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젖힌 채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절대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듯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참아내다 끝내 남설아는 배서준을 바라보았다.“못 믿겠죠? 그럼 나 따라와요. 직접 보여줄 테니까. 당신 눈으로 보면 이제는 믿겠죠?”“남설아, 날 속이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남도일까지도.”남도일.이 세상에서 남설아에게 남은 마지막 혈육이자 유일한 약점이었다.배서준은 언제나 노련했다. 사람을 어떻게 몰아붙여야 하는지 어디를 건드려야 무너지게 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는 아직도 남설아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삼촌은 무슨,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남도일 따위에는 관심을 끊었다.아니, 차라리 그 인간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한 번도 배서준을 돌아보지 않은 채 남설아는 그를 데리고 배나은의 학교로 갔다.그러고는 화실로 갔다.나은이가 가장 좋아하던 디저트 가게도 갔다.그리고 나은이가 좋아했던 놀이공원으로도 갔다.마지막으로 별장의 공원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어디에도 배나은의 흔적은 없었다.이건 배서준이 처음으로 배나은의 삶에 가까워진 순간이었다.처음으로 아이가 살아온 세상을 직접 마주한 순간이었다.그러나 배나은이 가장 자주 머물렀던 이곳들에서 아무도 배서준을 알아보지 못했다.더욱이 그가 나은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유치원 선생님은 몇 번이고 말했다.배나은이 학교에서 아빠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그리고 그 아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질책했다.이 모든 것들을 배서준은 몰랐다.아니, 애초에 알고자 한 적조차 없었다.그는 계략이 많은 여자가 싫었고 자신에게 들러붙는 남설아가 싫었다.그와 함께 그녀가 낳은 아이도 싫었다.그러나 오늘 처음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피어올랐다.그토록 많은 것들을 놓쳐버린 자신이 처음으로 후회되었다.“남설아, 우리 얘기 좀 하자.”공원의 벤치에 앉은 배서준은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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