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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21 - Chapter 30

40 Chapters

제21화

“나는 나은이의 엄마예요!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나은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예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내 딸을 저주해서 죽게 하겠어요!”“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분노 끝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절망에 빠진 순간이란 아마도 지금 남설아의 모습과 같을 것이다.여자의 눈 속에 서린 절망과 광기가 너무나도 생생해서였을까, 배서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어떻게 안 되겠어요? 당신이 도대체 뭘 알고 있는데요? 당신 나은이를 사랑해 본 적이라도 있어요? 단 하루라도 나은이를 마음에 둔 적 있냐고요! 나은이는 골육종에 걸렸어요! 골육종이라고요!”“그 아이의 유일한 바람이 뭔 줄 알아요? 마지막 순간에 아빠가 곁에 있어 주는 거였어요. 그런데 당신은요? 당신은 그때 뭘 하고 있었어요? 옆에 있는 여자랑 쾌락을 즐기고 있었잖아요!”눈앞의 남녀를 바라보는 남설아의 눈빛 속에서 격렬한 증오가 뿜어져 나왔다.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건 상관없었다.하지만 배나은의 마지막 순간에 아빠를 빼앗아 가야 했던 건 참을 수 없었다.‘왜 아이에게서 마지막 희망까지 앗아가야 했냐고!’나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길고 가느다란 주삿바늘이 수없이 몸을 찔러도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가 걱정할까 봐 억지로 버티면서 쓸데없는 농담을 늘어놓곤 했다. 작은 몸이 고통에 떨면서도 말이다.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아이의 아빠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따지는 거예요?”“한 번이라도 아이 신경 써 본 적 없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아이가 없어진 걸 가지고 나한테 소리치고 있어요? 당신이 사람이에요? 배서준 씨, 당신한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요?”남설아는 이성을 잃은 듯 필사적으로 배서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는 눈빛 속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너무도 무정한 그가 미웠다.그리고 스스로가 미웠다. 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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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고개를 젖힌 채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절대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듯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참아내다 끝내 남설아는 배서준을 바라보았다.“못 믿겠죠? 그럼 나 따라와요. 직접 보여줄 테니까. 당신 눈으로 보면 이제는 믿겠죠?”“남설아, 날 속이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남도일까지도.”남도일.이 세상에서 남설아에게 남은 마지막 혈육이자 유일한 약점이었다.배서준은 언제나 노련했다. 사람을 어떻게 몰아붙여야 하는지 어디를 건드려야 무너지게 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는 아직도 남설아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삼촌은 무슨,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남도일 따위에는 관심을 끊었다.아니, 차라리 그 인간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한 번도 배서준을 돌아보지 않은 채 남설아는 그를 데리고 배나은의 학교로 갔다.그러고는 화실로 갔다.나은이가 가장 좋아하던 디저트 가게도 갔다.그리고 나은이가 좋아했던 놀이공원으로도 갔다.마지막으로 별장의 공원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어디에도 배나은의 흔적은 없었다.이건 배서준이 처음으로 배나은의 삶에 가까워진 순간이었다.처음으로 아이가 살아온 세상을 직접 마주한 순간이었다.그러나 배나은이 가장 자주 머물렀던 이곳들에서 아무도 배서준을 알아보지 못했다.더욱이 그가 나은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유치원 선생님은 몇 번이고 말했다.배나은이 학교에서 아빠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그리고 그 아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질책했다.이 모든 것들을 배서준은 몰랐다.아니, 애초에 알고자 한 적조차 없었다.그는 계략이 많은 여자가 싫었고 자신에게 들러붙는 남설아가 싫었다.그와 함께 그녀가 낳은 아이도 싫었다.그러나 오늘 처음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피어올랐다.그토록 많은 것들을 놓쳐버린 자신이 처음으로 후회되었다.“남설아, 우리 얘기 좀 하자.”공원의 벤치에 앉은 배서준은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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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남설아, 네가 감히 이따위 태도를 보여?”배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죄책감이 단숨에 사라졌다.이전에는 그저 교활한 여자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성은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누가 누굴 보고 집착한다고 하는 거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 그런데도 아직도 이러고 있는 의도가 뭔데?”“설마 이제 와서야 날 잃고 나니 사랑했던 걸 깨달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나한테 매달리겠다고요?”“그럼 당신 옆에 있는 그 귀한 서유라 씨는 어쩌고요?”남설아가 갑자기 비웃음을 터뜨렸다.그 시선 속엔 혐오와 조소가 뒤섞여 있었고 그녀의 차가운 눈빛은 서유라의 가슴을 단숨에 도려냈다.“서준아, 만약 정말 설아 씨를 사랑한다면 난 물러나도 돼.”“난 그저 널 좋아했을 뿐이야. 다른 건 바라지 않아. 만약 날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서유라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떨궜다.그러나 황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배서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배서준은 그런 서유라의 모습을 보자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하여 곧바로 서유라의 허리를 감싸 안고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내려다봤다.“네 착각이야.”