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1화

Author: 목련청
배나은의 장례식이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남설아의 마음은 여전히 배나은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배나은이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아까 서준 씨가 했던 말... 혹시 나은이도 듣고 있었을까?’

남설아는 아이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은아, 착한 우리 나은이. 상처받지 마, 저 사람 헛소리하는 거야. 엄마 눈에는 우리 나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아이야.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네 엄마가 될 수 있어서.”

“나은아,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넌 왜 한 번도 엄마 꿈에 오지 않는 거니? 혹시 엄마를 원망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정말 네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남설아에게 시간은 그저 무능한 돌팔이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배나은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숨이 막힐 듯 괴로웠다.

아이의 사진을 꼭 끌어안고 남설아는 한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녀는 부모님의 위패 앞에도 향을 올렸다.

“엄마, 아빠. 어릴 때부터 저한테 착하게 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착하게 심지어는 바보처럼 살아왔어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했는데... 그런데 왜, 왜 이런 결말이 된 거죠?”

“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고, 왜 제가 붙잡고 싶은 사람은 끝내 잡을 수 없었을까요?”

“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제는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아이를 위해서라도 복수할 거예요. 저와 나은이의 것을 반드시 되찾을 거예요.”

배씨 가문의 것이든 아니든 남설아는 한 번도 탐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배나은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걸 되찾을 것이었다.

부모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설아의 눈빛은 한층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굿바이 쓰레기   제52화

    시간을 확인한 남설아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데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이 데이터들은 모두 강연찬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배건 그룹의 최근 5년간 경영 및 재무 상황은 물론 배서준이 외부에서 운영하는 몇몇 자회사들의 수상한 움직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비록 자료를 건네주긴 했지만 강연찬은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만약 이 정도 자료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배서준과 겨뤄볼 자격조차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분도 결국 빼앗길 것이 뻔했다.대학교 시절, 남설아는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데이터 분석은 그녀의 특기였다. 비록 결혼 후 몇 년간 가정에 묶여 있었지만 기본기는 여전했다. 그래서인지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 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시나 배서준은 그동안 헛되이 바깥에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그는 이미 충분히 세력을 키워 놓았고 그렇기에 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돌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러니까 할아버지가 유언장을 바꿨다는 걸 알면서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남설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에게 치밀한 계획이 있을지 몰라도 남설아에게도 그에 맞설 방법이 있었다.이처럼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콩밥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묵직했던 남설아의 가슴이 한결 시원해졌다.다음 날 오전 9시.천기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저희와 친분이 있는 몇몇 언론사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반드시 올 거야.”배서준은 손에 쥔 라이터를 굴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이미 충분히 말했고 제시한 조건도 그 정도면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나 천기준은 여전히 불안한 듯 고민하다가 조심스

  • 굿바이 쓰레기   제53화

    단 한 마디가 현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이런 방식의 폭로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최전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마치 본능적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그제야 배서준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역시나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심지어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남설아, 미쳤어?”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으며 남설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이 차갑게 손을 뿌리치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모두 세상에 공개했다.“저희는 결혼 후 딸을 하나 낳았습니다. 이름은 배나은. 그리고 얼마 전 우리 딸이 세상을 떠났죠. 하지만 아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배서준 씨는 연인과 함께 1억 2000만 원 어치의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었습니다.”“아내로서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는 것, 그건 제가 무능했던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제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렬하게 꽂혔다.이 자리에 있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배건 그룹과 가까운 곳들이었다. 그래서 배서준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폭로를 듣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뜻인가?’“남설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러분, 믿지 마세요! 충격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배서준은 황급히 남설아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오늘 현장에는 그가 부른 언론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고 강연찬이 따로 준비한 기자들도 있었다.그녀가 한 말들은 단 두 시간 안에 온라인을 뒤덮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배서준이 얼마나 추악하고 천박한 인간인지.그렇게 해서 그를 끝장낼 것이었다.배나은을 위해서 그

