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화

차유라가 떠나는 모습을 본 주현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그가 나를 이끌고 내 묘지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주현우는 내 묘비에 난 잡초를 하나하나 뽑아주고 사진 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은 전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이번은 차씨 집안이고, 다음은 강씨 집안이야.”

나는 처음에 주현우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며칠 후 강준혁이 차유라를 심하게 다치게 했다. 뉴스에서는 JH그룹의 후계자가 조울증을 앓으며 아내를 학대한다고 폭로했고, 그 소식이 터지자마자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곧이어 경찰이 강씨 집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차씨 집안에 이어서 강씨 집안 또한 서서히 무너져갔다.

몇 날 며칠 동안 주현우를 따라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친부모와 주현우가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뒤에서 손을 써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강씨 집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나서 그들은 조용히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선을 넘은 사람에게는 결국 벌이 찾아오는 법. 그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이기적이었던 차씨 집안사람들과 방자했던 강씨 집안사람들은 이제 모두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 전혀 원망이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용기 내고 조금 더 나 자신을 지켰더라면 사랑하는 사람도 붙잡고 진짜 가족도 만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내 친부모님은 십 년은 늙어 보였다. 오늘 그들은 주현우와 함께 내 묘 앞에 모여 이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내 진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주현우는 직접 손으로 내 묘를 파고 조심스럽게 내 유골함을 품에 안았다.

내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나는 이별의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

참 다행이다.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나는 나를 사랑해 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세상 속으로 사라져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