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서 연락이 오자마자 난 급히 시골로 달려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들의 안타까운 눈빛이 나를 맞이했다. 가슴이 싸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와이프에게는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흙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활기 넘치던 딸이 아무 기척도 없이 흙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딸의 몸 위엔 경찰의 옷이 덮여 있었다. “은하야...”믿을 수가 없었다.은하가 예전처럼 일어나 대답해 줄 것 같아서 난 조용히 딸을 불러봤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은하야, 일어나자... 우리 집에 가서 자자. 응?”은하를 안아보려고 다가갔지만 경찰이 나를 막아섰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경찰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범인은요? 우리 딸을 죽인 범인, 어서 잡으러 가야죠...” 눈물과 분노가 복받쳐 치밀어 오르는 걸 참으며 당장이라도 범인을 찾아내고 싶었다.그러나 경찰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이 마을에선 이런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말했다.그리고 범인은 이 마을 안에 있으며 사실상 마을 사람 모두가 범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난 왜 그들을 처벌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신병자로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그동안 이런 사건으로 죽은 피해자는 없었지만, 내 딸이 그 불운의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이었다.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어서 난 경찰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 딸은 사람들을 돕는 게 좋았던 것뿐이에요... 목숨을 내주려던 게 아니라고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경찰도 이 마을 사람들의 정신병 문제를 놓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착하고 순했던 내 딸이 그저 착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게 되다니. 한참을 밖으로 나오지 않자 와이프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왔다.와이프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은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난 허둥
경찰서를 다녀온 뒤 집에 돌아와 도장의 영업을 잠시 멈췄다.와이프에게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도록 했지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난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강제로 전화를 걸게 했다.그들이 내 약점을 그렇게 이용할 수 있다면 나도 같은 방식으로 맞설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 난 일부러 미친 척했다.정신병 진단을 받고 나니 이 세상과의 거리가 더 멀어진 듯했다.퇴원하던 날, 와이프는 나를 데리고 묘지로 향했다.우리의 작은 딸, 은하의 생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차가운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있었다.난 그 사진 앞에서 조용히 맹세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내 딸의 원수를 갚아주겠다.’내가 무능해서는 안 된다.내가 가르친 선함을 품고 살던 딸이 무참히 당했으니...착하게 사는 게 잘못은 아니었다.진짜 나쁜 건 바로 저들이었다.내 예상대로 팽성택은 또다시 마을 노인들을 데리고 나와 길 한가운데서 쇼를 벌였다.나이든 사람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았고 멀리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선량한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하고는 그들이 부축하려 할 때쯤 구급차가 나타나 마치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소녀들을 산골짜기 마을로 납치하려는 계획이었다.어느 착한 학생이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노인은 힘없이 답했다.“몸이 안 움직여... 구급차 좀 불러 주겠니?”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그녀는 눈앞의 착해 보이는 노인이 사실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전혀 몰랐다.그 소녀를 보자 내 딸이 떠올랐다.은하에게는 좋은 미래와 따뜻한 가정이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나는 대학에 가서도 신중히 연애하라고 당부했었고 만약 연애하더라도 남자를 꼭 내게 보여 달라고 했다.하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고 말았다.법망을 피한 정신병자들이 은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앗아갔으니 이런 악랄한 자들이 더는 용서받아서는 안 됐다.소녀가 구급차를 부르려는 순
그들은 차 안에서 섣불리 손대기 어려웠는지 외진 곳으로 몰아갔다.그중 노인인 척하던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꼿꼿이 펴며 다가왔다.그는 그저 마르고 왜소한 남자에 불과했다.“성택아. 역시 이놈이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지.”팽성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 핀 담배꽁초를 내 쪽으로 던졌다.“우리 계획 망치려고 해? 딸 복수라도 하겠다고? 어림없지! 때려죽여!”만지석과 여중기라는 졸개들이 팽성택의 말에 맞춰 발길질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의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내게 닿는 건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정도였다.난 호흡을 고르며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두 녀석은 벌써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성택 형, 이 자식 겁만 많고 구석에서 우리 염탐이나 하는 놈이에요.”만지석이 팽성택에게 아부하듯 말했다.난 주먹을 꽉 쥐었다.“키만 멀대같이 커가지고는. 몇 대 맞았다고 꼬리를 내리네. 뭐야, 이건...”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난 순식간에 일어나 팽성택의 턱에 강펀치를 날렸다.이어 양손으로 두 녀석을 번쩍 들어 서로에게 부딪치게 했다. 내 근육이 장식인 줄 알았나?내가 무술 도장에서 강자들과 붙을 때 이 자식들은 어딘가에서 진흙이나 뒹굴고 있었겠지.“죽고 싶어?”팽성택이 격분하며 주머니에서 접이식 칼을 꺼냈다.난 비웃음을 흘리며 팽성택을 가볍게 무시했다.양손으로 두 녀석의 뒤통수를 잡아 살짝 힘을 주자 두 녀석은 내 앞에서 방패처럼 서게 되었다.“형님!”목이 잡힌 두 녀석은 발악하며 내 발을 밟으려 했다.하지만 그따위 어린애 장난이 통할 리 없었다.난 그들의 무릎 뒤쪽을 각각 발로 차올렸다. 쿵 소리와 함께 그들은 고통스레 무릎을 꿇었다. 난 그 둘을 병아리 잡듯 거뜬히 쥐었다.팽성택이 무질서하게 칼을 휘둘렀지만, 난 두 녀석을 번갈아 들어 막아냈다.그의 칼날은 연달아 자기편에게 닿았고 두 녀석은 비명을 질렀다.결국 팽성택도 미안했는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경찰이죠?
