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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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말을 마친 그는 의복을 정리하고는 당당하게 온사를 따라 진국공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북진연의 뜻을 못 알아들은 온권승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굳이 온사를 따라온 북진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얼마 안 가 그는 그 답을 알 수 있었다.북진연과 함께 진국공 저택으로 들어간 온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진국공 어르신, 이제 저와 섭정왕 전하가 이곳에 왔으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가족들 모두 집에 있는 게 맞으신가요?”온권승은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온사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지만 북진연이 옆에 있으니 감히 반발할 수 없었다.“장남 온장온과 둘째를 제외하고는 다 집에 있다.”온장온과 온자신은 볼일이 있어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하나는 조정에 당직을 서러 나갔고 하나는 서원에서 열심히 글공부 중이었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서 큰 공자와 둘째 공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주세요. 그래야 제가 모두의 앞에서 이 일을 해결하죠.”온권승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온사가 단순히 해독을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옛정을 생각해서 네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지. 네가 셋째와 넷째가 걸린 독을 해독만 해준다면 네가 그 전에 무슨 짓을 했든 다 눈감아 줄 수 있다.”하지만 온사는 그런 그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되지요. 진국공부 셋째 공자와 넷째 공자가 독에 당했는데 범인을 못 찾은 채로 그냥 넘어간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온권승은 그 범인이 바로 너라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를 줬는데도 모르는 척한다면 후에 날 원망하지 말거라.”“그래요?”온사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담담히 말했다.“국공 어르신, 방금 한 말씀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따가 진짜 범인을 찾으면 절대 봐주지 마세요!”온권승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곧이어 부름을 받은 온자온과 온자신이 도착했다.온사를 본 온장온은 눈을 반짝 빛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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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이 문제의 해결법은 생각보다 더 간단했다. 온사는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고도 온자월을 피를 토하게 만든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어젯밤 연회 때도 멀쩡하던 사람이었으니 중독되었다면 그건 분명 집에 돌아간 이후일 것이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 짧은 시간 안에 범인이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웠을 리는 없었다.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색이었다.“그건 안 될 소리야!”온사의 요구를 들은 온권승은 단박에 거절했다.“진국공부는 아무나 수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섭정왕 전하께도 그럴 권한은 없어!”북진연이 냉소를 지으며 뭐라 하려는데 온사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그는 흠칫하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러자 온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섭정왕께는 그럴 권한이 없지요. 그런데 진국공 어르시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신 듯합니다. 저와 섭정왕께서 빌어서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어르신이 빌어서 저희가 이곳에 온 겁니다.”“온사야, 어찌 아버지한테 그런 식으로...!”옆에 있던 온장온은 온사의 말을 듣고 습관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훈계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자신이 재빨리 팔목을 잡아당겼다.그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형을 쳐다보며 말했다.“형님, 신분에 주의하셔야죠.”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그는 그제야 온사가 예전의 온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렸다.지금의 그녀는 존귀한 성녀 전하이고 품계로 따지면 아버지인 진국공보다 더 위에 있었다.온장온은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웃기는군.”온권승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여기에 와달라고 빌었지?”“아니셨나요?”온사는 놀랍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아드님이 피를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지셨다며 수월관에 찾아와서 해독제를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시지 않았나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 온 건데요.”온권승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범인이 바로 너니까. 난 너에게 부탁을 하러 간 게 아니라 잡으러 간 거였다.”“진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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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이곳으로 오기 전 그가 생각을 전했을 때, 온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범인이 누군지 알아요.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직접 해결하고 싶습니다.”이 일뿐이 아니고 뒤에서 더러운 수작이나 부리는 인간을 이번 기회에 해결하려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었다.계속 깐쪽거리면서 도발하는 것도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이번에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앞으로 더한 짓도 할 인간이었다.그로 인해 결국 온사가 오기로 하였고 북진연은 그녀가 걱정돼서 따라온 것이었다.“물론 진국공 어르신은 제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듣기로 셋째 공자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말을 마친 온사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렸다.