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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들은 차 안에서 섣불리 손대기 어려웠는지 외진 곳으로 몰아갔다.

그중 노인인 척하던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꼿꼿이 펴며 다가왔다.

그는 그저 마르고 왜소한 남자에 불과했다.

“성택아. 역시 이놈이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지.”

팽성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 핀 담배꽁초를 내 쪽으로 던졌다.

“우리 계획 망치려고 해? 딸 복수라도 하겠다고? 어림없지! 때려죽여!”

만지석과 여중기라는 졸개들이 팽성택의 말에 맞춰 발길질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의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내게 닿는 건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정도였다.

난 호흡을 고르며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두 녀석은 벌써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성택 형, 이 자식 겁만 많고 구석에서 우리 염탐이나 하는 놈이에요.”

만지석이 팽성택에게 아부하듯 말했다.

난 주먹을 꽉 쥐었다.

“키만 멀대같이 커가지고는. 몇 대 맞았다고 꼬리를 내리네. 뭐야, 이건...”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난 순식간에 일어나 팽성택의 턱에 강펀치를 날렸다.

이어 양손으로 두 녀석을 번쩍 들어 서로에게 부딪치게 했다.

내 근육이 장식인 줄 알았나?

내가 무술 도장에서 강자들과 붙을 때 이 자식들은 어딘가에서 진흙이나 뒹굴고 있었겠지.

“죽고 싶어?”

팽성택이 격분하며 주머니에서 접이식 칼을 꺼냈다.

난 비웃음을 흘리며 팽성택을 가볍게 무시했다.

양손으로 두 녀석의 뒤통수를 잡아 살짝 힘을 주자 두 녀석은 내 앞에서 방패처럼 서게 되었다.

“형님!”

목이 잡힌 두 녀석은 발악하며 내 발을 밟으려 했다.

하지만 그따위 어린애 장난이 통할 리 없었다.

난 그들의 무릎 뒤쪽을 각각 발로 차올렸다.

쿵 소리와 함께 그들은 고통스레 무릎을 꿇었다.

난 그 둘을 병아리 잡듯 거뜬히 쥐었다.

팽성택이 무질서하게 칼을 휘둘렀지만, 난 두 녀석을 번갈아 들어 막아냈다.

그의 칼날은 연달아 자기편에게 닿았고 두 녀석은 비명을 질렀다.

결국 팽성택도 미안했는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에 누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난 웃으며 그 두 녀석을 놓고 팽성택의 손에 든 칼을 재빠르게 내리쳤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고 가차 없이 주먹을 날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팽성택은 피를 철철 흘리며 속수무책으로 맞았다.

두 졸개가 또다시 훼방을 놓으려 했지만, 나는 그들을 하나씩 발로 차 내동댕이쳤다.

그때 갑자기 팽성택의 핸드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분노에 가득 찼던 난 진정했다.

“은하야...”

난 정신이 아득해졌다.

생전 내게 투정을 부리던 딸이 눈앞에 서 있는 듯했다.

[아빠... 나 너무 힘들어. 제발 나 좀 구해줘...]

끊어질 듯한 목소리 속에는 낯선 남자들의 거친 욕설도 섞여 있었다.

[이 망할 년, 가만히 못 있어?]

[네 아빠는 너 따윈 신경도 안 쓸걸?]

난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지만, 은하의 마지막 목소리를 차마 놓칠 수가 없었다.

내 딸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으니까.

그 순간 만지석과 여중기가 내 머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고 그들이 나를 때리는 통증도 더는 아무 상관 없었다.

내게 들리는 건 오직 은하의 목소리뿐이었다.

[아빠... 제발 날 구해줘...]

[아빠... 살기 싫어... 죽고 싶어...]

은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쉰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울부짖었다.

은하의 목소리는 점점 잠잠해졌고 마치 포기한 듯 들렸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왜 그때 외면하지 못했을까요.]

[아빠, 엄마, 잘못했어요. 이제 다시는 싸우지도 고집부리지도 않을게요.]

[아빠, 엄마, 미안해요. 이번 생엔... 더는 못 돌아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잡음 속에서 남자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이 년이 혀 깨물고 자살했어요...]

천둥이 머리 위로 떨어진 듯한 충격이 온몸을 휘감았고 심장이 그대로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느낌이었다.

은하가 그렇게 내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네 딸이 죽는소리 직접 들으니 어때? 지금 심장이 찢어지지? 그렇지? 나 죽이고 싶지?”

팽성택은 웃으며 내 앞에서 도발했다.

“와봐, 날 죽여봐. 그러면 네 딸의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내 마음속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들끓고 있었다.

그 세 놈을...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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