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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강준혁의 태도는 아주 덤덤했다. 마치 지난 2년 동안 나는 한낱 도구에 불과했다는 듯이 말이다. 쓸모가 없어지니 이제 버릴 때가 된 모양이다.

나는 웃으면서 그가 건네는 물건을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협의서에 내 이름을 사인하고 그가 보관해야 하는 것을 돌려줬다.

내 가족은 이혼을 요구하면서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래도 강준혁은 수고비 줄 생각이라도 했으니 나쁘지는 않았다.

강준혁은 내가 이토록 쿨하게 허락할 줄 모른 듯했다. 그는 멍하니 협의서를 받아서 들었다. 나는 그의 반응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오면서 짐을 별로 챙기지 않았다. 갈 때도 마찬가지다.

결혼 하고 나서 강씨 집안의 돈으로 산 옷, 가방, 그리고 주얼리는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오직 내 개인 물품만 트렁크에 주워서 담았다.

짐정리는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끝났다. 내가 갈 때 강준혁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는 먼저 그와 인사하고 시부모님에게도 인사했다. 그리고 후련한 기분으로 저택을 떠났다. 시부모님은 진작 그의 결정을 알고 있은 듯 덤덤하게 머리만 끄덕였다.

참 냉정한 한 가족이다. 그래도 2년 정도 같이 한 사이인데,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정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인 나는 반려동물보다도 못한 듯했다.

아니, 나 따위가 어찌 반려동물과 비교하겠는가.

그들에게 나는 단지 도구일 뿐이지, 가족이었던 적은 없다. 나는 이런 자신을 비웃는 듯 피식 웃으며 택시를 타고 2년간 지내던 곳을 떠났다.

‘드디어 자유다! 그런데... 나 곧 죽겠네.’

나는 아무 호텔에나 들어가 핸드폰을 끄고 잠들었다.

2년 만이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알람 없이 일어났다. 아침부터 강준혁을 돌보느라 바쁘게 돌아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말이다.

저녁 동안 꺼둔 핸드폰을 다시 켰다. 전화도 문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걱정하고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에게는 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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