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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굿바이 쓰레기: Kabanata 41 - Kabanata 50

206 Kabanata

제41화

그는 정말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남설아를 남겨두고 혼자 고생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남설아는 휴지를 집어 들어 눈물을 닦은 뒤 목이 메인 채로 말했다.“오빠는 우리 나은이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 몰라서 그래. 나은이는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선물이야. 잘못한 건 나야. 내가 아이의 시간을 지체시켰고 내가 아이를 힘들게 만들었어. 우리 나은이는 죽기 직전까지도 내 손을 꼭 잡고 있었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했어!”“배서준, 그 개자식...!”“나은이가 아팠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방치했어! 충분히 일찍 병을 치료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눈앞에서 아이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고!”“그런 놈이 무슨 아빠야? 인간 자격조차 없는 놈이라고!”남설아의 눈빛에는 깊은 원망이 서려 있었다.어릴 때부터 사랑과 미움을 분명히 하는 성격이었고 배서준과 몇 년을 함께하며 모나지 않게 변했어도 타고난 강단은 그대로였다.“그럼 가만두지 마.”강연찬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게.”그가 이번에 돌아온 건 남설아 때문이었다.그러니 더 이상 그녀가 상처받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내가 알기로... 배서준은 그동안 배건 그룹을 정성껏 운영해 온 것 같지만 사실 바깥에 세 개의 자회사를 세워서 몰래 자산을 빼돌리고 있어.”“보아하니 오래전부터 어르신의 유언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다만 내색하지 않았을 뿐. 너와 이혼하지 않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거야.”강연찬은 이미 모든 조사를 마친 상태였기에 배서준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는 남설아에게 서류 한 장을 건넸다.“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배건 그룹의 초기 주주야. 명단과 개인 정보가 정리돼 있으니 잘 봐둬. 네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해 둬야 해. 한 달 뒤에 열릴 중간 주주총회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할 테니까.”말해야 할 것은 다 말했다.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남설아에게 달려 있었다.“오빠...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거야?”“배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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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그래, 맞아.’배서준을 만나기 전 남설아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배서준의 아내로 살아가는 무능한 배씨 가문 사모님이 아니라 말이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단 한 번도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배서준의 눈에 남설아는 그저 배씨 가문의 덕을 보고 사는 한심한 존재일 뿐이었다.그러나 여자의 능력을 얕보는 것만큼 큰 실수는 없다.남설아는 강연찬이 말하는 자신의 과거를 듣자 마치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여전히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묘하게 가슴이 찡했다.“선배, 정말 고마워. 아직도 내가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 줘서.”본인조차도 거의 잊고 있던 것들을 누군가는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넌 언제나 잘 해왔어. 그리고 네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빛날 수 있어.”“설아야, 난 널 믿어.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뜨겁고도 깊은 눈빛으로 강연찬은 남설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아이의 엄마가 된 이상, 이런 눈빛과 이런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남설아는 손을 천천히 빼더니 미안하다는 듯 강연찬을 바라봤다.마음속은 이미 커다란 파도가 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감정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남설아는 너무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그녀의 그런 태도에 강연찬은 살짝 실망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서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그럼... 이거 다 치울 거야?”강연찬이 테이블 위의 음식 포장 용기들을 가리키며 물었다.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곁에 있어봤자 소용없는 것처럼, 이렇게 맛없는 음식은 왜 굳이 먹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설아는 말없이 음식들을 한 손에 들더니 단번에 쓰레기통에 쏟아버렸다.그리고 강연찬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내가 화끈하게 샤부샤부 한 끼 살게.”이건 남설아의 다짐이자 태도였다.배서준이 그렇게 무정하고 이기적이라면 그녀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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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배서준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결과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정말 몰랐다.남설아가 이렇게까지 능력 있는 사람이었고 할아버지를 완전히 휘어잡아 퇴로까지 마련해 놓았을 줄은 말이다.“이 유언장의 진위 여부, 검토할 필요가 있겠죠?”배서준은 냉소적으로 비웃었다.‘할아버지가 이렇게 어리석으실 리 없어. 그 여자는 교활하고 수단도 많잖아. 유언장 정도는 충분히 위조할 수 있을 거야.’그러나 법무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이런 유언장은 일반적으로 제삼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작성되며 전체 과정을 녹음 및 촬영하기 때문에 위조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그 말은 곧 배서준이 어떤 방법을 써도 이 유언장을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모든 탈출구가 막혀버린 셈이었다.안색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배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손을 휘저으며 내보내라는 신호를 줬을 뿐이었다.