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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경찰서를 다녀온 뒤 집에 돌아와 도장의 영업을 잠시 멈췄다.

와이프에게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도록 했지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강제로 전화를 걸게 했다.

그들이 내 약점을 그렇게 이용할 수 있다면 나도 같은 방식으로 맞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일부러 미친 척했다.

정신병 진단을 받고 나니 이 세상과의 거리가 더 멀어진 듯했다.

퇴원하던 날, 와이프는 나를 데리고 묘지로 향했다.

우리의 작은 딸, 은하의 생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차가운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있었다.

난 그 사진 앞에서 조용히 맹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내 딸의 원수를 갚아주겠다.’

내가 무능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가르친 선함을 품고 살던 딸이 무참히 당했으니...

착하게 사는 게 잘못은 아니었다.

진짜 나쁜 건 바로 저들이었다.

내 예상대로 팽성택은 또다시 마을 노인들을 데리고 나와 길 한가운데서 쇼를 벌였다.

나이든 사람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았고 멀리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량한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하고는 그들이 부축하려 할 때쯤 구급차가 나타나 마치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소녀들을 산골짜기 마을로 납치하려는 계획이었다.

어느 착한 학생이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노인은 힘없이 답했다.

“몸이 안 움직여... 구급차 좀 불러 주겠니?”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는 눈앞의 착해 보이는 노인이 사실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전혀 몰랐다.

그 소녀를 보자 내 딸이 떠올랐다.

은하에게는 좋은 미래와 따뜻한 가정이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나는 대학에 가서도 신중히 연애하라고 당부했었고 만약 연애하더라도 남자를 꼭 내게 보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고 말았다.

법망을 피한 정신병자들이 은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앗아갔으니 이런 악랄한 자들이 더는 용서받아서는 안 됐다.

소녀가 구급차를 부르려는 순간, 팽성택이 직접 운전하는 구급차가 현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부른 진짜 병원의 구급차가 더 일찍 도착한 것이다.

팽성택은 그 광경을 보고 분명히 당황했을 것이다.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인도 예상 밖 상황에 얼떨떨해진 듯했다.

“할아버지,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의사가 다가가 물었지만,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의사는 재빨리 들 것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옆에 있던 소녀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집도 없다고 하셔서 제가 병원에 함께 가드릴게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차에 태우려 했지만, 들것에 올려지는 순간 노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뛰쳐나갔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노인은 서둘러 말도 다 하지 못한 채 줄행랑을 쳤다.

남은 사람들은 텅 빈 들것과 바닥에 떨어진 연극 소품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건 고의적 사기 행각이군요.”

연륜 있는 의사가 사건의 전말을 듣고는 소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착하게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무 차나 따라가면 안 돼. 요즘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

소녀는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의사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다행히 그 노인이 넘어지는 순간 난 이미 구급차를 불렀기에 이 소녀는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

나는 안도하며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팽성택의 차량이 어느새 내 뒤에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차 문이 열리자, 난 그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차에 끌려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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