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진연 본인도 자신이 변했다고 이미 느끼고 있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섭정왕이고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하명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무런 이득 없이 누굴 도와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어린 여승이 자신을 부려먹는 것이 기분이 좋았기에, 온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 것이었다.하지만 온권승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그는 음침한 얼굴로 잠깐 고민한 후에 온장온의 뒤에 숨어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들들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무시한 채, 그녀를 불렀다.“온모야, 나와.”짧은 한마디에 온모는 속으로 온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망할 년! 애초에 독으로 죽여버리는 거였어!’온모는 당장 두 달 전, 온사가 아직 진국공부를 떠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서 그녀를 독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렇게 했다면 아버지가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심하게 추궁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모든 건 이미 늦어버렸다. 온사는 황제에게 신분을 하사받았고 옆에는 이미 든든한 지원군인 섭정왕이 있었다.‘감히 날 짓밟으려고?’온모는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그녀는 지금 나가면 어떻게 될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무엇보다 아버지의 음침한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어떡하지?’온모는 머리를 쥐어짰다.‘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해! 어떻게든….’“저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버지! 저를 믿어주셔야 해요!”온모는 털썩 온권승의 앞에 무릎을 꿇고 가련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온장온도 아니나 다를까 팔을 걷고 나섰다.“아버지, 막내가 왜 셋째한테 독을 먹이겠어요? 분명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온자신도 온모를 위해 뭐라도 하려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온사를 보자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어제 일어난 일들을 머릿속으로 회상했는데, 순간 그들 모두가 간과하고 있었던 사소한 일화 하나가 떠올랐다.온모가 울며불며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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