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굿바이 쓰레기: Bab 51 - Bab 60

206 Bab

제51화

배나은의 장례식이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남설아의 마음은 여전히 배나은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배나은이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아까 서준 씨가 했던 말... 혹시 나은이도 듣고 있었을까?’남설아는 아이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은아, 착한 우리 나은이. 상처받지 마, 저 사람 헛소리하는 거야. 엄마 눈에는 우리 나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아이야.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네 엄마가 될 수 있어서.”“나은아,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넌 왜 한 번도 엄마 꿈에 오지 않는 거니? 혹시 엄마를 원망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정말 네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남설아에게 시간은 그저 무능한 돌팔이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배나은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숨이 막힐 듯 괴로웠다.아이의 사진을 꼭 끌어안고 남설아는 한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녀는 부모님의 위패 앞에도 향을 올렸다.“엄마, 아빠. 어릴 때부터 저한테 착하게 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착하게 심지어는 바보처럼 살아왔어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했는데... 그런데 왜, 왜 이런 결말이 된 거죠?”“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고, 왜 제가 붙잡고 싶은 사람은 끝내 잡을 수 없었을까요?”“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제는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아이를 위해서라도 복수할 거예요. 저와 나은이의 것을 반드시 되찾을 거예요.”배씨 가문의 것이든 아니든 남설아는 한 번도 탐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배나은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걸 되찾을 것이었다.부모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설아의 눈빛은 한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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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시간을 확인한 남설아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데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이 데이터들은 모두 강연찬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배건 그룹의 최근 5년간 경영 및 재무 상황은 물론 배서준이 외부에서 운영하는 몇몇 자회사들의 수상한 움직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비록 자료를 건네주긴 했지만 강연찬은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만약 이 정도 자료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배서준과 겨뤄볼 자격조차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분도 결국 빼앗길 것이 뻔했다.대학교 시절, 남설아는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데이터 분석은 그녀의 특기였다. 비록 결혼 후 몇 년간 가정에 묶여 있었지만 기본기는 여전했다. 그래서인지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 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시나 배서준은 그동안 헛되이 바깥에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그는 이미 충분히 세력을 키워 놓았고 그렇기에 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돌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러니까 할아버지가 유언장을 바꿨다는 걸 알면서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남설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에게 치밀한 계획이 있을지 몰라도 남설아에게도 그에 맞설 방법이 있었다.이처럼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콩밥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묵직했던 남설아의 가슴이 한결 시원해졌다.다음 날 오전 9시.천기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저희와 친분이 있는 몇몇 언론사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반드시 올 거야.”배서준은 손에 쥔 라이터를 굴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이미 충분히 말했고 제시한 조건도 그 정도면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나 천기준은 여전히 불안한 듯 고민하다가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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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단 한 마디가 현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이런 방식의 폭로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최전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마치 본능적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그제야 배서준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역시나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심지어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남설아, 미쳤어?”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으며 남설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이 차갑게 손을 뿌리치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모두 세상에 공개했다.“저희는 결혼 후 딸을 하나 낳았습니다. 이름은 배나은. 그리고 얼마 전 우리 딸이 세상을 떠났죠. 하지만 아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배서준 씨는 연인과 함께 1억 2000만 원 어치의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었습니다.”“아내로서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는 것, 그건 제가 무능했던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제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렬하게 꽂혔다.이 자리에 있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배건 그룹과 가까운 곳들이었다. 그래서 배서준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폭로를 듣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뜻인가?’“남설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러분, 믿지 마세요! 충격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배서준은 황급히 남설아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오늘 현장에는 그가 부른 언론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고 강연찬이 따로 준비한 기자들도 있었다.그녀가 한 말들은 단 두 시간 안에 온라인을 뒤덮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배서준이 얼마나 추악하고 천박한 인간인지.그렇게 해서 그를 끝장낼 것이었다.배나은을 위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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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남설아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배서준이 자신을 붙잡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으니 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배씨 가문의 추문은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홍보팀이 전력을 다해 진화하려 해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배씨 가문의 더러운 진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해졌다.곧이어 온라인에서는 관련자들이 나서서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네티즌들이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사건의 시간대를 정리하고 인물 관계를 분석하고 심지어는 배씨 가문의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마치 누가 먼저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할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다.