“나은이가 아니었다면 난 널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그는 코웃음을 쳤다.“이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너도 알잖아. 그건 너 스스로 꾸민 일이었고 책임도 네가 져야 해.”“설아 씨, 난 설아 씨가 줄곧 서준이가 날 좋아하는 걸 질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이용해서 협박하는 건 선을 넘은 거야.”서유라는 가식적인 한숨을 쉬며 마치 안타까운 사람을 바라보듯 남설아를 내려다보았다.그 태도는 마치 ‘승자의 여유’라도 된 듯했다.그녀가 지금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오로지 남설아를 도발하기 위한 것뿐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설아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지금 이 순간 이 모든 게 한심하게 느껴졌다.‘이딴 여자 때문에 예전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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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서유라는 속이 뒤틀릴 듯한 기분이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미안해. 내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래. 결국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조금 덜 사랑했다면 설아 씨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지더니 배서준은 품 안의 여자를 바라보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미세한 불편함이 있었다.그가 감지한 것은 분명한 짜증이었지만 그것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당장은 억눌러야만 했다.곧바로 핸드폰 꺼내 그는 비서 안민재를 호출했다.“나은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알겠습니다.”서유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배나은은 이미 죽었으나 배서준은 아직도 그것을 믿지 않는 듯했다.이제 슬슬 그에게 확실한 현실을 깨닫게 해줄 때였다.그 애물단지가 완전히 사라지기만 하면 더 이상 남설아와 배서준을 엮어줄 연결고리는 없어진다.그때가 되면 서유라, 그녀 자신이 ‘배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그 전에 지금 남설아가 너무 기고만장해져 있으니 한 번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남설아는 떠나려 했다.그러나 일정 변경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기진맥진한 상태로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기다리고 있었다.“삼촌... 삼촌이 여긴 왜 있어요?”남설아는 손에 쥔 열쇠를 힘껏 움켜쥐었다.표정은 싸늘했고 눈빛은 더욱더 날카로웠다.남도일은 그녀의 반응에 순간 얼굴이 굳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네 외삼촌이야, 이 버릇없는 년아. 네 부모가 일찍 죽었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가르쳐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그러자 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사이? 그런 거 이제 없어요.”“그리고 삼촌은 여기에 앉아 있을 자격조차 없어요.”오늘만큼은 참지 않기로 했다.남도일은 그동안 자기 말 한마디면 고분고분 따르던 조카가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상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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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지금 그 사람도 곁에 없고 결혼도 끝나버린 마당에 이 쓸모없는 물건을 굳이 계속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남설아는 단숨에 반지를 빼내어 던지듯 남도일에게 건넸다.“이게 집보다 훨씬 비싸요. 팔아서 삼촌 마음대로 써요.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요.”“설아, 이럴 줄 알았다! 네가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이야. 네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나 아니겠어? 걱정 마,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삼촌이 꼭 지켜줄게.”“보아하니 요즘 살도 많이 빠졌더라. 삼촌이 맛있는 거 사줄까? 우리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먹자.”그가 갑자기 친절을 베풀자 남설아는 순간 주저했다.사실 어릴 적엔 정말 그와 가장 가까웠다.항상 삼촌을 따라다녔고 그때만큼은 누구보다 의지하던 존재였다.문득 시선이 벽에 걸린 오래된 가족사진으로 향했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한 끼 정도는 괜찮겠지.’그러자 남도일은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남설아의 손목을 붙잡고 집을 나섰다.그의 시선은 오로지 저녁 식사에만 쏠려 있었고 남설아의 손에 남은 상처도, 무릎에 흐르는 피도,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았다.처음에는 단순히 가까운 곳에서 대충 한 끼 때우는 줄 알았다.그런데 막상 도착한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남설아는 순간적으로 손목을 뿌리치고 한 발짝 물러섰다.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남도일을 노려보았다.“돈 없다면서요? 그런데 이런 데서 밥을 먹겠다고요?”남도일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고작 밥값 정도야 내가 감당할 수 있지. 너는 내 하나뿐인 외조카잖아? 삼촌이 제대로 대접해야지.”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설아를 안으로 끌어들였다.문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익숙하게 VIP 룸 번호를 불렀다.그 말을 들은 직원은 잠시 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런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안내했다.순간 남설아의 등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직원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고 이 분위기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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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네 삼촌이 나한테 4억을 빚졌어. 그래서 널 대신 넘기겠다고 하더군!”원길호의 눈빛엔 탐욕이 가득했고 거칠고 위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손을 뻗어 그는 남설아의 턱을 움켜쥐고 찬찬히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비웃었다.