자애의 상징인 법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각박한 말만 나오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북진연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분명 전에 그를 위해 경을 읊어줄 때는 하늘에서 온 선녀처럼 순수하고 고결한 모습이었으니, 지금의 온사의 모습이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든 것이었다.북진연은 저도 모르게 뛰는 가슴을 매만졌다.‘설마 진짜로 내가?’북진연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온사는 온권승을 노려보며 사냥감이 스스로 덫을 물기를 기다렸다.“아주 비열한 수를 썼구나.”온권승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말했다.“굳이 조사를 해야겠다면 그렇게 하거라. 하지만 만약에 오늘 진짜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증거가 너를 가리킨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온사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안 되겠군요.”온권승의 얼굴이 급격히 싸늘해졌다.“뭐가 안 된다는 거지? 설마 너도 찔려서 그러는 거니?”온사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진국공 어르신이 빌어서 우리가 온 거라고요. 그쪽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저는 지금 당장 수월관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요. 안 그래요?”어차피 이제 그녀는 온권승에게 밉보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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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홍엽아, 밖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온옥지의 침상 옆에 앉아 있던 온모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홍엽이 조용히 답했다.“소인이 한번 나가보겠습니다.”방문을 열고 나가자 이미 마당에 기갑을 입고 검을 든 시위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겁에 질린 홍엽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여기 진국공부 넷째 공자의 처소야. 너희가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섭정왕 전하와 성녀 전하의 명을 받들어 왔소이다. 넷째 공자와 막내 아가씨를 앞뜰로 모시라는 명이 있었소.”어수선한 상황을 눈치챈 온모는 다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돌변했다.“섭정왕 전하?”‘그 인간이 왜 또 온 거지?’온모는 오늘 온권승이 온사를 집에 끌고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마저 그녀의 계획의 일부였다.온사가 집에 와야 오라버니를 독살하려 한 죄를 온사에게 뒤집어씌울 수가 있었다.그런데 섭정왕이 같이 왔다니.온모는 이를 갈며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섭정왕 전하께서 무슨 일로 우리를 부르는 거지요? 저도 가고는 싶지만 넷째 오라버니는 거동이 불편하시니 못 갈 것 같군요.”“걱정 마세요, 막내아가씨. 그래서 저희가 다 준비해 왔습니다.”흑기군 수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손짓하자 두 사람이 들것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침대에 누워 있는 온옥지를 단숨에 들것에 올렸다.“이제는 갈 수 있겠지요?”흑기군 수장은 온모를 힐끗 보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막내아가씨도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하시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무례하다! 우리 아가씨에게 그런 불손한 말을 하다니!”홍엽은 온모의 앞을 가로막고 흑기군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호통쳤다.하지만 흑기군 수장은 그런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담담히 말할 뿐이었다.“빨리 가시죠. 큰 공자와 둘째 공자, 셋째 공자까지 모두 앞뜰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로 시간낭비 하지 마시지요.”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알아보려던 온모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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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속셈이 뻔히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온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어차피 이건 시작일 뿐이고, 아직 더 큰 것이 남아 있었다.“다 도착한 것 같으니 시작하시죠.”온사가 담담히 말했다.처음부터 그녀는 바닥에 누워 있는 온자월과 온옥지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이 온자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북진연은 고개를 돌려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했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진국공도 같이 수색에 참여했으면 하오.”온권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온모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의아한 얼굴을 하고 온권승에게 물었다.“아버지, 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뭘 하려는 거죠?”온권승은 그제야 답을 했다.“섭정왕 전하와 성녀께서 독을 푼 사람이 저택에 있다고 생각하시어 조사를 하러 나왔다고 하는구나.”순간 온모는 표정 관리가 안 될 뻔했다.‘범인이 저택 내부에 있다니? 모든 상황이 온사를 가리키고 있잖아?’왜 갑자기 나갔다 오더니 저택을 수색한다는 걸까?온모는 순간 불길함을 느껴 기억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어제 온자월 방의 흔적은 이미 지웠고 오리 구이는 이미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 버린 상황. 독약도 이미 처리했으니 수색을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었다.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고나서야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는데,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온사가 보였다.온모는 그런 그녀에게 힘껏 눈을 부라렸다.‘뭘 봐? 천박한 년! 그런다고 뭐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하지만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이 진국공 저택 내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온사라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저택에서 자랐으니 저택 내부에 물건을 숨길만한 곳이 어디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북진연이 온권승을 데리고 수색을 나서고 온사는 내전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그녀는 자세를 바꾸고 막수 사태가 오기 전에 쥐여준 염주를 천천히 만지작거렸다.