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 사모님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여 대표의 요구대로 후한 선물을 준비하였다.여 대표가 떠난 후 여씨 사모님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전씨 도련님이 시골뜨기인 자기 와이프를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단지 신선감에 좋아하겠지만 조금 지나 신선함이 사라지면, 그 큰 사모님 자리를 계속 지킬 수가 있을까?’30분 후, 조 비서가 전태윤에게 내선전화를 걸어와 여 대표가 만나러 왔다고 전했다.묻지 않아도 전태윤은 여 대표가 찾아온 목적이 짐작됐다.그가 여 대표를 찾아가 따지기도 전에, 여 대표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들어오라고 해.”전태윤이 싸늘하게 대답했다.조 비서는 내선 전화를 끊은 후 프런트에게 다시 통지했다.사무실 빌딩 1층의 귀빈실에서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여 대표는 발소리를 듣고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연한 척하며 들어오는 프런트를 바라보았다.“여 대표님, 우리 대표님께서 위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십니다.”여 대표는 급히 일어나 프런트에게 감사하다고 하고는, 직접 선물을 들고 프런트 뒤를 따라갔다.경호원을 따라오지 못하게 한 건 전태윤에게 그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대표실에 있던 전태윤은 조 비서와 전화를 끊은 후, 전이진에게 내선전화를 걸어 대표실로 올라오라고 했다.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한 전이진은 서둘러 하던 일을 멈추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여 대표보다 한발 먼저 대표 사무실에 도착한 전이진이 사무실 문을 닫으면서 물었다.“형, 무슨 일인데?”“앉아.”전태윤이 동생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전이진이 자리에 앉아 형님의 말을 기다렸지만,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 무슨 일인데? 형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일인지 모르잖아,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게.”자신의 최근 업무 내용을 돌이켜 본 전이진은 아무런 오차도 없이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확신하자, 마음이 좀 놓였다.“아무 일 아니야, 넌 그저 앉아있기만 하면 돼.”“...”“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여 대표는 전태윤이 성격이 차갑고 까다로워서 친해지기 어렵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었었다.전태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는 감히 단정할 수 없지만, 그의 성격이 냉담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비즈니스계에 몸담아왔고, 여씨 그룹을 인수한 후, 십여 년의 노력 끝에 작은 기업을 자산 2천 억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비록 그들 여씨 가문의 사업은 모두 외지에 있지만, 여 대표는 여전히 관성에서도 알아주는 인맥이 있는 사람이다.“전 대표님, 작은딸과 와이프 대신 사과하러 왔습니다.”여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해석했다.전태윤이 차갑게 말했다.“나는 여 여사와 아가씨를 본 적이 없습니다.”“전 대표님, 제 와이프와 작은딸이 사모님과 작은 오해가 있은 것 같은데, 제가 이미 그들을 호되게 꾸중했습니다. 작은딸이 열이 나서 제 아내가 돌보느라 직접 사과하러 오지 못하고 제가 그들을 대신해서 사모님께 사과하러 왔습니다.”여 대표가 온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대표님의 동의 없이 감히 사모님을 뵐 수 없어서 사모님께 사과드려도 되는지 먼저 대표님께 허락받으러 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보호는 매우 엄격한바, 지금까지 어떤 언론 기자도 감히 하예정을 공개적으로 방해하지 못했다. 몰래 사진을 찍더라도 전태윤의 동의 없이 아무도 감히 인터넷에 올리지 못했다.전이진은 좀 어리둥절해 났다. 여 대표가 형수님한테 미움을 샀는데, 형님이 왜 그를 불렀을까?“직접 사과하실 필요는 없고, 돌아가서 사모님과 딸을 잘 단속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 와이프가 여운초 아가씨를 좋아해서 친구로 사귀고 싶답니다.”오지랖이 넓은 하예정이 할머니가 전이진의 짝으로 점찍은 여운초를 감싸려고 이 일에 참견한 것이다.하지만 아직 위엄이 결핍한 하예정의 말을 여씨 모녀는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돌아가서 여운초를 찾아 결판을 낼지도 모른다.그러나 전태윤의 말은 여 대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알아듣게 말하였으니 여운초의 처지도 아마 좀 나아