“좀 마른 게 흠이긴 한데 그래도 얼굴은 괜찮네. 4억으론 좀 아까운걸?”“아, 아니에요! 제발 함부로 굴지 마요! 제가 줄게요. 4억, 제가 마련할 수 있어요!”“그러니까 제발 그러지 마요!”눈물이 한순간에 쏟아졌다. 목소리는 떨렸고 두려움에 몸까지 굳어버렸다. 반사적으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어 마구잡이로 화면을 눌렀다.핸드폰이 바뀌었어도 시스템 설정은 동일했다. 배서준이 긴급 연락처로 등록되어 있었고 통화가 자동으로 연결됐다.하지만 여러 번 시도해도 돌아오는 건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원길호는 남설아가 도움을 요청하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반복해서 들려오는 기계음에 비웃음을 터뜨렸다.“애송아, 아무도 널 구하러 올 사람 없나 보네?”남설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길호는 짜증이 난 듯 거칠게 그녀의 옷깃을 잡아챘다. 그러더니 단숨에 테이블 위로 내동댕이쳤다.그 바람에 탁자 위에 있던 그릇과 젓가락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남설아는 바닥에 내리 찍힌 통증에 몸을 움츠렸지만 그보다 더 절박한 상황이 닥쳐오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그녀는 벽 쪽으로 움츠러들었다.“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 제가 돈 줄게요. 정말로 줄 수 있어요!”그녀는 단출한 셔츠 한 장만 걸친 상태였는데 원길호의 거친 손길에 단추가 튕겨 나갔다. 앞쪽이 벌어지면서 하얀 피부가 드러났고 그녀 특유의 은은한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여자의 향기 때문일까 원길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다시 다가가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돈? 돈은 이미 많아. 난 지금 너를 원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압적인 키스가 쏟아졌다.“안 돼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날 놔줘요!”남설아는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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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등 뒤로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남설아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몸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던 중 본능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려 원길호의 급소를 가격했다.“끄윽!”원길호가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리는 틈을 타 남설아는 재빨리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마침내 열린 문 너머로 탈출의 희망이 보였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머리카락이 세차게 잡아당겨 졌고 이어지는 원길호의 손길이 거칠게 뺨을 내리쳤다.“계집애, 죽고 싶어 환장했냐?”“살려주세요!”“놔요! 제발, 놓으라고요! 건드리지 마요!”눈앞에 탈출구가 보이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설아는 문틀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힘껏 버텼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살려달라고? 이 가게는 전부 내 거야. 누가 널 구해주겠는데?”“고분고분하면 좋게 넘어갈 일을 괜히 어렵게 만드는구나. 어디 한 번 맛 좀 봐야 정신 차리겠어?!”원길호는 이를 갈며 그녀의 손을 밟았다.거친 신발 밑에서 손등이 짓눌려 떨렸다. 하지만 손을 놓는 순간 희망도 사라질 걸 알기에 남설아는 끝까지 버텼다.“그래, 그렇게까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면 나도 상관없어.”원길호는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채를 세차게 잡아챘다. 손이 문틀에서 떨어지는 순간 남설아는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두피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다시 바깥으로 기어가려 했다. 문까지 겨우 몇 발짝 거리였다. 그 마지막 희망을 놓칠 수 없었다.“정말, 내가 본 여자 중에서 가장 지독하게 버티는군.”원길호는 허리띠를 풀어가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단숨에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거칠게 끌어당겼다.“놔줘요!”남설아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원길호는 이미 인내심을 잃은 상태였다.머리카락을 다시 잡아 올리더니 그는 연이어 뺨을 후려쳤다. 뺨에 화끈한 통증이 번졌다.그리고 곧바로 원길호는 그녀를 테이블 위에 거칠게 던졌다.그의 손이 무자비하게 옷을 헤집었다. 차가운 공기가 닿는 순간 남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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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하지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남설아는 스스로 억눌렀다.울 자격조차 없는 자신이 무슨 권리로 그의 품에 기대 울 수 있단 말인가?강연찬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조수석에 앉혔다. 얼굴을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웅크린 남설아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만 울어. 병원부터 가자.”“나... 지금 너무 처참하지 않아?”남설아는 이미 답을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지만 그 안에는 씁쓸한 자조가 가득했다.그러나 강연찬은 단호하게 말했다.“괜히 버티려 하지 마.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이 말을 하면서 그는 일부러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흑흑!”결국 남설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수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오열했다.강연찬은 묵묵히 운전대를 잡았다.커다란 음악 소리 속에서도 그녀의 울음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절망과 슬픔이 뒤섞인 흐느낌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이를 악물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돌아올걸.’남설아가 이런 일을 겪게 놔둘 바엔 차라리 모든 걸 내팽개치고서라도 곁에 있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다.남설아는 이미 울음을 멈추고 차분해진 상태였다.조용히 문을 열고 내리려던 순간 강연찬이 한걸음에 다가오더니 다시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나 혼자 걸을 수 있어. 