  • 굿바이 쓰레기   제54화

    남설아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배서준이 자신을 붙잡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으니 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배씨 가문의 추문은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홍보팀이 전력을 다해 진화하려 해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배씨 가문의 더러운 진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해졌다.곧이어 온라인에서는 관련자들이 나서서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네티즌들이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사건의 시간대를 정리하고 인물 관계를 분석하고 심지어는 배씨 가문의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마치 누가 먼저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할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다.이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걸 보니 강연찬이 뒤에서 움직였다는 게 확실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 자회사들부터 정리해야겠어.”전화를 받은 강연찬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문 너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남설아는 순간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전화를 끊고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강연찬과 눈이 마주쳤다.그가 너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혹시 환영을 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반가워하는 기색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물었다.강연찬은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허름한 방을 둘러본 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집을 하나 구해놨어. 지금 당장 이사해야 해. 지금 위험한 건 배서준만이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 보안은 엉망이야. 너 혼자 지내기엔 너무 위험해.”남설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강연찬은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자신을 챙기러 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오랜 세월

  • 굿바이 쓰레기   제55화

    “돌아서 가.”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빨리 배서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진 않은데?”강연찬은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팔짱을 낀 채 배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가볍게 비아냥댔다.“배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나 있나요? 뭐 하는 거죠? 혹시 증거라도 모으러 온 겁니까? 본인이 불륜 저지른 게 맞다는 증거?”배서준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신 곧장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내려.”“안 내려요.”남설아는 단호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서준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었으니까 아직 아냐.”배서준은 짜증을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우리는 아직 부부야. 그러니까 넌 나랑 같이 가야 해.”이 말에 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는 결혼이라는 관계가 구속이라며 거부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 관계를 핑계 삼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한다?결혼이라는 줄에 묶여 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배서준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고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이라는 것을.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부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있는 힘껏 차 문을 닫아버렸다.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 배서준의 손이 문틈에 낀 것이 보였다.그리고 곧이어 ‘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에 남설아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그 순간, 강연찬이 지체 없이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 듯 깔끔했다.그리고 차가 빠르게 멀어지는 동안 뒤늦게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삼키던 배서준이 본 것은 오직 그들의 차량이 남긴

  • 굿바이 쓰레기   제56화

    하지만 지금은 배나은도 없다. 아이가 없는 이상 남설아와 배서준 사이는 이제 정말로 끝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께 약속한 일도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서준을 놓아줄 수는 있어도 배건 그룹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배건 그룹은 사실 배서준과 큰 관계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일궈낸 기업이었고 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려 운영해온 곳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배서준은 그저 거저 얻은 것뿐이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까지 죄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남설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씨 가문이었다.배서준과 결혼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배씨 가문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오직 할아버지만이 그녀를 아껴줬을 뿐. 배서준의 부모는 늘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급히 돌아와 그녀를 심문하려는 모양이었다.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저녁, 본가에서 저녁 먹자.”“어머님, 저희 이미 이혼했는데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처음으로 남설아가 반기를 들었다.그전까지는 배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묵묵히 따랐지만 이번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한 번도 자신에게 대들지 않던 며느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겠지.’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상대의 냉랭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쏟아졌다.“남설아, 주제 파악 좀 해. 오늘 저녁 안 오면 밥상도 안 차릴 거야.”그러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남설아는 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담긴 태도였다.남설아는 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배서준이 사람을 이토록 무시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유심 칩을 빼내더니 잠시 망설이며 한숨을 쉬었다.“이 번호, 내

  • 굿바이 쓰레기   제57화

    남설아는 배씨 가문의 본가 앞에 서서 복잡한 감정을 삼켰다.이곳은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할아버지가 계실 때만 해도 최소한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걸음을 옮겼다.예전에는 배서준의 부모 앞에서 늘 조심스럽게 굴었다.남설아는 자신이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것도 출신이 높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배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배서준 부모 내외는 늘 해외에 머물렀지만 가끔 남설아와 마주칠 때마다 얼굴에 싫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마치 그녀 같은 며느리를 둔 것이 큰 치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리고 예상대로 막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적대감이 쏟아졌다.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배서준의 어머니, 윤화진이였다.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제 아주 대담해졌구나? 감히 이렇게까지 날뛰다니. 네가 이렇게 나온다고 서준이가 널 다시 봐줄 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아버님이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이제 연기할 필요가 없어진 건가?”남설아는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나은이가 죽었어요. 그거 알고 계셨나요?”그러자 윤화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곧 냉소를 띠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겨우 그런 애 하나 때문에 이 난리야? 없어졌으면 그만이지. 너도 아직 젊잖아. 아이를 원하면 다시 낳으면 되는 거고.”이게 바로 배씨 가문이었다.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라는 곳의 민낯이었다.배나은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않았고 오히려 꺼려하고 싫어했다.그저 몸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배씨 가문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결함 있는 존재로 취급했고 없어져야 할 존재로 여겼다.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배나은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손을