분위기가 너무 조용한 게 참을 수 없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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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깨진 거울은 다시 붙일 수 없다는 말에 온자신은 멍해지고 말았다.이런 답을 기대하고 말을 건넨 것은 아니었다.그가 원하는 것이 바로 깨진 연을 다시 붙이는 것인데 대체 왜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가슴을 찌르는 온사의 대답에 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그가 온사에게 준비한 선물은 봉옥 소재로 된 옥유경이었다. 경성이 아니라 대명 왕조 전체를 뒤져도 흔히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자신이 여동생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 여동생이 많이 화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서 부유한 친우한테 부탁해 준비한 선물이었다.그는 어쩌면 이거로 온사의 마음을 달랠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다.만약 온사가 선물에 담긴 의미를 알아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그의 바람처럼 온사는 선물의 의미를 알아봤지만 그가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답을 주었다.“선물이 잘못됐네. 다… 내 잘못이야….”온자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억지미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온사야, 화내지 마. 오라비가 새로 다른 걸 골라줄게. 하나가 부족하면 몇 개 더 해줄 수 있어. 갖고 싶은 게 뭐야? 오라비가 다 사줄게!”‘그러니… 제발… 그 말만 하지 마!’온자신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당장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상석에 앉은 온사를 바라보며 애걸복걸하듯 말했다.“온사야, 제발 부탁이니 오라비한테 이러지 마. 응?”하지만 안타깝게도 온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염주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너무도 차가워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어쩔 바를 몰라했다.물론 이걸 지켜보며 쾌재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온모는 속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비웃었다.‘멍청하긴,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다고.’아무리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사람이지만 큰 그림은 이미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려지고 있었다.어차피 처음부터 그녀의 목적은 남매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이었다.약간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온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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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흑기군 수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온장온 형제는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그저 두 눈 멀쩡히 뜨고 동생들이 들것에 들려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온모는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안색이 급변했다.그리고 창고 뒤쪽에 있는 폐기된 우물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우물 옆에 서 있던 북진연과 온권승 일행이 고개를 돌렸다.“뭘 찾으시나요?”온사는 다가가서 우물에서 건져올린 것으로 보여지는 유지에 싸여진 반쪽자리 오리구이를 보며 물었다.“조사해 봤는데 여기 든 독이 셋째 공자가 당한 독과 일치했습니다.”그러자 온사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온자월이 가장 좋아하는 오리구이에 독을 넣다니. 범인은 온자월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군요.”뒤에 서 있던 온자신은 고개를 들고 온사를 바라보았다.온모는 속으로 반복해서 되뇌었다.‘당황하지 마! 아직 나온 건 아무것도 없어! 저걸 찾아냈다고 해도 범인이 나라는 증거는 없어!’“또 있나요?”온사의 질문에 북진연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넷째 공자의 방에서 약병 하나를 발견했지. 내용물은 이미 버린 것 같지만 병 입구에 남아 있는 잔여물을 조사해 봤더니 셋째 공자가 걸린 독과 일치했소.”넷째 공자라면 바로 온옥지의 방이었다.온장온 일행은 경악한 얼굴로 온옥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말을 할 수도,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온옥지가 무슨 수로 셋째에게 독을 먹인단 말인가?“참으로 이상하군요. 증거가 거동도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니. 참 재밌어요.”온사는 눈을 부릅뜨며 어떻게든 해명을 하려는 온옥지를 바라보았다.사실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었다.머리가 제대로 굴러가는 사람이라면 이것 역시 범인이 온옥지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수작이라는 것을 알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온사는 이것 역시 원래는 온모가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 만일을 대비해서 증거를 온옥지의 방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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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봉선루의 점주를?”“취조를 위해서 내 이미 봉선루에 사람을 보냈소. 그건 걱정 마시오.”북진연은 온사의 옆에 서서 거대한 체구로 연약한 그녀를 지켜주려는 듯이 감싸며 온권승 일행에게 말했다.“이 오리구이가 봉선루의 것인지 대체 어찌 알고?”온권승은 진실이 까발려졌을 때 가여운 자신의 딸이 당해야 할 처벌이 두려웠다.그래서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온모를 지켜주고 싶었다.안타깝게도 오늘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평소에 그가 마음껏 주무르던 조정의 대신들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한 권력을 가진 북진연이었다.온권승이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북진연은 흉포한 늑대와도 같았다.그는 조정의 권력 정점에 선 진국공마저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며 손에 십만 대군을 거머쥐고 살육에 주저함이 없는 상위자였다.