법무팀 직원들은 조용히 자료를 정리한 후 회의실을 빠져나갔다.그러나 나가는 그들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었다.이런 엄청난 사건이 터질 줄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겠는가.그렇게 배서준은 홀로 회의실에 남았다.그의 표정은 마치 폭풍 전야처럼 어둡고 스산했다.배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던 그는 정작 가문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았다.그 모든 권한은 그가 평생을 무시했던 한 여자의 손에 있었다.이것은 곧 배서준에게는 치욕적인 도전이나 다름없었다.특히 병원에서 남설아가 던졌던 말들이 다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 그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변했다.“남설아, 어디 한번 보자고. 대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비웃음이 흘러나왔지만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 결국 손을 벌려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가엾은 존재에 불과했다.그런 여자가 자신에게 도전한다니 웃기지도 않았다.한편, 남설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배건 그룹의 내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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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누나, 이제 어떻게 할 거야?”서도현이 한쪽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태연하게 물었다.“아무리 허울뿐인 자리라고 해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누나 난 아직도 누나가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서 내려와선 안 된다고 생각해.”비록 지분이 20%밖에 안 되더라도 그걸로도 평생 먹고살기엔 충분했다.그 말에 서유라는 짜증이 폭발했다.“닥쳐. 지금 네 꼴 좀 봐. 제대로 된 일 하나 못 하면서 어디서 훈수를 둬? 네가 언제 믿음직스러웠던 적 있어?”“누나, 사람 잘못 본 건 누나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니잖아?”“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니었으면 누나가 오늘까지 이 좋은 날들 누릴 수 있었겠어?”서도현은 비웃으며 고개를 젖히더니 눈을 휙 뒤집어 깠다.“잊지 마, 배서준이 우리한텐 마지막 구명줄이야. 누나가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서 내려오면 우리 집안이 어떻게 될지 누나도 잘 알잖아?”이번엔 단순한 충고가 아니었고 노골적인 협박이었다.서유라는 그 말에 치가 떨렸다.가족 때문이었다.그 때문에 이 모든 걸 감수해야 했고 그 때문에 이렇게까지 살아야 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저따위 태도로 자신을 몰아세운다니 어이가 없었다.“서도현, 내가 전생에 너한테 무슨 빚이라도 졌냐?”서유라는 이를 악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온갖 비굴한 삶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이따위 결과를 받으려고 그랬던 건가?’그렇게 이를 갈던 서유라는 이내 뭔가 떠오른 듯 곧장 은행 카드를 들고 남설아를 찾아갔다.문을 연 남설아는 서유라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문턱에서 가로막았다.“나은이가 안에 있어. 나은이는 유라 씨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설아 씨, 왜 이렇게 가식 떠는 거야?”서유라도 더 이상 부드러운 척할 생각은 없었는지라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남설아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근처 카페로 데려갔다.“유라 씨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올 리가 없겠지?”“맞아.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서유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며 카드 한 장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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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설아 씨, 서준이는 단 한 순간도 설아 씨를 마음에 둔 적 없어. 이렇게까지 해봤자 서준이의 눈길 한 번 받을 수 없을 텐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서유라는 마치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처럼 설득하려 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남설아는 실소를 터뜨렸다.“내가 가진 배건 그룹 지분, 지금 시장에 내놔도 최소 6000억은 받을 수 있어. 그런데 고작 60억을 들고 와서 협상하려고? 내가 계산도 못 할 거로 생각하나?”“그리고 유라 씨, 배서준? 그 사람이 뭐 대단한 놈이라도 되나? 예전엔 아이 때문에 한 번쯤 더 쳐다봐 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은이는 없어. 이제 내 눈에 그 사람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야.”“난 배건 그룹의 51% 지분을 갖고 있어. 그럼 내가 어떤 남자를 원하든 못 가질 이유가 있나?”그동안 쓸데없는 것에 얽매여 살았다는 걸 깨닫자 이제야 비로소 눈앞이 환히 트였다.남설아는 앞으로의 삶이 훨씬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뭐?”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조용하고 순하던 남설아가 이런 말을 하다니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지금까지 자신이 남설아를 무시할 수 있었던 건 배서준이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설아가 배서준을 사랑했기 때문이였다고.하지만 이제 그녀가 배서준을 버린다면? 이 관계는 끝인 것이다.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상처를 주든 남설아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그 순간 서유라는 모든 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깨달았다.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인 서유라는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졌고 곧바로 극단적인 행동을 택했다.그녀는 들고 있던 컵을 바닥에 내던지며 깨뜨렸고 그 조각을 집어 들자마자 자신의 손바닥을 깊이 그었다.이내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하지만 남설아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그리고 예상대로 다음 순간 배서준이 번개처럼 뛰어 들어왔다.그러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서유라의 손을 움켜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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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닥쳐!”