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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감염된 폐를 잘라내지 않으면 나에게 남은 시간은 몇 개월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절반의 폐로 나는 또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나는 결과 보고서를 들고 부모님에게 말할지 말지 망설였다. 이때 그들이 먼저 집에 잠깐 돌아오라고 전화가 왔다.

4년 만에 처음으로 나에게 돌아오라는 말을 한 것이었다. 나는 마냥 기쁘기만 했다. 부모님의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간 순간 부모님이 이혼을 요구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그들은 내가 차유라의 남편을 빼앗았다고 했다.

분명히 한 가족이지만 한없이 낯설어 보였다. 나도 어릴 적에는 나름 사랑을 받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나는 비웃음이 서린 차유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 처지가 변한 건 차유라가 태어난 다음부터였다. 그날부터 부모님의 눈에는 차유라 밖에 없었다.

이 집안에서 나는 낯선 사람에 불과했다. 모든 일에서 차유라에게 양보해야 하는 건 물론 그녀가 가진 것을 감히 바라면 안 됐다.

차유라가 다치면 혼나는 건 나였다. 차유라가 잘못해도 내가 혼났다. 차유라가 버린 물건은 내가 써야 했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당연하게 빼앗겼다.

그녀는 손쉽게 부모님의 편애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죽을 만큼 노력해야 가벼운 칭찬 한마디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수도권 명문대학교에 붙었을 때 부모님은 그것밖에 못 하냐고 했다. 그러나 차유라가 수도권도 아닌 삼류 대학교에 붙었을 때는 수도 없는 칭찬과 선물을 받았다.

어릴 적의 차유라는 아주 귀여웠다. 나는 그녀 몸에 생채기라도 날까 봐 걸음마를 뗄 때 인간 쿠션 역할을 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이 아무리 아파도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내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귀엽던 차유라는 악마로 커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행복은 내 고통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녀는 내가 부모의 사랑을 원하는 걸 알고 손쉽게 빼앗아 갔다. 그리고 나를 강씨 집안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20여 년이나 함께 산 가족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화라는 것을 내봤다.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요?! 차유라가 싫다고 하면 내가 대신 결혼해야 하고, 차유라가 좋다고 하면 내가 이혼까지 해서 양보해야 해요? 이럴 거면 왜 날 결혼시켰어요!”

짝!

아버지는 사정없이 내 뺨을 후려쳤다. 그 힘에 나는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유진, 누가 널 먹여 살렸는지 잊지 마. 내가 이러라고 널 키워준 줄 아니?”

차유라는 꼴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도 팔짱을 끼며 말을 보탰다.

“준혁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서로 좋아하는 애들 사이에 끼어들지 마.”

이 순간 나는 가족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일어나서 피식 웃었다.

“준혁이고 그러자고 하면 이혼할게요. 재혼은 하든 말든 알아서 해요.”

말을 마친 나는 이 집에서 나갔다. 강씨 집안의 저택으로 돌아가자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던 강준혁이 보였다.

그는 이제 부축 없이 혼자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비틀비틀 나를 향해 걸어 와서 서류를 건넸다. 그 속에는 이미 사인 된 이혼협의서, 수표, 그리고 열쇠가 있었다.

“여기에 사인하면 서동구 저택과 4억 원을 받을 수 있어. 이혼한 위자료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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