살의를 품고 나서려던 그 순간 경찰이 도착했다.우리는 서로 엉망이 된 얼굴로 경찰서로 끌려갔다.불과 며칠 만에 다시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고 그때 봤던 경찰이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이재욱 씨, 따님 일로 큰 충격을 받으신 건 알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쓰시면 안 되죠...”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준비해 둔 진단서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경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단서를 펼쳐 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풀어줘!”정신병 진단서를 핑계 삼아 경찰서를 나온 팽성택 일당은 내가 멀쩡히 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두고 봐.”경찰서 앞에서는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니 한마디를 남기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집에 돌아오자 와이프는 내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나는 속이 찢어지는 고통을 억누르며 은하의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상처를 다듬고 나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은하 사진을 바라봤다.은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한창 사춘기 반항기가 지나가던 시기였다.사라지기 전 우리는 크게 다퉜었다.은하는 우리가 일에만 신경 쓰느라 자기 생일도 까먹었다며 섭섭해했다.나는 순간 욱해서 은하가 철없다고 쏘아붙였다.싸움은 점점 격해졌고 우리는 서로의 방문을 쾅쾅 닫아버렸다.싸움이 끝나고 나서 후회가 밀려와 은하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사서 다음 날 사과하려 했지만, 사과도 하기 전에 은하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인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은하가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후회와 자책만 남았다.전부 내 잘못이었다.화를 참아야 했고 은하가 세상에 좀 더 이기적으로 맞서도록 가르쳤어야 했는데.그 사이 팽성택 일당은 연이은 실패로 곤경에 빠졌다.길에서 노인인 척 넘어졌던 만지석은 교훈을 얻었는지 연극에 나올 법한 복장을 차려입고 길에 앉아 있었다.그래도 쉽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가끔 아이들이 망설이다가 다가가면 옆에 있던 부모들이 호통을 쳤다.“다른 사람도 안 돕는데 네가 왜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두 남자가 고통에 못 이겨 나를 놓기는 했지만, 나라는 걸 알아보고 나서야 얼굴에 미묘하게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넌 뭐야? 남의 집 일에 왜 참견이야?”“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마을의 우두머리인 팽성택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나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확실해? 이 아이가 정말 너희 집 아이 맞아?”난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그 아이 이름이랑 생일 좀 말해봐.”“이지영이라고.”둘은 약간 주눅이 든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어딘가 자신 없어 보였다.그때 지영이가 얼른 가지고 있던 신분증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난 지영이와 눈을 맞춘 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라고 고개로 신호를 보냈다.이미 겁에 질려 어리둥절하던 지영이는 마치 내 말아 신의 계시라도 되는 것처럼 신분증을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보여줬다.“아니, 이거 인신매매범들 아니야? 대낮부터 사람을 납치한다고?”“빨리 신고해! 이런 인신매매범들은 혼쭐이 나야 해!”사람들의 분노 어린 외침이 퍼져 나갔다.그제야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세 사람은 달아나려는 듯 허둥지둥 승합차에 오르기 시작했다.난 한 발 앞으로 나서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비웃듯이 말했다.“방금은 그 잘난 척하더니 왜 이젠 도망가려고 하는 거지?”그들은 한 아버지의 결심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화가 잔뜩 난 팽성택이 차에 올라타면서 나를 밀쳐내고 도망치려 했다.그렇게 될 것 같아?내가 그냥 보내줄 것 같았어?난 단숨에 팽성택의 손목을 낚아채서 단번에 차에서 끌어내렸다.주변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차량을 둘러싸고 빽빽하게 에워쌌다.팽성택이 바닥에 나가떨어지자 난 그의 목을 움켜잡고 힘껏 조인 채 주먹을 날렸다.한 대, 또 한 대.팽성택은 손을 뻗어 반격하려 했지만, 난 그의 몸을 가위다리로 제압해 꼼짝 못하게 눌러두었다.팽성택의 얼굴만 때려서는 화가 풀리지 않았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네가 매번 내 일을 망쳐놨으니 제대로 대가를 치러야겠지.”팽성택이 화면 속에 등장했다.광기로 가득한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안 돼!”팽성택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화면에는 아내와 함께 있는 장소가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그들은 아내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기더니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고, 주먹을 쥔 손을 번쩍 들어 힘껏 뺨을 내리쳤다.아내의 뺨 위에 선명하게 붉어진 자국을 보자 눈앞이 핏빛으로 물들었다.“뭐든 나한테 해! 여자를 괴롭히는 게 얼마나 비겁한 짓인지 몰라?”“날 자극하려는 거라면 헛수고야. 난 원래 별 볼 일 없는 놈이거든.”팽성택은 멈추지 않고 아내를 때렸다.아내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이 자식들, 정말 미쳤어!은하를 해친 것도 모자라 이제 내 아내까지 망가뜨리려 하다니!몇 대 더 맞은 후, 아내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난 영상 속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차를 세우고 아내를 찾기 위해 달려갔다.내가 나타나자 팽성택은 조금도 놀란 기색 없이 날 지켜보고 있었다.