그러니까...”“닥치고 가만히 있어.”강연찬은 단호하게 말을 끊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병원 안으로 걸어갔다.곧바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자 남설아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익숙하지만 너무나도 싫은 냄새였다.곧이어 간호사와 의사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상처 위로 소독약이 떨어지는 순간 남설아는 반사적으로 강연찬의 손을 꽉 붙잡았다.이내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들은 대학 동기였는데 강연찬은 대학교 2학년 때 유학을 떠났다.그때부터 그녀가 마음에 품었던 감정들은 영영 묻혀버렸다.그러다 배서준을 만나 배나은을 가지게 되었다.그렇게 미처 꺼내 보지도 못한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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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남설아는 뼈가 부러진 통증이 온몸을 찌를 듯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때 강연찬이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건넸다.“네 폰 계속 울리고 있어.”화면을 내려다보자 걸려온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남설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던져버렸다.‘필요할 때는 없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어?’반면 배서준은 통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진 화면을 보며 얼굴이 어둡게 굳어졌다.‘정말 끝까지 건방지군. 예전부터 내가 베푼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더니 이제는 대놓고 무시하는 건가.’그때, 비서인 천기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대표님, 말씀하신 사항 다 조사해 왔습니다.”천기준은 머뭇거리며 조사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사망 진단서, 화장 증명서, 병원 기록까지 모두 확인했습니다. 아가씨는... 확실히 세상을 떠났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천기준은 한발 물러섰다.혹여나 폭풍이 몰아칠까 봐 미리 거리를 두려는 것이었다.배서준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책상 위의 서류들을 급히 뒤적이며 사실을 확인하더니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곧이어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를 탁 던지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어쩜 이렇게 빨리!”나은이가 골육종을 앓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떠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이제야 떠오른 기억들이 차갑게 가슴을 내려 앉혔다.그날 남설아가 이혼을 조건으로 단 한 달만 나은이와 함께 있어 달라고 했던 일, 그녀가 그토록 애원하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었다.“남설아 지금 어디 있어?”배서준은 차갑게 비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천기준은 급히 태블릿을 열어 위치를 확인했다.“지금... 제일병원에 있습니다.”“바로 제일병원으로 가지.”배서준은 더 이상 서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아이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했는지조차 관심이 없었다.만약 그때 1억 2000만 원이 있었다면 배나은은 그렇게 빨리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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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그때 떠난 걸 평생 후회했어. 이제는 네 곁에 있고 싶다.”“설아야, 네가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아. 하지만 제발 날 밀어내진 마.”강연찬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깊었다.과거에는 자존심이 강해 끝내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놓쳐야 했다.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놓치지 않겠다고 그는 결심하고 있었다.강연찬의 진심 어린 말에, 아니면 어린 시절의 감정이 다시 떠올라서일까.남설아의 차가웠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렸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인생이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운명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듯 그를 눈앞에 데려다 놓았다.그때였다.“남설아, 애가 죽었는데 넌 아주 한가하구나. 벌써 새 남자랑 붙어?”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문 앞에 서 있는 건 배서준이었다.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한 채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 눈빛 속에 담긴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그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단숨에 깨부수며 냉소적으로 비웃었다.그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남설아의 심장을 파고들었다.순간 남설아는 숨이 멎을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녀는 한 번쯤 상상해봤다.‘나은이가 세상을 떠난 걸 알면 서준 씨는 후회할까? 아니면 슬퍼할까?’하지만 그가 보여준 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냉정한 무관심뿐이었다.마치 죽은 아이가 그의 딸이 아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나가요.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배서준의 차가운 시선이 강연찬에게 향했다.그는 앉아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봤다.예전부터 학교에서 남설아와 천생연분이라 불리던 그녀의 대학 선배였다.지금 이렇게 둘이 같이 있는 것 자체가 거슬렸다.하지만 강연찬은 단 한 번도 배서준을 쳐다보지 않았고 그저 남설아를 바라볼 뿐이었다.곧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연찬은 그제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배서준을 신경 쓰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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