  • 굿바이 쓰레기   제58화

    남설아는 엄마로서 그런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저는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단지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을 뿐이죠. 서준 씨가 아들을 원한다면 서준 씨한테 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제가 나설 필요는 없겠죠.”서유라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배서준의 아이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그 말에 윤화진은 확실히 다급해져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를 갈듯 말했다.“좋아, 감정이 없다는 거지?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우리는 굳이 말리지 않겠어. 다만 아버님이 너한테 남긴 것들은 내놔. 그러면 어디든 네 맘대로 가!”“그건 할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거예요. 왜 제가 도로 줘야 하죠?”남설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본가에 오기 전부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직접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고 씁쓸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남설아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오늘 훈계나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그저 확실히 말씀드리러 왔어요. 할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것들 전 반드시 잘 활용할 겁니다. 그리고 저와 서준 씨 사이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그건 배씨 가문의 것이야! 이혼해서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게 됐으면 그걸 가질 자격도 없는 거 아니야?”“당장 내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히 안 둘 거야!”윤화진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노려보았다.지금까지 만날 때마다 한없이 움츠러들고 주눅 들어 있던 며느리였다.한눈에 봐도 하찮은 집안에서 자라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여자였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당당하게 맞서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역시, 그 많은 재산 덕에 자신감이 붙은 거겠지!’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남설아는 더 이상 말다툼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한 번 더 말씀드릴게요. 그건 제 겁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이 본가도요. 할아버지가 남기신

  • 굿바이 쓰레기   제59화

    남설아는 이번 일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본가를 나서자마자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살면서 이렇게 통쾌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사람이 가끔은 독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네.’한편 병원.배서준은 부모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서유라는 이미 병원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배서준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배서준이 들어서는 순간, 서유라는 급히 다가와 그의 손을 붙잡았다.눈물로 가득한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아버님, 어머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떡하지? 서준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아버님께서는 원래 고혈압이 있으셨는데... 이런 충격을 받으시면 어떡해....”서유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본래 부모와 특별한 정이 없었다.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고 부모는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았다.본래 아이를 낳을 계획조차 없었다가 뜻하지 않게 그를 갖게 되어 마지못해 낳았을 뿐이었다.그마저도 제대로 키울 생각은 없었고 태어나자마자 본가에 맡겨놓고는 자기들끼리 즐기며 살았다.그런 부모와는 그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존재했을 뿐 애정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잠시 후, 의사가 진료실에서 나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아버님께서는 원래 고혈압이 있으셨는데 이번에 심한 충격을 받아 뇌졸중이 왔습니다. 편마비 증상이 심해서 앞으로는 서거나 걸을 수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미리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깨어나셨습니다.”의사는 짧고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자리를 떠났다.배서준은 말없이 병실로 들어갔다.그가 들어서자마자 윤화진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아들이라고 여기 들어올 낯짝이 있긴 해?! 네 그 잘난 전 부인이 우리를 어떻게 만든 줄 알아?!”오랜만에 만나는 어머니 윤화진이었지만 배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쏟아지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닌 비난과 질책뿐이었다.배서준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전혀 동요

