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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만 알았다. 내가 임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준혁에게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의사와 내통해서 나에게 루프 시술을 시켰다.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재료로 해서 그날부터 나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강준혁에게는 안중 밖의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고 해서 나는 알레르기 반응도 혼자서 참아야 했다.

루프 시술을 받고 난 3개월 뒤, 나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구급차의 소리에 이어서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라는 말이 들렸다. 내 몸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약물에 완전히 절어 있는 상태였다.

몸이 약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서 앞으로는 임신을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알레르기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어머니가 될 자격을 잃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나를 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나는 강씨 집안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에 강준혁이 죄책감을 느꼈는지 나에게 조금은 잘해줬다. 이제 더 이상 나를 꼬집거나 담뱃불로 찌르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몸에 점점 빠져가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그는 차유라의 역할을 맡은 나에게 각가지 수치스러운 동작을 시켰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날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어느 날, 강준혁은 샤워실에서 미끄러 넘어졌다. 나보다 한참 크고 무거운 그를 내가 붙잡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날 강준혁은 머리를 부딪히고 나는 발을 삐끗했다. 그 즉시 강준혁은 병원에 갔고, 나는 시어머니에게 뺨을 맞고 한 방에 가둬졌다.

검사 결과 강준혁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압박당했던 시신경이 회복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받았다. 의사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잘만 하면 시력도 회복할 거라고 했다.

강준혁이 퇴원한 날, 그는 미약한 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드디어 작은 방에서 풀려나 난생처음 며느리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의사가 와서 휘어 있는 내 발목뼈를 고쳐주고, 도우미가 와서 집안일을 대신해 줬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용돈이라는 것도 처음 받아봤다.

나는 의사에게서 배운 대로 매일 강준혁에게 마사지를 해줬다. 드디어 평범한 사람처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준혁이 다시 병원에 갔을 때 명암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최근 들어 하도 기침을 해서 가는 김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또 한 달이 지나고 강준혁이 병원에 방문했다. 이제는 희미한 그림자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건강검진 결과와 함께 폐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어떻게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갔는지, 나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강준혁의 회복 속도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나 혼자 축 처진 얼굴로 내 방에 돌아갔다.

나는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시작해야 했다. 나는 아직 28살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내 인생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강준혁이 한창 기분이 좋아서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동안 나는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다. 아쉽게도 검사 결과는 똑같았다.

또 한 달이 지나고 강준혁이 병원에 갔다. 시신경을 압박하던 혈전은 사라졌다. 눈에 보이는 형체도 점점 선명해져서 곧 완전히 회복할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동시에 나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는 폐의 절반에 퍼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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