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배서준은 그 단어들을 듣자마자 아무 생각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요즘 사기 전화가 이렇게까지 뻔뻔해졌나? 장례식장 직원인 척까지 하다니, 진짜 끝도 없군! 나은이는 멀쩡한데 장례식장은 무슨 장례식장이야?’하지만 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배나은 보호자님, 장례식장에서 연락 드립니다. 아이의 사망진단서와 화장 절차를 빨리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상대방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서준이 폭발하기 직전,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의 마지막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했다. 이젠 정말 참을 수 없었다.‘남설아, 그 여자는 진짜 미쳤어!’‘유혹하고 싶어서 뭐든 할 수 있는 건가? 제 딸이 죽었다고까지 거짓말을 하다니, 대체 세상에 어떤 엄마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지?’“서준아.”바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유라가 서 있었다.막 분노로 눈이 붉어질 정도였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그 눈빛 속 불길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유라는 배서준의 화난 기색을 단번에 알아챘다. 한숨을 쉬며 다가와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또 설아 씨가 장난친 거야? 내가 대신 설명해줄까?”“그럴 필요 없어.”배서준은 냉소를 터트렸다.“방금 장례식장에서 전화가 왔어. 나은이가 죽었다고. 당장 와서 절차 밟으래.”그는 핸드폰을 대충 옆으로 던지며 눈빛에 조소를 가득 담았다.‘진짜 별의별 수를 다 쓰는군. 날 유혹하려고, 관심을 끌려고, 이제는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까지 지어낸다? 심지어 집을 나간 것도 계획적인 연출이라니.’처음엔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사람 취급할 가치도 없는 인간이었다.“뭐라고?”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틀어막았다. 커다란 눈동자에는 충격이 가득했다.“설아 씨가 그런 장난을 쳤다고? 너무 심하잖아! 아이가 얼마나 어린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서준아, 설아 씨랑 제대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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