Latest chapter

  • 굿바이 쓰레기   제218화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한테 맡긴 업무는 어떻게 됐나요?”남설아는 한원준이 건넨 꽃다발을 안고는 자신이 지시했던 업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렸다.남설아가 이제 막 퇴원한 상황인데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업무라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사람들은 마치 보물 자랑하듯 자신이 맡은 작업 결과물을 하나씩 꺼내서 남설아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모두 기술 쪽에 능한 사람들이라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잘 잡혀 있었다. 남설아는 모두의 자료를 꼼꼼히 확인한 후 자리에 앉아 직접 계산과 검토에 들어갔다.한편, 배서준은 온몸에 먼지를 묻힌 채 분노에 찬 얼굴로 기술팀에 들어섰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본 광경은 전 직원이 조용히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설아도 예외는 아니었다.자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인데 모두가 일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 부적절하게 튀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민망해졌다.배서준의 얼굴이 굳은 걸 본 한원준과 몇몇 남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설아가 막 퇴원한 만큼 또다시 일이 생길까 봐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려는 반응이었다.자신이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 전부 남설아 편에 선 걸 실감한 배서준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폭발할 수도 없었다.결국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남설아를 매섭게 노려본 뒤, 말없이 돌아서서 나갔다.그 과정 내내 남설아는 한 번도 고개를 들어 그를 보지 않았다. 화가 나서 들어오는 것도 차가운 반응도 전부 무시했다. 왜냐하면 남설아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서준이 아무리 사적인 감정으로 날뛰더라도 적어도 회사 업무에는 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배서준이 떠난 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남설아에게 다가와 속삭였다.“팀장님,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대표님처럼 기세 강한 사람 앞에서 표정 하나 안 바뀌다니요.”“익숙해지면 괜찮아. 근데

  • 굿바이 쓰레기   제217화

    남설아의 깔끔하고 단호한 행동을 본 천기준은 거의 감탄을 금치 못했다.지금 남설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는 남설아가 그냥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일 줄로 알았지만, 그녀는 되려 정면으로 반격하는 행동을 보였다.놀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천기준과 눈이 마주치자 남설아는 살짝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제 정당한 권리는 지켜도 되는 거죠?”“그럼요, 당연하죠. 당연히 지켜야죠.”천기준은 바로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그제야 남설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먼저 가요. 회사에 일도 있고 저 사람들 기다릴 필요 없어요.”“그런데 우리 차는 한 대뿐이잖아요?”“저 사람들은 택시 타고 오겠죠.”남설아는 운전석 문을 열고 앉으면서 천기준을 힐끔 바라봤다.“천 비서님도 택시 타실래요? 택시비는 회사에서 안 나올 텐데요?”천기준은 바보가 아니었다. 굳이 눈앞에 있는 차를 두고 택시를 탈 이유도 없고 더군다나 운전석도 자신이 아닌 남설아가 차지하고 있는데 굳이 말썽 피울 이유도 없었다.그는 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조심스레 탔다.“팀장님, 운전은 하실 줄 아시죠?”천기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운전면허 따고 나서 두세 번 정도 해봤어요.”남설아는 웃으며 대답했고 곧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도로 위로 내달렸다.배서준과 서유라는 막 서류를 마치고 나와서 딱 차가 떠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눈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의 얼굴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서유라는 배서준의 소매를 잡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준아, 설아 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내가 전화해서 차 부를게.”배서준은 냉랭한 얼굴로 회사 다른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차가 도착할 때까지 무려 30분 넘게 바람맞으며 서 있어야 했다.배서준은 어릴 적부터 이런 굴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자신을 이렇게까지 창피하게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남설아였다. 예전엔 언제나 자신 눈치만 보던 그 여자가 이제는 완전히 달

