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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수
아버지의 복수
작가: 붐붐

제1화

경찰에게서 연락이 오자마자 난 급히 시골로 달려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들의 안타까운 눈빛이 나를 맞이했다.

가슴이 싸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와이프에게는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흙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활기 넘치던 딸이 아무 기척도 없이 흙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딸의 몸 위엔 경찰의 옷이 덮여 있었다.

“은하야...”

믿을 수가 없었다.

은하가 예전처럼 일어나 대답해 줄 것 같아서 난 조용히 딸을 불러봤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은하야, 일어나자... 우리 집에 가서 자자. 응?”

은하를 안아보려고 다가갔지만 경찰이 나를 막아섰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경찰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범인은요? 우리 딸을 죽인 범인, 어서 잡으러 가야죠...”

눈물과 분노가 복받쳐 치밀어 오르는 걸 참으며 당장이라도 범인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경찰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이 마을에선 이런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범인은 이 마을 안에 있으며 사실상 마을 사람 모두가 범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난 왜 그들을 처벌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신병자로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이런 사건으로 죽은 피해자는 없었지만, 내 딸이 그 불운의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어서 난 경찰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 딸은 사람들을 돕는 게 좋았던 것뿐이에요... 목숨을 내주려던 게 아니라고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경찰도 이 마을 사람들의 정신병 문제를 놓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착하고 순했던 내 딸이 그저 착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게 되다니.

한참을 밖으로 나오지 않자 와이프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왔다.

와이프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은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난 허둥지둥 와이프를 부축해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을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은 뻔뻔하게 나를 비웃고 있었다.

“당신 딸, 참 쓸만했어.”

마을의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그렇게 무언의 입 모양으로 비아냥댔다.

난 핸들을 꽉 쥔 채 당장이라도 그놈을 들이받고 싶었지만, 정신을 잃은 와이프를 보며 간신히 분노를 억눌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신병자로 진단을 받아 법망을 피할 수 있다니.

경찰서에서 난 그 남자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비웃으며 진단서를 내 얼굴에 던졌다.

그리고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 이름은 팽성택이야. 이름도 진단서도 확실하니까 잘 새겨둬.”

분노로 얼굴이 굳어지고 주먹이 떨렸다.

정신을 겨우 차린 와이프가 진단서를 집어 들었고 그 안에는 분명히 정신병 진단이 확실하게 적혀 있었다.

와이프는 이 상황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며 통곡했다.

결국 참지 못한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팽성택의 멱살을 잡고 무릎으로 세게 올렸다.

“너희들이 인간이야? 내 딸이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진 게 너희 때문이야!”

“짐승만도 못한 놈들! 차라리 죽어버려...”

내 빠른 행동에 경찰들도 잠시 멈칫하다가 팽성택의 얼굴에 피가 번지기 시작하자 서둘러 나를 말리러 달려들었다.

팽성택은 나에게 맞아 쓰러졌지만, 곧 험악한 태도를 거두고 얼굴의 피를 닦아냈다.

“그래, 더 세게 쳐봐. 기왕이면 죽여버려!”

“알아? 네 딸이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꼴이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그래서 내가 남자를 더 붙였더니 조용해지더라고.”

“우린 애초에 그만둘 생각이었어. 너희 딸이 죽지 않았다면 다른 타깃을 찾았겠지.”

팽성택의 말은 내 분노에 불을 질렀다.

난 울부짖으며 경찰들을 뿌리치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팽성택은 피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전류가 내 허리에 닿으며 온몸에 저릿한 감각이 퍼졌다.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기운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 돼, 난 쓰러질 수 없어...

우리 은하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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