이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걸 보니 강연찬이 뒤에서 움직였다는 게 확실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 자회사들부터 정리해야겠어.”전화를 받은 강연찬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문 너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남설아는 순간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전화를 끊고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강연찬과 눈이 마주쳤다.그가 너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혹시 환영을 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반가워하는 기색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물었다.강연찬은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허름한 방을 둘러본 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집을 하나 구해놨어. 지금 당장 이사해야 해. 지금 위험한 건 배서준만이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 보안은 엉망이야. 너 혼자 지내기엔 너무 위험해.”남설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강연찬은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자신을 챙기러 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오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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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돌아서 가.”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빨리 배서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진 않은데?”강연찬은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팔짱을 낀 채 배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가볍게 비아냥댔다.“배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나 있나요? 뭐 하는 거죠? 혹시 증거라도 모으러 온 겁니까? 본인이 불륜 저지른 게 맞다는 증거?”배서준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신 곧장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내려.”“안 내려요.”남설아는 단호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서준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었으니까 아직 아냐.”배서준은 짜증을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우리는 아직 부부야. 그러니까 넌 나랑 같이 가야 해.”이 말에 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는 결혼이라는 관계가 구속이라며 거부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 관계를 핑계 삼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한다?결혼이라는 줄에 묶여 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배서준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고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이라는 것을.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부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있는 힘껏 차 문을 닫아버렸다.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 배서준의 손이 문틈에 낀 것이 보였다.그리고 곧이어 ‘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에 남설아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그 순간, 강연찬이 지체 없이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 듯 깔끔했다.그리고 차가 빠르게 멀어지는 동안 뒤늦게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삼키던 배서준이 본 것은 오직 그들의 차량이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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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하지만 지금은 배나은도 없다. 아이가 없는 이상 남설아와 배서준 사이는 이제 정말로 끝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께 약속한 일도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서준을 놓아줄 수는 있어도 배건 그룹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배건 그룹은 사실 배서준과 큰 관계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일궈낸 기업이었고 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려 운영해온 곳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배서준은 그저 거저 얻은 것뿐이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까지 죄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남설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씨 가문이었다.배서준과 결혼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배씨 가문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오직 할아버지만이 그녀를 아껴줬을 뿐. 배서준의 부모는 늘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급히 돌아와 그녀를 심문하려는 모양이었다.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저녁, 본가에서 저녁 먹자.”“어머님, 저희 이미 이혼했는데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처음으로 남설아가 반기를 들었다.그전까지는 배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묵묵히 따랐지만 이번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한 번도 자신에게 대들지 않던 며느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겠지.’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상대의 냉랭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쏟아졌다.“남설아, 주제 파악 좀 해. 오늘 저녁 안 오면 밥상도 안 차릴 거야.”그러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남설아는 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담긴 태도였다.남설아는 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배서준이 사람을 이토록 무시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유심 칩을 빼내더니 잠시 망설이며 한숨을 쉬었다.“이 번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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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남설아는 배씨 가문의 본가 앞에 서서 복잡한 감정을 삼켰다.이곳은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할아버지가 계실 때만 해도 최소한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걸음을 옮겼다.예전에는 배서준의 부모 앞에서 늘 조심스럽게 굴었다.남설아는 자신이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것도 출신이 높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배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배서준 부모 내외는 늘 해외에 머물렀지만 가끔 남설아와 마주칠 때마다 얼굴에 싫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마치 그녀 같은 며느리를 둔 것이 큰 치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리고 예상대로 막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적대감이 쏟아졌다.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배서준의 어머니, 윤화진이였다.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제 아주 대담해졌구나? 감히 이렇게까지 날뛰다니. 네가 이렇게 나온다고 서준이가 널 다시 봐줄 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아버님이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이제 연기할 필요가 없어진 건가?”남설아는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나은이가 죽었어요. 그거 알고 계셨나요?”그러자 윤화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곧 냉소를 띠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겨우 그런 애 하나 때문에 이 난리야? 없어졌으면 그만이지. 너도 아직 젊잖아. 아이를 원하면 다시 낳으면 되는 거고.”이게 바로 배씨 가문이었다.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라는 곳의 민낯이었다.