  • 굿바이 쓰레기   제216화

    서유라는 원래 눈빛으로 기선 제압하려던 중이었지만 남설아가 이렇게 단순하고 거칠게 자기를 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얼굴빛이 확 변했고 배서준이 나오는 걸 곁눈질로 보자마자 바로 태도를 바꿔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설아 씨, 내가 좀 멀미가 심해서 앞자리에 앉은 건데 너무 화내지 마.”“운전하면 되잖아? 그것도 앞자리니까.”남설아는 팔짱을 낀 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서유라를 바라봤다.“그건...”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설아를 바라봤다. 이 여자의 논리가 이렇게 치밀하고 말 한마디로 사람을 말문이 막히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서준 씨는 오늘 아주 바쁘잖아. 유라 씨는 원래 눈치 빠르지 않았어?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틈이 있나? 멀미 심하면 유라 씨가 운전해. 난 내가 앉아야 할 자리에 앉아야겠어.”남설아는 더 이상 서유라의 연기에 관심 없다는 듯 소독 물티슈를 꺼내 조수석 시트를 꼼꼼하게 닦고는 툭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 행동을 본 서유라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배서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준아, 나 그냥 택시 타고 갈게.”“타, 같이 가.”배서준은 뒷좌석 문을 열며 서유라를 향해 한마디만 했다.그제야 서유라는 오늘 조수석은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불만은 가득했지만, 이 자리에서 억지 부리면 더 손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조용히 뒷자리에 올라탔다.배서준도 뒷자리에 타면서 조용히 서유라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때 천기준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그는 아무 말 없이 순순히 운전석 문을 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차를 몰고 부동산 계약 장소로 향했다.서유라는 처음엔 자신이 완전히 밀렸다고 생각했지만, 배서준이 자기 손을 꼭 잡은 걸 보고 곧 깨달았다. 이 사람은 이미 계획을 해두었다.그러자 그녀는 곧 연약한 척 배서준 어깨에 기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서준아, 나 좀 어지러워.”역겹기 짝이 없었다.남설아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가증스러운 여자가 뭐가 좋은지 이해가

  • 굿바이 쓰레기   제215화

    배서준이 제일 싫어하는 건 남설아가 다른 남자에게 웃는 거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강연찬이라니 더 화가 났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강연찬 앞에서 남설아의 허리를 확 감싸 안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순간 방 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강연찬의 눈에는 배서준의 행동이 유치하게만 보였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 방해하지 않을게.”“거기 서요. 앞으로 내 아내 앞에서 얼쩡대지 마요.”배서준은 남설아의 허리를 감싼 채 강연찬을 향해 경고했다.“아내? 배 대표님이 말 안 했으면 몰랐겠네요. 설아가 그쪽 아내였어요?”강연찬은 인내심을 가지고 멈춰 섰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그대로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말했다.“설아가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동안 난 매일 찾아왔고 직접 요리도 해줬어요. 배 대표님은요? 얼굴 한 번 안 비췄잖아요. 그런데 감히 설아가 그쪽 아내라고요?”“당신!”배서준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남설아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이런 상황에서도 배서준은 꿋꿋하게 말했다.“그건 우리 부부 사이 문제에요. 그쪽이 참견할 일 아니죠.”“두 사람 부부 문제는 나랑 상관없죠. 하지만 내 후배 문제는 내가 그냥 넘길 수 없어요. 배 대표님, 착각하지 마요. 내가 신경 쓰는 건 그쪽이 아니에요. 정말 우습네요.”그 말을 남기고 강연찬은 돌아섰다. 그 뒷모습은 마치 전투에서 이긴 장군처럼 당당했다.남설아는 그런 강연찬의 유치한 승리감에 실소를 터뜨렸다.‘아니, 이 사람 대학교 때보다 더 애 같아졌네?’“남설아, 넌 정말 아내로서 해야 할 도리를 모르는구나. 넌 내 배서준의 아내고 배건 그룹 사모님이라고. 다른 남자랑 이렇게 당당하게 다니다니, 배씨 가문 체면은 생각 안 해?”그는 남설아를 거칠게 밀어내고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남설아는 그런 질문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서준 씨는 서유라 허리 휘감고 세상 다 돌아다

  • 굿바이 쓰레기   제214화

    서유라는 화가 나서 컵을 몇 개나 집어 던졌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서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별것도 아닌 천한 년이잖아. 매형 돈은 곧 누나 돈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걔한테 넘겨주다니? 누나, 내가 나서서 그 여자 제대로 혼쭐내줄까?”서유라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서도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제발 신중하게 해. 괜히 설쳐서 또 손해 보는 일 없게. 알겠지?”“걱정하지 마. 그냥 여자 하나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서도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난번 교도소에 갔다 온 것도 결국 그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엔 진짜 예전 일까지 싸잡아서 복수해주겠다고 이를 갈았다.그렇게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그동안 남설아는 병원에서 아주 얌전히 요양 생활했다. 몸도 많이 회복돼서 살도 약간 올랐다.강연찬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꽃다발을 들고 남설아가 퇴원할 때 병원에 찾아왔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는 마침 남설아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을 때였다. 하얀 등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선명하고 끔찍한 상처 자국이 있었다. 피부 대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강연찬은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얼굴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남설아는 등을 돌린 상태였고 보여준 건 단지 뒷모습뿐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휘저으며 담담히 말했다.“다 입었어요. 돌아보세요.”비록 등 한쪽을 본 것뿐인데도 강연찬은 자꾸 괜한 상상을 하게 됐다.하얀 등이 눈앞에 아른거리다 남설아의 얼굴과 겹치니 마음속의 작은 불씨가 더 활활 타올랐다.강연찬은 어색하게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퇴원 축하해.”“고마워요, 오빠. 근데 오늘 월요일이라 바쁠 텐데 어떻게 시간 냈어요?”남설아는 꽃을 받아들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강연찬을 궁금하다는 듯 바라봤다.강연찬은 앞으로 성큼 다가와 USB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연훈 그룹에서 우리한테 요구한 기술자료야. 우

