는 건가?’

이런 생각에 나는 기분이 찝찝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달려가서 묻고 싶은 충동을 참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타고 나자 나는 부쩍 진정했다. 주현우가 누구를 좋아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우리는 헤어진 사이다.

나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3개월 동안, 비록 몸이 아프기는 하지만 나는 많은 나라에 다녀왔다. 처음 보는 풍경도 눈에 많이 담았다.

여행하는 동안 좋은 친구들도 여럿 만났다. 암과의 전쟁에서는 처참히 패배했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여행을 끝낸 다음 나는 바로 입원했다. 내 몸은 여행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묘지를 정해놓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죽음까지 시간은 일주일 정도만 걸렸다.

이대로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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