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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김에 복수하겠습니다
죽는 김에 복수하겠습니다
작가: 컬러사막

제1화

남편 강준혁의 시력이 곧 회복될 거라는 말을 듣기 바쁘게 어머니가 나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른 준혁이랑 이혼해. 그래야 유라가 시집갈 수 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나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

“잊지 마, 차유진. 준혁이는 원래 유라 약혼자였어. 네 주제에 강씨 집안 며느리가 가당키나 해? 남의 자리 차지하려고 하지 마!”

나는 이런 부모님과 그들의 품에 안겨 있는 차유라를 번갈아 바라봤다. 속으로는 우습기만 했다.

강준혁은 원래 차유라의 약혼자였다. 하지만 사고로 눈이 먼 이후 부모님은 차유라를 불쌍하게 여겨 혼약을 파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날이 상승세를 달리는 강씨 집안의 JH그룹과 달리, 우리 집안의 LN그룹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2년 전부터는 빚까지 더해져서 위기의 상황에 놓였다.

실명한 강준혁은 여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여성이 2m 이내에 들어오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을 정도였다. 그가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은 나와 내 여동생 차유라 뿐이었다. 우리 셋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JH그룹에서 혼약 취소를 거부하자, 부모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희생하기로 했다. 나는 억지로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고 강준혁과 부부가 되었다.

LN그룹은 덕분에 4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내가 받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상품처럼 급하게 강씨 집안으로 팔려 갔다.

우습게도 내가 20년이나 산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데 트렁크 하나도 채 차지 않았다. 그렇게 강씨 집안에 가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준혁이 사고를 당하자마자 내 부모님이 본심을 드러낸 탓이었다.

그들의 눈에 나는 손주를 보는 도구에 불과했다. 강준혁도 마찬가지다. 그는 나를 차유라의 대용품으로 취급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차유라는 그를 불구자 취급하며 무시나 하는데 말이다. 우리가 첫 관계를 가진 날에도 그는 차유라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강씨 집안에서 강준혁의 24시간 도우미 노릇을 했다. 그가 무엇을 하든 내가 도와줘야 했다.

실명한 다음 그의 성격은 아주 괴팍해졌다. 하루 종일 침실에서 담배로 감각을 마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내가 옷을 갈아입히거나 밥을 먹여줄 때, 그는 예고 없이 담뱃불을 내 피부에 누르고는 했다. 옷만 태우고 끝날 때도 있고 피부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 적도 있다.

이제는 그 흉터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낡은 흉터 위에 겹친 새 흉터도 아주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가? 없다. 어차피 말을 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반항하고 싶은가? 역시 아니다. JH그룹은 언제든지 LN그룹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담뱃불에 생긴 화상이 하도 아파서, 나는 참다못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적 있었다. 너무 아프고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를 혼내기만 했다.

“준혁이가 기분이 나빴나 보지. 참아. 절대 그 집안 사람 건드리지 말고.”

나는 어머니의 말대로 참았다. 현모양처 노릇이라도 잘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강씨 집안 며느리였고, 집에서는 강준혁이 원하는 대로 굴리는 마리오네트였다.

나는 시집온 이후에도 한참이나 임신하지 못 했다. 시어머니는 볼 때마다 나를 알 못 낳는 암탉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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