전태윤은 대답하지 않고 냉랭하게 여 대표를 바라보았다.전태윤의 차가운 눈길에 여 대표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여 대표님께선 사과하러 오신 거 맞습니까?”형님이 몇 마디 더해주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고 있는 전이진이 사무실의 짧은 침묵을 깨뜨렸다.여 대표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저의 형수님께선 대범하셔서 보통 크게 따지지 않지만, 우정을 아주 소중히 여기십니다.”여 대표가 얼굴에 웃음을 바르며 말했다.“큰 사모님께선 정이 많으시고 의리를 중히 여기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여 대표님께서 들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다른 일은 없으니 돌아가십시오.”‘더 이상 여기서 연기하지 말고 돌아가지, 그들 전씨 가문은 여씨 가문과 거래도 없는데.’여 대표는 진작부터 떠나고 싶었지만 떠날 수 없었다. 전태윤의 노려보는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가 알 수 있으랴.그는 전태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전태윤의 아버지뻘이 되는, 큰 풍파를 겪어본 사람이다. 하지만 전태윤을 마주하면 마치 자신은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이고, 전태윤은 엄숙한 담임 선생님이라고 착각할 정도이다.전이진이 축객 명령을 내리자, 여 대표는 서둘러 작별을 고했다.형제는 모두 일어나서 배웅하지 않았다. 전이진이 조 비서에게 여 대표를 배웅하라고 통보했을 뿐이다.여 대표가 떠난 후, 전이진이 형에게 물었다.“형수님께선 어떻게 여운초를 만나셨고, 또 무슨 일로 그녀 때문에 여씨 사모님과 사이가 나빠진 거야? ”“어젯밤 일이다.”전태윤은 자초지종을 전이진에게 설명했다.“여운초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 너의 형수는 그녀가 너의 미래 와이프라는 것을 알고 이 일에 참견한 거야. 하지만 네 형수 성격으로 여운초가 누군지 몰랐어도 여씨 작은딸이 약을 타는 것을 보면 말렸을 거야.”그런 일을 보고 가만있을 하예정이 아니다.전이진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형, 난 아직 여운초를 본 적도 없어. 그녀는 내 와이프가 아니야!”전태윤은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금방 해가 뜬 것 같았는데 벌써 서산으로 졌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낮과 밤이 바뀌었다.토요일, 하예정이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나니 전태윤이 일어났다.“내가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까지 기다릴 거지.”전태윤은 그녀의 뒤로 가서 그녀를 껴안았다. 깨어났을 때 그녀를 볼 수 있는 이런 날들이 좋았다.비록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는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싸움과 냉전, 오해를 겪은 후 전태윤은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있다.“난 저절로 깰 때까지 실컷 잤어요. 일부러 당신을 깨워서 아침 식사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 둘 중 누가 만들든 마찬가지예요.”하예정이 그의 품에서 몸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는 하예정의 입가에는 웃음이 어려있었다.“여보,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전태윤은 그녀에게 이마를 맞대고 부드럽게 대답하고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이때, 초인종이 울렸다.하예정이 얼른 그를 밀쳤다.“언니가 왔나 봐요.”만약 이모와 심효진이라면, 그녀에게 전화했을 것이다.“내가 가서 문을 열게.”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니나다를까 하예진 모자였다.“처형.”전태윤은 온화한 목소리로 하예진을 부른 후 주우빈을 끌어안았다. 준수한 얼굴에 웃음이 어려 있었다.“우빈아, 이모부 보고 싶었어?”“네. 보고 싶었어요.”주우빈이 대답하면서 전태윤의 어깨에 엎드렸다.“우빈아, 어디 아픈 거니? ”평소와 다르게 열정이 없는 주우빈이 아픈 거로 생각한 전태윤이 급히 주우빈의 이마를 짚어보았으나 체온은 정상이었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내가 자는 우빈이를 깨워 데려와서 그런 거예요.”전태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좀 있다가 이모부의 차에서 좀 더 자.”시내에서 하씨네 마을까지는 몇십 킬로미터이다.“언니, 아침 식사가 준비됐어.”하예정이 주방에서 나와 남편 품에서 잠이 덜 깬 우빈이를 받아안았다.“언니, 차를 사든지 해, 그러면 우빈이도 차에서