  • 굿바이 쓰레기   제213화

    배서준은 자신이 남설아에게 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위협은 남설아 눈에는 그저 웃기는 소리일 뿐이었다.심지어 남설아는 가끔 배서준의 사고방식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했다.예전에는 자신이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진짜 연애에 눈먼 건 배서준 쪽 같았다.인제 와서 이 모든 일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니, 정말 뻔뻔함도 이런 뻔뻔함이 없다.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고 바로 자리에 누워 병실에서 평온한 요양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한편 차 안에서는 서유라가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바라보며 작게 물었다.“서준아, 우리 이제 어떻게 해?”“그깟 돈 좀 주면 어때.”배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배건 그룹은 어쨌든 수천억을 움직이는 대기업이고 고작 260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부부 사이였기에 돈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넘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오히려 본가가 진짜로 정리돼 버린다면 그 피해는 자신들이 입게 되고 그 순간 상류사회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어떻게 배서준이 남설아에게 260억이나 그냥 줄 수가 있지? 대체 뭔 자격으로 그런 걸 받아?’그녀는 그동안 배서준 옆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뒷말과 차별을 감내했는데 그렇게 받은 돈을 다 합쳐도 260억의 10분의 1도 안 됐다.그녀는 처음으로 느꼈다. 배서준의 사랑이라는 건 결국 허상일 뿐이었다.배서준은 그런 서유라의 눈빛 속 못마땅한 감정을 알아채고는 안쓰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분 풀어. 너 바닷가 별장 좋아했잖아. 월요일에 명의 이전할 때 그 별장 네 이름으로 해줄게, 어때?”예전 같았으면 별장을 받는다는 건 큰 선물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260억이라는 금액을 본 이상, 별장은 그냥 구걸하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적선 같았다.그래도 서유라는 놀란 척을 하며 환하게 웃고 배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역시 서준이 너뿐

  • 굿바이 쓰레기   제212화

    배서준은 제일 먼저 바닥에 무릎 꿇은 서유라를 일으켜 세우고는 곧장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나랑 맞서겠다는 거야?”“우린 그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거예요. 난 당신이 정한 방식에 맞춰서 하고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안 되는 거예요?”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배서준 씨, 우리 사이에서 가장 어이없는 얘기가 감정이란 거 서준 씨도 알잖아요.”“남설아, 내가 나은이의 유골을 파내서 갈아버릴 수도 있다고 하면 믿겠어?”배서준은 갑자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남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가장 아꼈던 게 그 못된 계집아이이니 한번 해보자는 의미였다.남설아는 이미 이 남자의 냉혹함을 충분히 겪어봤다.지금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나은이 살아있을 때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죽은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내가 왜 당신 말을 못 믿겠어요? 유골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사람이 죽으면 그냥 죽은 거죠. 누가 그런 걸 신경 써요?”남설아는 웃기 시작했다. 크게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정말 웃기네요. 나은이가 아플 때 1억을 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한 푼도 안 주더니 인제 와서 아이의 유골을 들먹이며 260억을 아끼려 들다니요. 서준 씨 같은 사람 눈에는 도대체 뭐가 값지고 뭐가 쓸모없는 건데요?”“너!”배서준은 눈에 핏발이 서며 이성을 잃었고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들어 남설아의 목을 움켜잡았다. 완전히 마지막 인내심마저 무너진 듯 그는 남설아의 목을 세게 조이며 감출 수 없는 살의를 드러냈다.“네가 그 유언장 하나 들고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아?”“그래도 서준 씨처럼 사람 목 조르는 것보단 낫죠.”남설아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그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며 비웃었다. 예전엔 자신이 너무 착하고 순해서 이런 사람에게 눌려 살았던 거였다.하지만 이제 나은이도 이 세