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가 아내를 붙잡고 있던 만지석과 여중기의 가슴팍에 발을 꽂아 바닥에 내팽개쳤다.아내는 나를 보자 황급히 내 뒤로 숨었다.녀석들도 경악한 얼굴로 허겁지겁 일어섰다.팽성택은 아내의 핸드폰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내던졌다.난 핸드폰을 움켜쥐고 분노가 터질 듯한 이성을 간신히 다잡았다.지금이라도 그 세 놈을 완전히 박살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순간 팽성택이 갑자기 껄껄 웃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이 정의의 사도라는 자가 어떻게 약자들을 폭행하는지 봐.”놈들은 법의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드는 미친놈들이었다.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어떤 도덕적 기준을 가졌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나는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두 놈이 내게 달려들자 난 몸으로 아내를 감싸 안았다.아프냐고?아프지 않았다.내 인생에서 가장
유동건은 팽성택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었다.유동건에게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난 도장 형제들과 교대로 그의 자주 찾는 장소들을 감시하며 기회를 엿보았다.그러던 어느 날, 형제 중 하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들은 어느 식사 자리에서 유동건과 팽성택이 나눈 대화를 녹음해 들려주었다.[지난번에 보낸 그 애 때문에 난리가 났잖아! 죽고 싶어?]녹음 속에서 유동건이 화가 나 잔을 내던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대표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 애 부모가 좀 고집이 세서 그래요. 그래도 며칠 전에 제가 손을 써서 온 가족이 다 시골로 내려가게 했어요.]그제야 유동건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그럼 됐어. 내일은 빠짐없이 준비해 둬.]유동건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준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당장에라도 유동건을 찾아가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형제들이 내 팔을 붙잡고 불법적인 행동은 피하라며 간신히 진정시켰다.일주일간 계속해서 유동건의 행보를 주시한 끝에 마침내 오늘 그가 한 시골 소녀보호센터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행사 포스터 속 해맑은 소녀의 얼굴을 보니 다시금 은하가 떠올랐다.한때 그렇게 밝고 사랑스러웠던 내 딸이 그 끔찍한 짐승들의 손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더는 그들에게 같은 비극을 반복하게 둘 수 없다는 결심이 섰다.이번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나는 행사장의 자원봉사자로 위장해 들어가 마이크 앞에서 자선가인 척 연설하는 유동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유동건은 사진 속 순진한 소녀들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훑어보며 은연중에 침을 삼키고 있었다.연설을 마치자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졌다.“유 대표님, 항상 소녀 교육 후원에 힘쓰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유동건은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 때문에 배움을 이어갈 수 없었던 산골 소녀들을 자주 봐
이번엔 돈으로 쉽게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유동건과 팽성택의 이름은 순식간에 온 플랫폼을 장악했고 용기를 낸 과거 피해자들까지도 실명으로 고발에 나섰다.그러나 한승 그룹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 없었다.유동건 역시 팽성택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병 진단서를 제출했다.AI가 조작한 가짜 음성이고 사진 속 인물들도 정신병원 동료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그 때문에 피해자들은 용기 내어 맞선 트라우마마저 가해자의 날조된 현실 속에 묻혀 가는 모양새가 되었다.유동건은 더욱 뻔뻔하게 거짓을 진실처럼 늘어놓으며 자신이 오히려 억울한 희생자라며 거짓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TV 속에서 의기양양하게 웃는 유동건을 보며 이를 갈았다.도대체 어떻게 저리도 뻔뻔하게 염치없는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분노를 억누르며 나는 계속해서 유동건을 추적했다.이번엔 유동건의 경계가 한층 더 철저해져 주변 사람들 역시 모두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로 교체된 상태였다.방법이 하나 하던 중 동료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사진 속 유동건은 은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와 식사 중이었다.두 사람은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소녀가 바로 유동건의 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그 역시도 한 아이의 아버지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걸까?동료는 복수를 위해 유동건의 딸을 타깃으로 삼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잠시 망설였다.동료는 내 갈등을 눈치채곤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복수에 자식은 예외가 없어.”유동건의 딸은 값비싼 귀족학교에 다니며 많은 친구 사이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있었다.반면 은하는 고작 그 나이에 차디찬 땅속에서 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그 소녀는 은하가 평생 누리지 못한 것을 유동건 덕분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그 생각에 마음을 굳히고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며칠간의 관찰 끝에 매주 금요일마다 유동건이 딸과 식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가 유동건에게 접근할 최적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