온권승은 평소에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해도 완전히 그의 반대편에 설 수도 없었다.그 외에도 예전에는 가장 만만했지만 지금은 점점 속을 알 수 없게 변한 온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온모를 가엾다고 쓰다듬던 사이 또다른 자신의 딸은 이미 환골탈태하여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한번의 죽음을 경험하고 돌아온 온사가 전생처럼 멍청하게 당하고만 살 리 없었다.이번 생에 그녀의 목표는 그저 단 하나, 복수뿐이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온모를 쓰러뜨릴 것이다.“진국공 어르신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을 하시는군요.”온사는 담담한 어조로 비아냥거렸다.옆에 있던 북진연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렇군. 성녀 전하도 아는 일을 진국공이 모를 리는 없을 텐데?”조사를 시작한 이상, 탐문 조사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온권승은 처음부터 아들 온자월이 독에 당했다고 말했다. 저택 밖에서 당한 건지 안에서 당했는지 알아보려면 탐문 조사는 필수적인 것이었다.탐문 조사를 통해 어젯밤 저녁에 진국공부에서 누군가 봉선루에 가서 오리구이 한마리를 구매한 것이 확인되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온자월 본인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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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북진연 본인도 자신이 변했다고 이미 느끼고 있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섭정왕이고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하명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무런 이득 없이 누굴 도와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어린 여승이 자신을 부려먹는 것이 기분이 좋았기에, 온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 것이었다.하지만 온권승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그는 음침한 얼굴로 잠깐 고민한 후에 온장온의 뒤에 숨어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들들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무시한 채, 그녀를 불렀다.“온모야, 나와.”짧은 한마디에 온모는 속으로 온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망할 년! 애초에 독으로 죽여버리는 거였어!’온모는 당장 두 달 전, 온사가 아직 진국공부를 떠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서 그녀를 독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렇게 했다면 아버지가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심하게 추궁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모든 건 이미 늦어버렸다. 온사는 황제에게 신분을 하사받았고 옆에는 이미 든든한 지원군인 섭정왕이 있었다.‘감히 날 짓밟으려고?’온모는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그녀는 지금 나가면 어떻게 될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무엇보다 아버지의 음침한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어떡하지?’온모는 머리를 쥐어짰다.‘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해! 어떻게든….’“저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버지! 저를 믿어주셔야 해요!”온모는 털썩 온권승의 앞에 무릎을 꿇고 가련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온장온도 아니나 다를까 팔을 걷고 나섰다.“아버지, 막내가 왜 셋째한테 독을 먹이겠어요? 분명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온자신도 온모를 위해 뭐라도 하려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온사를 보자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어제 일어난 일들을 머릿속으로 회상했는데, 순간 그들 모두가 간과하고 있었던 사소한 일화 하나가 떠올랐다.온모가 울며불며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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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온모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그러고는 여전히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저도 몰라요… 그때 홍옥이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했어요. 다른 건 저도 정말 몰라요! 그렇게 의심 가시면 홍옥이를 불러서 대질 심문이라도 해보시는 거 어떤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몰래 홍옥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그 뜻을 알아본 홍옥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을 때, 온모가 입모양으로 자신에게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 ‘가족들을 생각해야지.’홍옥은 점점 심장이 쫄리고 온몸이 얼어붙었다.털썩!결국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소인이 했어요. 모든 건 소인이 혼자 한 짓이고 아가씨와는 무관해요.”“오리구이는 소인이 아가씨의 이름을 대고 가서 산 거고 독 역시 소인이 몰래 음식에 뿌렸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들킬까 봐 남은 약을 넷째 공자의 방 안에 숨겨두었어요. 모든 건 소인이 한 게 맞아요.”“홍옥아, 내 그리 너를 믿었는데… 어떻게 우리 오라버니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온모는 홍옥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자 곧바로 연극을 시작했다.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해서 혐의를 벗어야만 했다.“역시, 막내가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지.”온장온이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온옥지도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희생양을 내세우네.’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꿇고 있는 홍옥을 바라보았다.어쩔 수 없이 끌려나와 죄를 인정한 시종이지만 그녀는 전혀 가엾게 느껴지지 않았다.전생에 그녀를 배신한 춘향을 제외하고 홍옥은 온모를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한 인간이었다.이제는 주인을 위해 희생양까지 자처하고 나섰으니 자업자득이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온모가 빠져나가게 그냥 둘 수는 없었다.“오리구이는 홍옥이 산 게 맞는 것 같군요.”온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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