  • 굿바이 쓰레기   제211화

    윤화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소리 내 비웃었다.“아버지가 있다는 걸 기억하긴 하네.”“됐어요. 지금 당장 집 문제부터 처리하러 갈게요.”배서준은 더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사방이 불바다란 말이 자기 인생을 이렇게 정확하게 설명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흐느끼고 있는 서유라를 바라보며 죄책감과 무력감에 잠겼다.“괜찮아?”“괜찮아. 사실 어머님 말씀도 틀린 건 없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서준아, 나 진짜 설아 씨한테 널 돌려주고 싶어. 근데 어떡해, 난 정말 그게 안 돼. 널 사랑해. 너 없으면 안 돼. 정말 너 없이 살아야 한다면 난 죽을지도 몰라.”서유라는 절박하게 배서준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그 눈빛 속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의존이 가득했다.그리고 배서준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병적인 의존과 소유욕이었다. 이런 감정만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그는 서유라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넌 날 절대 잃지 않아, 바보야.”“서준아, 나 무서워.”서유라는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그녀도 사실 마음속으로 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설마 남설아가 진짜 저렇게까지 뒤집을 줄은 몰랐다. 가문 전체를 본가에서 내쫓다니, 생각보다 너무 대담했다.배서준은 곧 서유라를 데리고 남설아의 병실로 향했다.강연찬은 회사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병실 안에는 남설아 혼자였다. 그녀는 배서준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서유라까지 같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보아하니 유라 씨한테는 정말 정이 깊으신가 봐요. 이런 상황까지 와서도 굳이 함께 오다니요?”남설아는 손을 꼭 잡은 채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서준 씨, 애초에 나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랑 결혼했어요?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왜 지우라고 말하지 않았죠? 결혼하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 굿바이 쓰레기   제210화

    “어머님, 진정하세요.”서유라는 윤화진의 허리를 단단히 안으며 가까스로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넌 비켜!”윤화진은 서유라를 거칠게 밀쳐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우리 아들 유혹한 그 요망한 년이란 거 모를 줄 알아? 우리 집안 꼴이 지금 뭐가 됐는지 봐! 인제 와서 착한 척은 집어치워. 염치도 없구나!”“이게 웬 난리예요?”배서준이 성큼성큼 걸어와 모두 사이에 몸을 막아섰다. 모자를 쓴 중년 사내는 옷깃을 정리하며 배서준을 매섭게 바라봤다.“당신이 배건 그룹의 대표죠? 이름 있는 사람이라더니, 가족은 왜 이렇게 교양이 없습니까? 지금 여러분이 타인의 부동산을 불법 점유 중이라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일주일 안에 이 집에서 나가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뭐라고?’배서준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여긴 배씨 가문의 본가였다.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집에서 자라왔다. 그런데 무단 점유라니.“경찰이 오해한 거 같은데요? 여긴 우리 집입니다.”배서준은 눈썹을 세게 찌푸리며 이게 누가 장난을 친 건지 의심했다. 하지만 경찰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증거를 꺼내 들었다.“부동산 등기부입니다. 이 집의 정식 소유주는 남설아 씨로 등록돼 있어요. 이 정도면 이해가 되셨겠죠?”그제야 배서준은 문득 생각났다.할아버지 유언장에서 이 집은 이미 남설아에게 넘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동안 남설아는 한 번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은 거야?’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니까 지금 남설아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겁니까?”“그렇습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퇴거하십시오.”경찰은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돈 많은 사람이라고 고상할 줄 알았는데, 다 거기서 거기네. 아주 막무가내야.’“서준아, 설아 씨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너무 심한 거 아니야?”“배서준! 이게 네가 그렇게 감싸던 아내야? 지금 이 상황 어떻게 할 건데?”서유라와 윤화진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서유라의 목소리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