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부에 이 두 남녀가 발을 들인 순간, 이종대에게 체면 따위는 더 이상 없었다.모든 것이 허망할 뿐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너는 왜… 왜 나에게 이러는 것이냐?”그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이지윤을 바라보았다.오랜 시간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다.그의 유일한 아들이, 왜 이토록 잔혹하게 자신을 대하는가.이지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그 모습을 본 소우희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혹여 그가 마음을 바꿀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단호하게 끼어들었다.“그만 묻거라. 네가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세자가 너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그래?”이종대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너무나도 지쳐 있었다.그의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침상으로 쓰러졌다.그는 무력하게 중얼거렸다.“정말… 그런 것이냐?”이번만큼은, 이지윤이 침묵하지 않았다.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예, 맞습니다.”“왜?”이종대는 떨리는 손으로 침구를 움켜쥐었다.“왜…!”이지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께서 방탕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제 어머니를 죽이셨죠. 아버님이 아니었다면, 어머니께서 어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겠습니까?”이종대는 차가운 시선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그 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애초에 그 년이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어미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으냐?”이지윤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께서 먼저 어머니를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끝도 없이 방탕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죠. 아버지께서 먼저 불을 질러 놓고, 왜 어머니는 불을 피우면 안 된단 말입니까?”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왜 딸 열한 명을 두고도, 아들은 저 하나뿐인지 아십니까?”이종대의 눈동자가 커졌다.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무, 무슨 뜻이냐?”이지윤의 입술이 냉소적으로 휘어졌다.“아버지의 핏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네, 네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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