배나은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않았고 오히려 꺼려하고 싫어했다.그저 몸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배씨 가문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결함 있는 존재로 취급했고 없어져야 할 존재로 여겼다.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배나은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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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남설아는 엄마로서 그런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저는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단지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을 뿐이죠. 서준 씨가 아들을 원한다면 서준 씨한테 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제가 나설 필요는 없겠죠.”서유라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배서준의 아이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그 말에 윤화진은 확실히 다급해져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를 갈듯 말했다.“좋아, 감정이 없다는 거지?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우리는 굳이 말리지 않겠어. 다만 아버님이 너한테 남긴 것들은 내놔. 그러면 어디든 네 맘대로 가!”“그건 할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거예요. 왜 제가 도로 줘야 하죠?”남설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본가에 오기 전부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직접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고 씁쓸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남설아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오늘 훈계나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그저 확실히 말씀드리러 왔어요. 할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것들 전 반드시 잘 활용할 겁니다. 그리고 저와 서준 씨 사이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그건 배씨 가문의 것이야! 이혼해서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게 됐으면 그걸 가질 자격도 없는 거 아니야?”“당장 내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히 안 둘 거야!”윤화진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노려보았다.지금까지 만날 때마다 한없이 움츠러들고 주눅 들어 있던 며느리였다.한눈에 봐도 하찮은 집안에서 자라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여자였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당당하게 맞서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역시, 그 많은 재산 덕에 자신감이 붙은 거겠지!’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남설아는 더 이상 말다툼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한 번 더 말씀드릴게요. 그건 제 겁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이 본가도요. 할아버지가 남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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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남설아는 이번 일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본가를 나서자마자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살면서 이렇게 통쾌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사람이 가끔은 독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네.’한편 병원.배서준은 부모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서유라는 이미 병원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배서준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배서준이 들어서는 순간, 서유라는 급히 다가와 그의 손을 붙잡았다.눈물로 가득한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아버님, 어머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떡하지? 서준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아버님께서는 원래 고혈압이 있으셨는데... 이런 충격을 받으시면 어떡해....”서유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본래 부모와 특별한 정이 없었다.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고 부모는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았다.본래 아이를 낳을 계획조차 없었다가 뜻하지 않게 그를 갖게 되어 마지못해 낳았을 뿐이었다.그마저도 제대로 키울 생각은 없었고 태어나자마자 본가에 맡겨놓고는 자기들끼리 즐기며 살았다.그런 부모와는 그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존재했을 뿐 애정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잠시 후, 의사가 진료실에서 나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아버님께서는 원래 고혈압이 있으셨는데 이번에 심한 충격을 받아 뇌졸중이 왔습니다. 편마비 증상이 심해서 앞으로는 서거나 걸을 수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미리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깨어나셨습니다.”의사는 짧고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자리를 떠났다.배서준은 말없이 병실로 들어갔다.그가 들어서자마자 윤화진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아들이라고 여기 들어올 낯짝이 있긴 해?! 네 그 잘난 전 부인이 우리를 어떻게 만든 줄 알아?!”오랜만에 만나는 어머니 윤화진이었지만 배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쏟아지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닌 비난과 질책뿐이었다.배서준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전혀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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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서준아, 아프지 않아?”서유라는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배서준의 붉게 부은 뺨을 바라봤다.하지만 배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푹 쉬라는 말만 남긴 채 혼자 차를 몰아 남설아를 찾아갔다.남설아의 허름한 집에 도착해서 한참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근처 사람에게 물어본 끝에야 남설아가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는 수 없이 그는 전화를 걸었다.겨우겨우 다시 마주했지만 예전처럼 차갑고 거만한 모습은 없었다.대신 어쩐지 지친 기색과 체념이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이제 그만하지? 집으로 돌아가자.”“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요?”남설아는 그 말에 실소가 터졌다.“내 딸이 죽었어요. 내가 뭘 더 가지고 당신이랑 싸우겠어요?”그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배서준의 뺨에 선명한 붉은 자국이었다.누가 봐도 부모가 때린 흔적이었다.예전 같았으면 그걸 보고 마음 아파했겠지만 지금의 남설아는 오히려 통쾌했다.‘개가 개를 무는 광경... 참 볼만하네.’“아버지는 중풍, 어머니는 병원 신세. 이 정도면 됐잖아.”“내 아내는 영원히 너야. 유라 숨겨둘게. 네 자리 빼앗지 않게. 아이를 좋아한다면 내가 하나 더 낳아줄 수도 있어. 어때?”그는 여전히 자애롭고 이해심 많은 척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정말 배려심 깊은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남설아에게 그 말은 역겨울 정도로 우스웠다.“당신 부모가 병든 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 손으로 사회에서 도태된 거예요. 나랑 아무 상관없어요.”그녀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전에 그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줬다.부메랑은 돌고 돌아 결국 자기 몸에 꽂히는 법, 그 고통이 어떤 건지 이제 뼈저리게 느껴보라는 거였다.“도대체... 넌 지금 뭘 원하는 거야?!”배서준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오더니 남설아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소리쳤다.“남설아, 네가 정말 감히 이렇게 나와?!”이 말이 그의 인내심의 끝이었다.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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