하예정 자매가 이경혜 일행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하 영감은 아들과 두 손자를 데리고 하예정을 찾아 돈 문제를 상론하려고 관성중학교로 갔다.그는 자기들이 며칠 동안이나 소란을 피웠는데 전씨 일가에서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가만있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어쩌면 하예정은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관성중학교에 도착하니 하예정의 가게가 문을 닫았을 줄이야.“왜 문을 안 열었지? 무슨 장사를 이렇게 하는 거야, 벌써 8시가 되었는데?”차에서 내린 하 영감은 서점이 문을 열지 않자,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하예정이 장사할 줄 모른다고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명이 주변 가게를 둘러보며 할아버지한테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토요일이어서 학교가 쉬는 날이에요. 이 부근 가게들은 모두 학생들 장사예요. 학생들이 쉬는데 문을 열어도 장사가 안 돼요.”“...이전에는 그 망할 계집애가 토요일에도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부잣집 사모님이 되어 돈도 많으니 가게를 차려서 번 그까짓 돈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거야. 지명아, 만약 그 계집애가 타협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방법을 바꿔서 이 가게를 너희들이 운영하게 해달라고 하자.”“할아버지, 이 가게는 하예정과 그녀의 친구 공동명의인데 주로 그녀의 친구에게 의존해서 꾸린 거예요. 제가 알아보았는데, 그 심씨네는 관성 토박이인데 셋집을 많이 임대해주고 있대요. 그리고 고모는 부잣집에 시집간 사모님이고요. 삼촌, 큰아버지, 사촌들도 모두 매우 능력이 있답니다.”그러니 하예정의 책 가게를 쉽게 뺏을 수 없다.“그 망할 계집애가 무슨 운이 이렇게 좋담?”다른 사람들이 하예정의 운명을 질투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할아버지마저도 그녀를 질투하고 있다.왜냐하면 그녀의 팔자가 아무리 좋아도 하씨 가문에 이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그 계집애 집에 찾아갈까?”하 영감이 제일 아끼는 둘째 손자 하지문에게 물었다. 그는 모든 일에 대해 손자의 뜻을 묻는 게 습관이 되었다.그의 아들들은 그저 기세를 돋구러 따라온
“그럼, 예진이한테 가자, 예진이가 무슨 가게를 연다고 했지?”“토스트 가게요.”“됐어, 그럼 거기 가서 무료로 아침밥을 얻어먹으면 되겠구나.”하예진도 가게를 연다는 것을 알고 난 하 영감은 하예진이 이혼하면서 많은 돈을 나누어 가졌지만, 그의 손자에게 2억 원도 빌려주지 않았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손녀를 욕하고 나서 또 죽은 셋째 아들을 욕하면서, 셋째 아들 부부가 두 불효녀를 낳아서 자기한테 불효를 저지른다고 욕했다.하 영감은 차에 돌아와 하예진의 가게로 가서 무료 식사를 하자고 아들과 손자들을 재촉하였다.앞으로 그들이 관성에 오기만 하면 모두 하예진 가게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돈을 주지 않는대도 하예진도 어쩔 수가 없겠지, 그들은 한 가족이니!하 영감이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하예진의 토스트 가게에 갔더니,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다.하 영감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욕을 퍼부었다.“이 망할 두 계집애가 어디가 뒈졌나? 둘 다 가게를 닫고. 장사를 하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한테 맡길 거지.”하지명 등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가게를 닫은 것은 정상인데, 하예진도 가게를 닫았다니. 자매가 어디로 갔을까?하예정 자매는 망나니 친척들이 또 그들을 찾아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들은 차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하씨네 마을에 도착했다.자매는 멀리서 추억 속의 집을 바라보면서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네 식구가 행복하게 살던 추억에 잠겼다.전태윤과 이경혜는 충돌에 대비해 모두 경호원팀을 데리고 왔다.하예정의 집 앞에는 그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마을의 문화광장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씨 노친의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여기 부리우면 안 돼, 여기는 내 손자의 집이지 그 두 계집애의 집이 아니야. 당장 차를 빼고 이것들을 모두 실어가!”하예정은 오늘 고향에 벽돌과 모래, 돌을 한 트럭 실어 가기로 운전기사와 미리 약속했었다.지금 운전기사가 물건을 싣고 왔는데, 하씨 노친이