배서준은 남설아를 바라보며 뒷어금니를 악물고 내뱉었다.“내가 왜 닥쳐야 하는데요?”“서준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닥치라고 해요? 지금이 아직도 옛날 사회인 줄 알아요? 여자들은 진작에 해방됐어요. 꺼져요!”남설아는 남은 커피를 그대로 배서준의 몸에 확 끼얹고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그 동작은 그야말로 흐름이 막힘없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몸을 돌리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문 앞에 서 있는 강연찬이 보였다.조금 전까지 그렇게 당당했던 남설아는 막상 강연찬의 눈과 마주치자 왠지 모르게 어색함이 밀려왔다.걸음을 서둘러 밖으로 나가며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여긴 왜 왔어?”“원래는 널 보호하러 왔는데 이제 보니까 내가 필요 없었네.”강연찬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너 나한테 아직 샤브샤브 한 끼 빚졌어.”‘보호하러 온 게 아니라 빚 받으러 온 거 아니야?’남설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 먹으러 가자.”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았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이지 부부처럼 보였다.“아파.”서유라는 손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배서준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그녀의 손바닥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순간 얼굴빛이 변했다.곧장 그는 서유라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손님, 아직 계산 안 하셨습니다!”서둘러 다가온 직원이 서유라를 붙잡고 돈을 요구했다.완전히 망신살이 뻗쳤다.그 순간,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서유라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배서준의 품에 쓰러졌다.직원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보다는 불길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그는 배서준을 초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배서준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결제한 뒤, 그녀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밖으로 나오는 순간 막 강연찬의 차가 출발하는 것이 보였다.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는 선명하게 보았다.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말이다.그리고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그 모습까지.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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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배서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순간, 서유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가슴이 조여드는 긴장감이 들었다.‘혹시 서준이가 뭔가 눈치챘나?’“서준아... 왜 아무 말도 안 해?”서유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유라야, 너 선을 넘었어.”배서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단, 말의 내용만 빼고 말이다.그 한마디가 서유라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목이 메인 채 그녀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알아,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난 그저 널 도우려고 했을 뿐이야. 그리고... 설아 씨는...”“우리 일은 내가 알아서 해.”이번에는 가식적인 다정함조차 없었고 남은 것은 단 하나, 경고뿐이었다.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경고였다.배서준은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서유라는 그에게 조금은 특별한 존재였을지 몰라도 그 기준에서 벗어날 만큼은 아니었다.이제야 서유라는 알았다.자신이 배서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를.결국 그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철저하게 깨달아버린 그 사실이 서유라를 절망하게 만들었다.“그래, 알겠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뚝뚝, 눈물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붉게 물든 콧날, 새빨개진 눈가, 누가 봐도 안쓰러울 만큼 애처로운 모습이었다.하지만 서유라는 스스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고 배서준이 어떤 모습에 약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이 눈물조차도 서유라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무기였다.역시나 배서준의 태도는 이내 부드러워졌다.“됐어. 푹 쉬어. 회사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저녁에 다시 올게.”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서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그가 병실을 나서는 순간, 서유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쾅!옆에 있던 물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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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남설아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녀가 아직은 무력한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남설아는 줄곧 집에서 아이를 키우느라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적이 오면 막고 물이 넘치면 둑을 쌓으면 돼. 이건 꼭 되갚아야겠어.”남설아는 주먹을 꽉 쥐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그녀는 이런 일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었다.배씨 가문의 재산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그러나 배서준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눈앞에서 그들의 아이가 죽어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배나은을 잃게 만든 장본인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그렇게까지 무력하다면 자신은 어머니로서의 자격도 없었다.‘배서준이 가장 아끼는 것이 ‘이익’이라면 그걸 하나씩 빼앗아주겠어.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버린 뒤, 그 사람한테 대체 뭐가 남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어.’