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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살의를 품고 나서려던 그 순간 경찰이 도착했다.

우리는 서로 엉망이 된 얼굴로 경찰서로 끌려갔다.

불과 며칠 만에 다시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고 그때 봤던 경찰이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재욱 씨, 따님 일로 큰 충격을 받으신 건 알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쓰시면 안 되죠...”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준비해 둔 진단서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

경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단서를 펼쳐 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풀어줘!”

정신병 진단서를 핑계 삼아 경찰서를 나온 팽성택 일당은 내가 멀쩡히 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고 봐.”

경찰서 앞에서는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니 한마디를 남기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오자 와이프는 내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속이 찢어지는 고통을 억누르며 은하의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상처를 다듬고 나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은하 사진을 바라봤다.

은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한창 사춘기 반항기가 지나가던 시기였다.

사라지기 전 우리는 크게 다퉜었다.

은하는 우리가 일에만 신경 쓰느라 자기 생일도 까먹었다며 섭섭해했다.

나는 순간 욱해서 은하가 철없다고 쏘아붙였다.

싸움은 점점 격해졌고 우리는 서로의 방문을 쾅쾅 닫아버렸다.

싸움이 끝나고 나서 후회가 밀려와 은하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사서 다음 날 사과하려 했지만, 사과도 하기 전에 은하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인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은하가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후회와 자책만 남았다.

전부 내 잘못이었다.

화를 참아야 했고 은하가 세상에 좀 더 이기적으로 맞서도록 가르쳤어야 했는데.

그 사이 팽성택 일당은 연이은 실패로 곤경에 빠졌다.

길에서 노인인 척 넘어졌던 만지석은 교훈을 얻었는지 연극에 나올 법한 복장을 차려입고 길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쉽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가끔 아이들이 망설이다가 다가가면 옆에 있던 부모들이 호통을 쳤다.

“다른 사람도 안 돕는데 네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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