“갑부 집안의 큰 사모님인 예정이가 다시 돌아와 집 다툼을 한다고요? 너무 하네요.”어떤 사람은 하예정이 돌아와서 집을 다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누군가가 그를 꾸짖었다.“예정의 할아버지가 예전에 그들 자매한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요? 당연히 돌아와서 싸워야 하지요, 왜 하지문에게 주겠어요?”“하지문을 하유에게 아들로 줬다고 하지 않았던가요?”하유는 하예정의 아버지이다. 마을 사람 중 하유보다 나이가 많거나, 그의 동년배들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하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하예정 자매도 모른다.하씨 친척들이 하예정 자매를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매에게 알리지도 않고 하유 부부의 묘를 옮겨버려 자매가 부모에게 향도 올리지 못하게 했다.지난번에 하예정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침 하씨 친척들이 마을에 없어서 그녀는 비로소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경옥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하유와 가혜가 살아있을 때, 그들한테서 하지문을 아들로 데려온다는 말을 들은 적 없어요. 그들이 죽고 나서 그들의 딸을 모두 쫓아낸 후에야 아들로 들어갔다고 말한 것은 분명 남의 집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에요. 아들로 인정하려면 말로만 해서는 안 되죠. 그들이 하지문의 호적을 하유의 호적 등본에 옮기기나 했어요? 만약 하지문이 아들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둘째를 아버지로 부를 수 있나요? 둘째 큰아버지라고 불러야죠.”“...”그들은 모두 둘째 손자인 하지문을 편애하는 하 영감 부부가 하지문이 가장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이 지난 후에야 두 노인을 보러 와도 두 노인은 여전히 하지문을 편애한다.하유의 집과 빈 집터, 밭을 빼앗으려는 것도 바로 하지문에게 주려고 한 것이다.하지문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하 영감은 그에게 하예정의 집을 무너뜨리고 옆에 있는 빈 집터에 작은 별장을 하나 더 지으면 집터를 다툴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매년 내 셋째 아들 부부의 무덤을
하씨 노친의 말을 듣고 아들이 있는 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을에서 보통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어, 아들이 노후를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을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아들이 없어요. 그들은 저와 언니 둘만 낳았으니,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은 당연히 저와 언니가 물려받아야 해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어디서 우리 엄마 아빠의 아들을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그가 상복을 입었어요? 아들을 삼는 건 입양과 마찬가지인데 저희 부모님께서 그와 입양 수속을 하셨어요? 우리 집 호적 등본을 여러 번 보았지만, 호적에 사람이 추가된 것을 보지 못했어요.”하예정이 큰소리로 하씨 노친의 말에 대답했다.구경꾼들은 하예정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예정이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전태윤과 나란히 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둘러 하예정 일행이 거침없이 자기 집 문 앞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었다.하예진은 주우빈한테 그녀가 고향 가족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주우빈을 강일구한테 맡겨 근처에서 놀게 했다.이경혜 모녀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하예정 부부의 뒤를 따라 걸어왔다.이경혜의 안색은 유난히 어두웠다.그녀는 수십 년 동안 여동생의 행방을 찾느라 헤맸는데, 여동생은 이미 16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다행히 두 명의 조카딸을 남겼는데 큰 조카딸은 여동생과 닮아서 이경혜는 하예진을 보면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아 다소 위안이 되었다.이경혜는 줄곧 여동생이 살던 곳을 보고 싶었고, 여동생의 무덤에 찾아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두 조카딸이 부모의 묘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몰랐기 때문에 이경혜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조카딸들한테 그녀들이 부모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의 말을 듣고 이경혜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 사람들은 여동생 부부가 힘들게 지은 집을 강제로 차지하고는 당시 나이가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