남설아의 결연한 눈빛을 확인한 강연찬은 그제야 안심했다.내심 그녀가 마음 약해질까 걱정했으니 말이다.“좋아. 그럼 조심해. 난 먼저 간다. 회사에 회의가 있어서.”핸드폰을 확인한 강연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에 남설아는 순간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설마 서준 씨가 오빠를 압박하는 거야?”“그 녀석한테 그럴 힘은 없어.”강연찬은 비웃듯이 낮게 웃었다.배건 그룹이 대단하긴 해도 그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강연찬은 여전히 잘 살아 있지 않은가.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남설아는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다.햇살처럼 밝게 웃던 그 소년이 말이다.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많은 게 바뀐 것 같지만 또 많은 게 그대로였다.강연찬이 떠나고 곧바로 배서준이 도착했다.그를 보는 순간 남설아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여긴 왜 온 거예요?”무의식적으로 그녀는 배나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이 남자가 얼마나 불길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았다.‘감히 나은이 앞에 설 자격이 있기나 해?’“지금 회사가 여론 압박을 받고 있어. 네가 나와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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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X발!”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욕설을 내뱉었다.이 세상에 이렇게까지 뻔뻔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말을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과거의 남설아라면 참았을 것이다.모든 걸 속으로 삭이고 묵묵히 감내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아니다.남설아는 망설임 없이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거침없이 손을 휘둘러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인 것이다.그리고 그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그러고는 있는 힘껏 끌어당겨 배나은의 영정 앞에 그를 내던졌다.“똑바로 봐요. 나은이를 보고도 당신이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어요?”배서준은 예상치 못한 힘에 순간 당황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마주한 배나은의 사진, 맑고도 천진난만한 웃음을 한 아이가 영정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때 치료를 했더라도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뿐이었어.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잖아. 살아 있었다 해도 결국 고통뿐이었을 거야.”“맞아요, 나은이는 고통스러웠죠.”남설아는 그의 말을 끊고 차갑게 응수했다.하지만 그녀가 덧붙인 말은 완전히 달랐다.“하지만 그 고통은 병 때문이 아니었어요. 바로 당신 때문이었지!”“나은이가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당신 같은 인간이 아빠였기 때문이에요!”“당신이 대체 뭔데 나은이의 운명을 결정해요? 무슨 권리로?”남설아는 있는 힘껏 그의 옷깃을 움켜쥐며 분노를 터뜨렸다.그녀는 배서준이 자신을 증오하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단 하나,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자신의 딸에게조차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말이다.그럼에도 배서준은 미동도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리고 마침내 배서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아빠니까.”‘뭐?’이 말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남설아의 온몸이 굳었다.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했었다.수십, 수백 개의 대답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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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배건 그룹 일? 난 신경 안 써요. 온라인에서 무슨 난리가 나든 그것도 상관없어요.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따위 해명? 나랑 아무 관련 없어요!”“당신이 스스로 한 짓이잖아요. 그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당신이 감당해야지!”“내기에서 졌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나. 사랑이랍시고 방종한 대가, 이제 당신도 치를 때가 됐어.”남설아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날아갔다.그 말 속에는 단 한 점의 감정도 없었다.오직 차가운 냉소와 경멸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이제 이 남자에게 철저히 절망했고 완전히 질려버렸다.한때 그는 체면을 위해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애써 다가가며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남설아, 후회하지 마.”배서준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그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이 여자가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이 모든 행동이 결국 자신을 붙잡기 위한 발악일 뿐이라고.“네가 협조만 한다면 당장은 이혼을 얘기하지 않아도 돼.”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한 말을 던졌다.하지만 남설아는 더 이상 몇 년 전의 순진한 바보가 아니었다.그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여전히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얼마나 한심하고 가소로운 착각인지 배서준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이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바로 지분 때문이잖아요. 할아버지의 유언,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내 앞에서 연극을 한 거예요?”“그동안 나랑 부부로 사는 게 그렇게 끔찍했으면서 돈 때문에 참고 견뎌 줬다 이거죠?”남설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비수가 되어 배서준의 가면을 산산조각냈다.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비웃음이 가득했다.“참 대단하네요. 당신 정말 대단해요.”“그렇게까지 참고 버티면서 살아왔으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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